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서울 돌곶이시장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하늘은 높고 푸르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크다. 아침엔 상큼한 찬공기가 코끝을 맴돈다. 천고마비(天高馬肥)계절 가을이다. 말이 살찔 만도 하다. 벼는 노랗게 익고, 과일은 탐스럽게 열리니 밥상 위가 풍족하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져 제대로 즐기긴 어렵지만 이번 가을은 제법 형태를 갖춘 것 같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들고 이제 며칠 지나면 낙엽이 떨어질 것이다. 슬슬 겨울 준비에 돌입한다. 겨울을 앞둔 가을날 시장의 풍경은 어떨까. ‘돌곶이시장’을 찾았다.

‘돌곶이’는 이 곳 지형이 돌을 꼬지에 꿰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산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오패산의 한 지맥이 높이 141m의 천장산을 이루는데, 지맥에 검정돌들이 박혀있고 그 모양이 마치 수수팥떡이나 경단을 꼬지에 꿰어 놓은 형국이라 이 지역을 ‘돌곶이마을’이라 부르게 됐다. 이것이 한자로 바뀌어 석관동이 되면서 ‘석관황금시장’으로 불리다 2017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계기로 ‘돌곶이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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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시장 정류장에 내린다. 골목을 따라 쭉 들어가면 석관시장과 돌곶이시장을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따라 좀 더 걸어간다. 시장에서 유명한 떡볶이집이 보인다. 얼마나 유명한지 오픈시간에 찾아가도 금방 품절이 돼서 아예 택배포장상품까지 나왔단다. 방문한 시간은 퇴근시간 좀 못 미쳐서 떡볶이 구경은 하지 못했다.

반가운 모습도 보인다. 오래되어 보이는 문방구다.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간판이 정겹다.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다양한 장난감들이 안팎으로 빼곡히 진열돼있다. 오래된 오락기도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아날로그 오락기는 잘 사용하지 않아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하지만 작동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뽀얗게 쌓인 먼지와 부셔진 버튼들을 보니 꽤 오래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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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입구엔 역시 코로나19 예방을 알리는 마스크 의무착용 안내표지와 함께 손소독제가 비치되어있다. 입구뿐만 아니라 시장 통로 곳곳에 손소독제가 여유 있게 마련되어있다. 또한 시장 내에 방역소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니 손님들이 안심하고 장을 볼 수 있다.

시장은 잘 정돈된 모습이다. 새롭게 단장한지 얼마 안됐기도 했지만 시장 곳곳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보인다. 아케이드가 설치돼있지만 지붕 아래로 창문처럼 열 수 있어 환기를 시킬 수 있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실내는 꺼림직 했는데 창문을 열어둬서 좀 더 쾌적한 느낌이다. 상인들도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한 모습이다. 가게 안에서 쉴 때는 벗고 있다가도 손님이 찾아오면 급하게 다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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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이 유난히 자주 보인다. 손만두 전문점에선 철판에 구운 기름이 자글자글한 군만두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가게 안엔 직접 빚은 만두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김치만두, 고기만두 두 가지가 있고 옆에 도넛과 꽈배기, 찐빵, 어묵도 함께 판매한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딱 어울리는 메뉴들이다. 한창 만두를 굽던 아주머니는 잠시 쉬기 위해 가게에 들어가 뭉친 어깨를 풀어준다. 오랫동안 만두를 빚어온 손은 거칠고 투박했지만 장인의 손으로 보였다. 또 다른 만두집은 배달도 된다. 라면, 떡볶이, 돈까스, 순대, 어묵, 김밥 등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인기가 많다.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보인다. 안에선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이 보인다.

빵집 앞에선 단골인 듯 보이는 손님과 상인이 담소를 나누며 빵을 고른다. 한 보따리 고르고 계산을 하니 상인은 손님이 잔돈을 챙기는 동안 손님의 손수레 안에 빵이 들어있는 봉지를 잘 넣어준다. 빵내음 만큼이나 훈훈한 장면이다.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훈훈한 장면은 곳곳에서 보였다. 좀 한가한 상인은 옆 채소가게로 놀러가 함께 채소를 다듬고, 잠깐 자리를 비운 가게는 옆 가게 상인이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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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가게엔 때깔 좋은 가을철 과일들이 나와있다. 말랑말랑한 꿀황도가 한바구니 만원, 단감은 한바구니 5000원, 햇사과는 한바구니 만원이다. 포도도 여러 종류다. 기본적으로 흔히 봐온 꿀포도 한바구니 5000원, 청포도보다 알도 크고 당노가 높아 인기 많은 샤인머스켓은 한바구니 1만5000원, 요즘 새롭게 인기몰이 중인 블랙사파이어는 한봉지에 7000원이다. 전부 깔끔하게 진열돼있어 먹음직스럽다.

배추 값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두포기에 6000원이다. 알배추는 한바구니씩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다가오는 김장철이 걱정이다. 채소가게 역시 깔끔하게 비닐에 포장해 진열했다. 배추 외에 나머지 채소는 그래도 저렴하다. 금값이라던 상추는 다시 저렴해 진건지 한봉지에 1000원에 판매하고 깻잎, 쑥갓, 매운고추, 깐마늘 등도 전부 같은 가격이다. 고구마와 감자는 1kg에 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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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가을 생선들도 보인다. 제철인 전어부터 시작해서 힘이 좋다 못해 박스에서 떨어지려하는 살아있는 꽃게, 생물 오징어, 전복, 소라, 산낙지, 대하 등. 박스 끝에 매달려있던 꽃게는 끝내 시장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 모습을 본 손님도 가게를 지키던 상인도 한바탕 웃음이 쏟아진다.

시장 중간 중간 양심 판매를 위해 중량 할 수 있는 저울이 비치 되어있다. 센스가 돋보인다. 또 시장이 방역소독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시장 중앙에 위치한 쉼터에 비치된 소독제 때문이다. 틈틈이 소독하기 위해 쉼터에 잠시 내려놓은 것 같다. 아무래도 쉼터는 실내이다 보니 환기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안심하고 장을 볼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었다. 다른 시장들도 돌곶이시장처럼 방역수칙을 잘 지켜서 좀 더 많은 손님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곳곳에 보이는 돌곶이시장만의 센스에도 엄지 척이다. 제철 과일, 채소, 생선들로 가을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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