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위클리서울=박종민] 때는 바야흐로 오곡백과가 익어 든 가을이다. 코발트 빛 하늘이 드높고 청아하다.

말들이 살찐다고 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지절(之節)이다. 서늘한 바람에 신선한 기온으로 거동하기 딱 좋고 쾌적하다. 한편으론 더한 층 서책과 가까이할 독서의 계절이 됐다. 그러나 요즘은 도무지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세태이다.

성인 한 사람이 1년에 고작 단행본 책 한두 권을 읽는 데서 그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조국백서가 화제다. 지지층들로부터 모금한 3억 원의 거액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했단다. 조국을 좋아하는 팬덤에 의해 책이 잘 팔리고 있는 걸까? 

  일명 조국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가 그 비싸기만 한 책이 지난 몇 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단다. 이때다 싶게 조국흑서(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가 뱃심을 걸고 야심 차게 출간되어 전국 주요 서점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보무가 당당하고 패기 넘친다. 그 누구 눈치코치 볼 리가 없다. 이 책 역시 많이 읽히고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굳히고 있단다. 경쟁이라도 하는 듯 양측 저자들까지 나서서 해설하면서 독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책 모두 어떻게 됐던 국민의 관심사로 주목받았던 민 초들의 예리한 정서를 자극하고 있으니 당연히 구미가 당기면서 그 비싼 책도 바닥난 주머니를 박박 긁어내며 사서 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의 반응과 논란이 뜨겁다. 양편으로 갈라진 채 세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정황이다. 본시 인간의 심성은 유유상종 끼리끼리 좋아하는 사람들 간에 뭉치게 되어 있는 것이지만, 한쪽에선 저자들과 독자들이 한편 되어 뭉쳐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참된 진실을 사실대로 가려낼 생각도 없이 지극히 자극적이고 편파적이며 편향적으로 뭉치며 선동한다. 책을 쓴 자나 읽는 독자나 제대로 닦고 쌓아 올린 지식을 가진 게 아니라 싶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그럴 순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처럼 훤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억지 춘향 부린다. 그러면서 교묘하게 둘러대고 있다. 아직 법원 확정판결이 안 나왔다는 핑계다. 대법원판결까지 가야만 될까? 패거리에 매몰돼있으니 사리가 분별 되지 아니하는 모양이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저자들의 지명도도 한몫했을 것이겠지만, 독자들은 사실과 진실을 확인해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사실에 바탕을 둔 책의 실체적 내용이나 이념과 도덕적 가치에 있으리라.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팔로워들은 어느 쪽이든 팬덤에 기대고 걸쳐서 눈치껏 살아 보겠다는 처세술일 수도 있게 편향적으로 활약한다. 일약 출세 지향적인 줄 대기 아니면 흘리는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고자 하는 심산일 수도 있다.

모세의 기적처럼 양쪽으로 쫙 갈라선 오늘의 이런 그로테스크(Grotesque)한 현상과 벌어진 사태가 결국 먹고사니즘의 문제와 결부된 정치성의 발로란 생각이 든다. 섭생은 영양분을 먹어야 만이 목숨을 부지하고 영위하는 것이라서 자기 목숨을 살아나갈 수 있는 명분 구축 때문이리라. 

  정상적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려는 인간이라면 먼저 옳고 그름과 잘잘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는 혜안을 가지고 인간 된 윤리와 도덕에 근거해야만 하는 책무가 부여돼있는 걸 알아야 한다.

자기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그럴싸한 명분이야 그렇다 치자. 우리 대한민국의 국위나 국격을 생각하노라면 그건 아니지 싶다, 국민 된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명색이 백서이지만 본질과 본질에 입각, 본론에 들어가 보면 진실과 정의에 많이도 어긋나 있다.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위선과 거짓은 넘쳐나고 있다. 명명백백해야 할 내용이 그릇된 걸 보면서도 안 본 척 못 본 체한다는 게 그들의 철칙이며 버릇이다. 진실 공정 정의가 뒤틀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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