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석유화학산업이 발명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제는 지구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됐다. 플라스틱이 썩으려면 500년 걸린다. 독성도 강하다. 태울 때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30여 종류에 달한다. 바다 밑은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였고 고래와 물고기, 해초류 등 해양생물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석탄에서 석유, 석유에서 원자력, 원자력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탈바꿈한 유럽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여전히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산업사회에서 플라스틱은 생활 필수재가 됐다. 하지만 버려지는 페트병과 스티로폼, 비닐 등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75%가 플라스틱이다. 서울시의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1만 톤에 달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서울시 쓰레기가 매립지 반입총량제로 갈 곳이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 쓰레기는 2019년 2만 2,809톤으로 35%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면 올해 매립 총량을 초과하고 5일간 생활폐기물 반입금지 조치로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는 2025년에 매립이 종료되는데 새로운 대체부지를 찾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공공처리시설도 없다. 김 이사장은 “다행히 정부가 공공처리시설 확충 선언을 했다. 이 정책을 지역 거점화해서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 등에 하나씩 구축해야 시민의 삶이 안전해진다. 만일 쓰레기를 1주일만 안 치우면 그야말로 환경재앙이다.”고 밝힌다.

“처리 능력도 한계에 달했다. 서울에 4개의 소각장이 있지만, 스티로폼 매립장도 2025년에 종료가 된다. 수도권 매립지가 없어지면 환경 대란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서울시민들은 관심이 전혀 없다.”고 꼬집는다. 쓰레기 전쟁이 반복되는 원인이다. 환경 관료나 정치인도 법안을 대충대충 처리한다. 법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수도권 쓰레기가 지방의 아주 깊은 산속이나 농촌 시골로 흘러 들어가 버려진다.

‘서울 쓰레기’가 지방에 버려져 쓰레기 산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김미화 이사장을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화운동이 격렬했던 1987년 당시 전남 영광 원전 방사능에 피폭돼 무뇌아 출생에 충격받은 김 이사장은 ‘환경 문제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을 생각했다.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해추방연대’에서 활동한 김 이사장으로부터 5년 후 서울시 쓰레기 대란 문제와 재활용품 사용 ‘제로 베이스’(Zero Base) 순환,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종료, ‘제로 웨이스트 마켓’(Zero Waste Market) 활성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 안전한 재생에너지, 에코 타운 등을 들어본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환경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말해 달라.

▲ 올해로 환경운동에 발을 디딘 지 33년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 문화 활동을 시작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던 1987년에 전남 영광원전에서 지역주민 피해와 온산공단 대기오염과 폐수문제로 주민집단 이주문제, 연탄공장 주변 지역주민 진폐증 발생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고 환경오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느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대규모 지역개발과 대규모 산업시설 가동은 경제를 활성화하여 누구나가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높았던 때였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산업 활동은 우리나라를 경제부흥 국가로 성장시키는데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이면에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생명에 위험을 주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환경 문제가 매우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환경교육과 홍보 활동을 하다가, 1997년에 전국 180개 단체가 폐기물 감량, 재활용 등 폐기물 해결을 위해 본 단체를 창립하면서 지금까지 자원순환 활동을 하고 있다.

 

- 성과를 말한다면.

▲ 자원순환 활동을 하면서 이룬 성과로는 1회용 비닐, 컵 사용금지 제도, 음식물 직매립 금지, 종량제 도입, 생산자 책임 재활용도입, 자원순환법 도입 등 우리나라 자원순환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데 기여를 했다. 결론은 우리나라가 분리배출과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선진화를 이루었고, 안전한 처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를 막지 못하고 불법 수출, 불법 폐기물을 감시활동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앞으로는 활동 방향은 1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는 제도를 강화하도록 촉구하는 일과 시민들이 편리하게 분리배출을 잘 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자원 낭비로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제50회 지구의 날에 이어 매년 7월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국제 플라스틱 안 쓰는 행동의 날’로 정하는 등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00여 나라 1천여 지역에서 ‘탈 플라스틱’ 운동이 본격화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지구의 날은 1970년에 미국의 넬슨이 만들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공업화로 인해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폐기물 문제가 심각했다. 70년대도 환경오염이 극심했지만, 2020년 현재도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석유화학의 대표적 제품인 플라스틱은 이제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지구환경위기 문제로 커졌다. 우리나라도 연간 822만 톤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며, 폐기물 60% 이상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발생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수거해서 재활용량은 절반 정도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면서 이동하면서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줄여야 할 첫 번째 대상을 들라면 플라스틱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포장재 플라스틱은 국민 실생활과 깊이 직결되었고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졌다. 현대 사회에서 플라스틱은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꼭 필요하고, 대체제가 없는 것을 제외하곤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야 한다.

 

- 재활용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 지난 몇 년을 보더라도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국적으로 2만여 개의 불법 투기 산을 만들고, 필리핀 등 불법 수출로 망신을 당했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안전하게 처리하고, 재활용을 잘하면 되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첫째, 안전하게 처리할 시설이 부족하고 지역주민 반대로 신규시설 설치가 안 됐다. 둘째, 분리배출이 안된 것이 많아서 재분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왜냐면 음식물 등 오염물질이 섞여 있어서 다른 재활용품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재활용한 제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넷째,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활용보다 천연석유에서 추출한 원료가 가격이 싸다. 다섯째, 필요 이상으로 1회용, 포장재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해서 발생량이 증가한다. 1997년부터 1회용 비닐봉투 안 쓰기, 1회용 컵 안 쓰기는 국민 참여로 성공을 거뒀지만, 배달문화 확대로 발생하는 1회용품 폐기물은 오히려 수십 배가 증가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태워도, 매립해도, 바다로 가도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 방법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유일하다. <1회에서 이어집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공해추방운동연합 문화담당
그린스카우트 기획실장 등 역임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2001∼2018)
현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 저서 : 티셔츠가 된 페트병 / 에코 프렌즈 자원순환을 이야기하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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