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10억 톤 생산되는 것의 정체
1년 동안 10억 톤 생산되는 것의 정체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10.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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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 생활의 좋은 점을 여러 이들에게 물어보면 심심찮게 나오던 대답 중의 하나가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는 모든 쓰레기를 한 봉투에 담아 집 앞 쓰레기통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을 일도, 재활용을 깨끗이 씻고 일일이 라벨을 뗄 필요도 없다. 쓰레기봉투도 규격이 없어 아무 비닐이나 쓰면 된다. 배달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일이 많은데 먹은 이후에 잔반 그대로 뚜껑만 다시 덮어 배달 온 비닐봉지에 그대로 넣어 집 밖 쓰레기통에 바로 버려도 되니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러나 좋은 시절(?)은 언젠가 끝나는 법이다. 중국에도 드디어 쓰레기 분리수거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소주의 좋은 시절은 2020년 6월 1일자로 끝이 났다. 상해는 작년부터, 북경은 소주보다 한 달 앞선 올 5월 1일부터 분리수거를 시행 중이다.

상해는 2019년 7월 1일자로 분리수거(垃圾分类, lājīfēnlèi)를 시작했다. 당시는 필자가 중국에 건너온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 온 남편 회사 동료들끼리 돌아가며 집들이를 하면서 쓰레기 버리는 데 신경을 안 쓰니 편하다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분리수거의 소문을 듣고 상해의 이웃 도시인 소주도 곧 분리수거를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부인들보다 중국에 조금 더 익숙한 남편들은 분리수거정책이 막 시작됐으니 확대되고 자리 잡으려면 몇 년이 걸릴 거라며, 당신들의 주재 기간 동안에는 그럴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들의 호언장담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무색해질 줄 어찌 알았으랴. 소주는 작년 말부터 발 빠르게 관련 규정 등을 만들더니 올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직전이던 5월 말에는 이제 쓰레기 버리기가 까다로워질 거라며 집집마다 대형 쓰레기를 미리 내다 버리는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6월 1일은 아직 코로나로 한국에 발이 묶여 있을 시기라서 분리수거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느낄 수가 없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우리 집은 한국 기준으로 ‘나 홀로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던 터라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6월 22일, 중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보니 분리수거를 하려면 아파트 층마다 놓여있는 쓰레기통이 종류별로 구분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이전과 다름없이 하나인지 의아했다. 단지 내를 기웃거려 봤지만 한국처럼 따로 분리수거장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결국 이전에 하던 대로 쓰레기 종류별로 봉투만 달리 해서 똑같은 쓰레기통에 넣고 온다.

혹여 분리수거장이 있는데 필자가 방법을 모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고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공안이라도 들이 닥칠까봐 왕왕 가슴을 졸였지만 단지 내 지인에게도 물어보니 그냥 이전처럼 구분 없이 버리고 있단다. 대체 소주의 분리수거 정책은 어찌 된 건지 궁금해 하던 차다.

분리수거장은 없지만 단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두 개가 한 세트로 된 쓰레기통이 여기저기 서 있긴 하다. 문제는 소주의 분리수거 정책은 쓰레기를 네 종류(재활용품/유해쓰레기/주방쓰레기/기타쓰레기)로 구분하는데, 쓰레기통은 두 종류로 재활용품-기타쓰레기만 있다는 점이다. 거리나 상점을 돌아다녀 봐도 2종 한 세트 쓰레기통 구성은 대체로 똑같다. 물론 유해쓰레기나 주방(음식물)쓰레기를 굳이 길거리에서 버릴 일은 없겠지만, 문제는 한 쓰레기통 안에 섞이면 분리수거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혹자는 중국은 워낙 인력이 많아 대충 버려도 일일이 분리하는 인력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국 인구가 어디 보통 인구인가. 그 많은 이들이 대충 버려대는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단지 내에 놓인 쓰레기통 – 흔치 않게 재활용품/기타쓰레기통과 함께 유해쓰레기통이 놓여있다. 쓰레기통 사이에는 분리수거 종류에 대한 설명이 적힌 표지판이 자리잡고 있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올까. 2019년 중국 환경보호온라인(环保在线: 2006년 설립된 환경보호 업계의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수처리/매연처리/폐품처리/에너지 절약/환경 모니터링/환경설비 업계를 위한 서비스 제공)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연간 생산되는 쓰레기의 약은 약 10억 톤이며, 매년 5~8%씩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참고로 환경청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에 따른 우리나라의 연간 쓰레기 발생량은 2018년 기준 1.6억 톤이다.)

300여개가 넘는 성시 중 2/3 이상이 쓰레기 처리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하니 분리수거가 시급해보이기는 한다. 2019년 6월 쓰레기 분리수거 관련 법령(중화인민공화국 고체폐물 오염 환경방지법) 개정 초안과 규정(전국의 지구급 및 이상 도시에서 생활쓰레기 분리수거 전면개시에 관한 통지)이 발표되면서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46개 중점도시에 생활쓰레기 분류 처리 체계를 기본적으로 건설함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물론 거리를 걷다 보면 분리수거 관련 현수막이나 전광판 광고, 포스터 등을 엄청 자주 볼 수 있다. 필자의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붉은 바탕에 눈에 띄는 커다란 흰색 글씨로 ‘오늘 너 분리수거 했니?’(今天你垃圾分类了吗?)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분리수거 종류가 인쇄된 에코백과 함께 쓰레기봉투 묶음을 집집마다 나눠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단지 내 쓰레기 수거 방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길을 가다가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안을 들여다보면 재활용 쓰레기통이든 기타쓰레기통이든 별다른 구분 없이 쓰레기가 마구 섞여 들어있는 게 눈에 뜨일 때가 많다.

한편 소주시 정부에서는 중추절(10/1) 및 국경절(10/1~10/8) 연휴 시작 직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분리수거 강좌를 열기도 했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길에서 흔하게 보이는 분리수거 공익 광고. ‘분리수거에 참여해서 공동으로 녹색 정원을 건설하자’라고 적혀 있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관리사무소에서 집집마다 나눠준 분리수거 에코백과 쓰레기봉투 묶음. 그나저나 저 에코백을 과연 바깥에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쓰레기를 줄이라고 홍보하면서 쓰레기를 만들어 준 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하긴 쓰레기 분리수거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분리수거 대상이 다른 경우가 꽤 있어 종종 헷갈린다. 가령 비닐은 여기서는 분리수거 대상이 아니다. 건전지 중에서 보통 건전지는 기타쓰레기고 충전 건전지랑 휴대폰 전지, 동그란 전지는 유해쓰레기다. 종이재질의 일회용 물컵이나 일회용 도시락/식기류 등도 플라스틱이나 왁스 재질 라이닝이 섞이면 재활용품이 아닌 기타쓰레기라고 하는데 선뜻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간단한 건 주방쓰레기인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뼈나 야채 뿌리, 과일 씨, 폐식용유 등도 모두 주방쓰레기다. 웃긴 건 재활용쓰레기라는 분류 아래 플라스틱부터 종이, 철, 유리, 가구, 의류 등 다양한 종류의 재활용품이 다 묶여 있어서 결국 재활용쓰레기통에 모인 쓰레기들도 분류작업이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재활용이 가능해진다는 거다.

중국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도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그간은 자리 잡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하니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자리 잡는 데 상당한 세월이 걸리긴 할 것 같다. 상해만 하더라도 작년 분리수거가 시행된 이후 신종직업으로 쓰레기분리수거 대행 아르바이트가 생겼다며 한동안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중국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비단 중국이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자리잡아 매립하거나 소각되는 쓰레기의 양이 줄면 미세먼지 감소에도 일조할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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