[심층인터뷰]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동국대학교 겸임교수)-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파리기후협정과 기후협약총회에서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수립’을 요청받은 한국의 저탄소 발전전략은 어떤가.

▲ 파리협정에 따라 2020년까지 국제사회에 제출할 '2050년 국가 저탄소 발전전략' 마련을 위해 환경부가 ‘2050 저탄소사회비전포럼’을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에너지전환과 산업, 수송, 건물, 청년 등 7개 분과에 7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각계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을 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1.5℃ 유지에 필요한 최종 전략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권고한 2℃를 유지할 경우, 에너지 부문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2℃ 또는 2℃ 이하를 목표로 설정했을 때, 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년에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고, 2060년까지 2014년 대비 75% 감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서의 주요수단과 감축 비중을 보면 에너지효율 40%, 재생에너지 35%, CCS(Carbon Capture &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14%, 연료전환 5%, 원자력 6% 수준으로 분석된다. 2℃를 넘어 2℃ 이하 달성을 위해서는 2060년 이전에 탄소배출 제로가 필요하다.

세계 재생에너지는 2℃ 달성을 위해 1차 에너지 소비 대비 2014년 18%에서 2060년에는 6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한 전력 계통 망 확충을 비롯한 관련 기술개발 등 전체 시스템에서 우호적 전환과 대시민 협력도 필요하다.

 

- 2018년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 2020년 1월 이상 고온 등 기후변화로 생태계와 건강, 산업, 사회 인프라 피해가 컸는데.

▲ 2019년 기상청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하와이 기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안면도 기준) 역시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연평균기온도 함께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급격한 온난화 때문에 지구 자체가 끊임없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회귀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파괴적인 기상이변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때문에 인간을 포함해서 지상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마치 독감으로 인한 몸살처럼 말이다. 더이상 이상기후가 온실가스의 영향이 아닌지 물을 필요도 없다.

 

- 한반도가 빠르게 기후 ‘레드 벨트’(Red Belt)에 편입되면서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다.

▲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1.7℃ 상승하고, 연 강수량은 19% 증가했다. 평균기온 상승 폭도 지구 평균 상승률보다 높다. 제주의 해수면은 지난 40년간 22cm나 상승했고, 세계평균의 3배가 넘는다. 해수면 상승은 동급 규모의 태풍에서 훨씬 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진행 속도 또한 세계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만 해도 집중호우와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해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가 속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재산피해는 1960년대 대비 5.5배 증가하였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16배로 3배 이상 많다. 한반도의 기후 취약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 기상청의 ‘한국 기후변화 2020’ 백서에 담긴 주요 골자가 무엇인가.

▲ 한반도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다. 또 전 지구적인 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에 따라 금세기 말경 폭염 일수도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백서는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축 문제를 깊게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기후 문제는 이제 세계적인 문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다.

2018년 기준으로 사용에너지의 85%가 화석연료다. 나머지 9%가 원전, 4%가 폐기물 에너지다. 태양과 풍력은 1% 미만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기구인 IPCC가 한국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45% 감축과 2050년까지 순 제로(Net Zero, 온실가스 순 배출량 'O')를 촉구하고 있지만, ‘제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 한반도는 평균 온도가 얼마나 올랐나.

▲ 전 지구적으로 평균 지표 온도는 1880~2012년 사이에 132년 동안 0.85℃ 올라갔고, 우리나라는 1912~2017년 동안 105년 사이에 약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인 2071∼2100년에는 온실가스 대표농도경로(RCP) 4.5의 경우 2.9℃, 대표농도경로(RCP) 8.5의 경우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1912~2017년에 연평균 강수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했으나, 여름철 강수량 증가가 +11.6mm/10년으로 뚜렷했다. 반면, 봄과 가을, 겨울철은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 주변의 해양 표면 수온도 지난 1984∼2013년의 30년 동안 연간 0.024℃/년 상승했고, 해수면은 지난 1989∼2017년 29년 동안 연간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너무나 높은 상승이다.

 

- 식물대 변화도 문제다.

▲ 과수 재배지의 불가피한 이동과 연안 지역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종의 서식지 변화 등은 미래 먹거리 문제와도 연결된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급격한 기온 상승에 따른 식물대(植物帶) 이동과 그로 인한 동시 고사(枯死)는 수목대(樹木帶)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를 부를 수 있다.

이대로 온도상승이 지속할 경우, 몇 년 후에는 우리나라 토종 농산물을 한반도에서 더는 볼 수 없는 불행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 기후변화 원인이 온실가스 증가가 원인인가를 따질 때가 아니다. 얼마나 빨리 줄여야 지구의 공멸을 막을 수 있는가로 그 질문을 바꾸어야 할 때다.

 

- 향후 100년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마지막 시기다. 세계가 2100년 지구 온도 1.5℃ 줄이기를 하고 있지만, 책임이 가장 큰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탈퇴하는 등 정치적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세계기후 문제가 표류하고 있는데.

▲ 2016년 UNEP는 전 세계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528억 톤이라 발표했다. 이 중에 중국이 4분의 1로 1위를 기록했고, 8분의 1인 미국이 2위를 기록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서 전격 탈퇴해 버렸다.

지구환경은 외면하고 ‘아메리카 훠스트’(America First)라는 자국 경제 우선주의로 가고 있다. 미국의 탈퇴는 전 세계적 감축 대응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 직전 대통령인 오바마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기준 최대 28%를 감축하고, 2020년까지 제3의 세계에 3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비교된다.

향후 미국의 비협조로 인해 온난화를 막을 행동이 나오기 힘들 수도 있고, 1.5℃ 감축도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다. 1.5℃를 감축하려면 지금 당장 전 세계가 매달린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 세계 경제 피해도 GDP의 5~20%에 달한다.

▲ 세계은행이 기상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간소득 수준(Middle Income)의 나라에서 특히 더 컸던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01~2006년 사이에 이런 국가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 규모는 GDP의 1%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소득수준이 높은(High Income) 부유한 국가가 약 0.1%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약 10배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 GDP 영향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저개발 특정 국가는 아예 회복이 불가할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작년에 물난리를 겪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10억 유로(한화 약 1조 3천억 원)의 재산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 아름다운 섬이 급기야 물에 잠길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 나라별 기후재난이 양극화를 보이는 가운데 인류 먹거리도 문제다.

▲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 화재로 250억 달러(약 30조 원)의 재산피해가 있었고, 올해도 이 지역에 또 다른 산불이 수개월째 지속하는 상황이다. 통계가 집계되는 이런 부자 나라들은 그래도 재산피해액을 산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난한 나라의 ‘피해 미보고’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이제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기후변화가 경제적 피해와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다.

특히, 인류의 먹거리인 농작물 대응과 대체 작물 가능성과 대체 시의 레버리지(leverage, 차입을 통한 수익률 극대화)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조속히 농업예산을 투입해 분야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 1천만 명이 거주하는 메가시티(Mega City)들이 기후변화의 재해 취약지대가 됐다. 서울도 도심지 차량의 탄소배출로 인한 열섬현상과 강수 증가 등이 심각한데 어떻게 분석하나.

▲ 지난 100여 년 동안 한반도의 연 강수량은 매년 평균 1.63㎜씩 증가했다. 기온 역시 꾸준히 높아졌다. 1910년대 10년 동안 서울의 여름 일수는 평균 94일에서 100년이 지난 2010년대 들어서는 평균 131일로 늘어나 3분의 1가량 더 길어졌다.

1년 중 3분의 1을 평균기온 20도 이상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기온이 급하게 오르는 현상은 대도시에서 더 두드러진다. 전 지구적으로 100년간 기온이 0.75℃ 오르는 동안, 서울 등 국내 6대 도시도 2배가 넘는 1.8℃나 올랐다.

주택 수와 차량 증가와도 무관치 않다. 2050년이 되면 한 해 폭염 일수는 최대 50일까지 늘어나고, 폭염 사망자 수도 25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기후 대흥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수많은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과 온실가스, 수송 분야에서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나오지 않으면 어렵다.

전기차 등과 같이 과감한 연료 대체 수단을 신속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년 내에 서울 등 대도시에서 차량을 등록할 때, 전기차 이외에 등록을 아예 내주지 않는 강력한 제도를 만드는 일도 한 방안이다. 물론 만들어지는 전기도 재생에너지가 주를 이루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 한국이 2030년 이산화탄소 감축과 2050년 온실가스 제로 가능할까.

▲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회의에서 ‘1.5℃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지구의 1.5℃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기후 위기로 인한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경고 수치인 1.5℃에 인류 존망이 걸렸다. 이를 위해선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45%까지 감축하고, 2050년까지 배출 ‘순 제로’를 달성해야만 한다.

기후 위기 상황이 이제 매우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과감한 도입과 보급을 통해 19세기 화석연료 사용체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공멸뿐이다. 각국이 주어진 감축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막아 왔고, 정책도 너무 난해한 상황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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