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속마음 알아내는 유배지의 편지
다산의 속마음 알아내는 유배지의 편지
  • 박석무
  • 승인 2020.11.1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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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세상에 공개하려는 책에서는 인간 다산의 속마음을 알아내기 쉽지 않지만 아들·형님·제자들에게 보낸 그의 사신(私信)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깊은 속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라는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지난해 10월 30일 자로 간행한 다섯 번째의 책 서문에서 말했던 한 대목입니다. 지난주에 색다른 행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41년 전인 1979년 초판이 간행된 이래 81쇄의 책으로 개역하고 증보했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의 ‘서간적 의의와 학술적 가치’를 논의하는 학술집담회가 열렸습니다.

오늘의 대표적 인문학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께서 집담회 개최의 축하 말씀과 실학 담론의 제안까지 곁들인 축사를 시작으로 네 분의 학자가 4부로 된 책의 한 부에 대한 주제를 발표해 주고 네 분의 학자가 각각의 주제에 토론을 해주는 내용으로 집담회는 진행되었고, 마지막 여덟 분이 함께 자리하여 종합토론을 벌렸던 것으로 회의는 끝났습니다. 모두가 다산학 연구에는 일가견을 지닌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서간문이라는 문체에 대한 이야기에서 편지 내용에 담긴 다산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며, 인간 다산이 형님과 아들들인 혈육에 대한 애정과 바람, 제자들을 향한 스승의 마음까지 모든 의미들이 토론되었습니다.

발제자나 토론자 중에는 학생 시절에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다산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다산을 알아 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에서는, 편역자로서는 보람도 느끼고 격려도 받으면서 책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지닐 수 있었습니다. 다산은 역시 대단한 아버지였으며 탁월한 학자였습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유배생활 18년 동안, 천신만고의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실의나 좌절감 없이, 전혀 용기를 잃지 않은 확신으로 아들들이 행해야 할 삶의 길을 자상하고 세세하게 가르쳐 주었으며, 앞이 막힌 폐족의 처지이지만, 청운의 뜻을 잃지 않고 주야불철 독서하고 희망을 잃지 않으면 반드시 폐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던 굳은 의지를 보여줍니다. 불행한 모든 사람들이 불행에서 벗어나 행운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의 길을 가르쳐주었던 것만으로도 다산의 편지는 오늘 이후에도 계속해서 읽게 될 미래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산의 편지에 담긴 삶의 지혜나 사람이라면 행해야 할 올바른 처신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산은 학자에 머물지 않고 높은 현자의 지위에 올라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의롭지 못한 일에는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겠다는 꼿꼿한 선비로서의 다산, 아들들이 참선비, 선비의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기를 그렇게도 바라던 다산의 뜻은, 아들 이외 모든 국민이 참다운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외침 같아서 우리를 더욱 감동하게 해줍니다. 40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학술집담회를 열어 그 책의 가치를 조명해 준 점에서, 이 책은 생명력을 다시 얻어 더 많은 독자들을 찾아갈 것으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유배지라는 시궁창에서 금과옥조보다 더 아름다운 교훈을 후세에 전해준 다산선생님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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