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분립’과 ‘검찰개혁’
‘권력분립’과 ‘검찰개혁’
  • 윤원근
  • 승인 2020.11.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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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칼럼] 윤원근
윤원근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br>
윤원근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위클리서울=윤원근] 무소불위 집단 사법부, 규칙과 심판도 ‘입맛대로’

가장 지혜롭거나 가장 힘이 센 특정 선수 또는 선수 집단이 심판을 겸하면서 규칙을 만들게 되면 그 또는 그 집단은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고, 또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내린다. 이렇게 운영되는 사회의 도덕 감정은 크게 부패하고 공공선은 파괴된다. 전통 문명사회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사회를 운영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놓은 ‘존 로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 상태를 상정하였다. 자연 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할 천부(天賦)의 권리(자연권)를 갖고 있으므로, 자신과 관련된 일에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심판이 된다. 따라서 거기에는 심판을 겸하면서 규칙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권력자의 억압이 없다.

하지만 자연 상태는 “공통의 척도로 작용하는 안정된 법률”이 없고, “권위를 가진 공정한 재판관”이 없고, “판결을 집행할 기관”이 없으므로 불안정하다. 이 불안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로크는 계약을 맺어 선수와 규칙과 심판이 분화된 정치공동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을 수용한 현대 문명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선수로서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시민 사회’와 이를 규칙에 따라 운영하는 심판인 ‘국가(정부)’로 분화된다. 이에 더하여 국가는 공통의 법률을 만드는 입법부, 법률을 해석해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판결을 집행하는 행정부라는 대규모 심판진으로 구성되어 서로 견제하면서 운영된다.

 

2019.10.5 서초 검찰개혁 집회 당시
2019.10.5 서초 검찰개혁 집회 당시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독립성 내세워 권력 비리 수사하는 이중적 검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한국 사회는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선수와 규칙과 심판의 분화와 권력분립을 확립해 가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고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도 그러한 과정의 하나이다. 입법·사법·행정이라는 심판진 간의 권력분립에서 검찰은 법을 해석해서 적용하는 사법권(기소권)과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수사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특수 조직이다.

몽테스키외는 “재판권(사법권)이 집행권(행정권)과 결합하게 되면 압제자의 힘을 갖게 된다”고 말했는데, 검찰이 그러한 위험성을 내포한 조직이다. 그래서 군부 정권을 포함해 독재자들은 검찰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때문에,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검찰의 독립성이라는 요구가, 살아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모든 민주 정권에서 한결같이 나타난 정치 권력자들의 대형 비리를 수사하는 일련의 과정과 결합하면서 검찰은 막강한 힘을 가진 조직이 되었다.

민주화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독재 시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은, 한편으로 여전히 정치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독립성을 내세워 정치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는 이중적인 조직이 되어 있다. 또 이미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문화로 존재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조직 논리도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정치-심판’ 권력 남용 막을 개혁 방안 찾아야

검찰 개혁에 대한 현 정권의 견해는 “정치적 비리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비대해진 검찰이 중립적인 심판이라는 과잉 사명감으로 무장해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조직이 되었으므로 민주적 통제를 통해 힘을 약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를 만들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공수처도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갖게 되어 있다.

다수 국민은 민주적 통제의 순수성을 의심하면서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을 공수처와 검찰 모두를 집권 세력의 통제 아래 두어 자신들의 정치적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로 여긴다.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전통적인 제왕적 통치 방식의 잔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진영 논리와 ‘내로남불’이 극심한 한국 상황에서 이러한 의심은 무시하기 어렵다. 검찰이 정치 권력에서 독립한 기관이 되면서도 심판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양방향의 합리적 개혁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상기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 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저서 : 동감의 사회학,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말하다, 유사 나치즘의 눈으로 읽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동감 신학, 문명의 문법과 현대 문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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