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개월째 상승

[위클리서울=왕명주 기자] 한겨울 동장군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매맷값과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고 있다.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도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도 부랴부랴 비상 대책을 준비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대책’이 초유의 화두로 떠 오르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왕성국 기자

‘전세대란’이 다시 한 번 꿈틀거리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2%로, 8월( 53.3%)과 9월(53.6%)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상승 폭도 9월 0.3%에서 10월 0.6%로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어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75.1%에서 올해 8월 53.3%까지 하락세였다. 이 기간 전세가율이 이따금 상승하기도 했으나 2개월 연속으로 상승한 것은 4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세가율이 전달 대비 떨어진 곳은 중랑구(60.6%→59.8%) 한 곳뿐이었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63.0%)였으며 가장 낮은 곳은 용산구(46.2%)였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도 2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65.5%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31일 시행된 새 임대차법을 전셋값이 폭등한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새 임대차법’ 주요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세가율 상승과 갭투자 증가는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타인자본(전셋값)이 늘어나면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매매 초기에 자기자본 투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59㎡ 19층은 지난 9월 26일 6억 5800만원에 매매됐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지난달 27일엔 새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4억 2000만원의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새 집주인은 사실상 2억 38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입한 셈이다.

이 단지 같은 주택형은 지난 7월만 하더라도 매매 5억7000만∼6억7000만원, 전세 2억 8300만∼3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최소 2억 8700만원 벌어져 있었으나 전셋값 급등 사태 이후엔 그 격차가 5000만원가량 좁혀진 것이다.

더욱이 갭투자 매매는 규제지역보다 비규제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갭투자 매매가 증가한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95건), 경기 김포시(94건), 경기 파주시(88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8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비규제지역으로, 최근 투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곳들이다.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변동이 심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대우’ 전용 84㎡ 13층은 지난달 19일 4억 6600만원에 팔린 뒤 새 집주인과 세입자가 이달 2일 3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당곡마을 월드메르디앙’ 전용 80㎡ 2층은 9월 8일에 팔린 매매가와 그 다음 달 31일에 계약된 전셋값이 2억 3500만원으로 같았다. 현재 이들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가능하고, 2주택자도 취득세가 1∼3%에 불과하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조만간 전세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임대 물량을 최대한 늘려 전세난에 숨통을 틔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을 발표하고자 최종 조율을 벌이고 있다.

 

‘상한제 도입’ 고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대책 발표일로 잠정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이 커지는 만큼 정부 입장에선 뭐라도 내놔야 하지 않겠냐"면서 "이번 주에는 대책을 발표하고자 최대한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11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해당 회의를 녹실회의로 대체해 대책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녹실회의에는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호승 경제수석이 참석해 전세난이 발생한 지역에 더 많은 공공임대 주택을 더 빨리 공급하는 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난 상황이 심각한 만큼 임대주택 공급량은 더 늘리고, 공급 시기는 더 앞당기는 방안을 모색하느라 대책 발표 시기가 순연된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 의무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89년의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시 4∼5개월의 혼란기가 있었는데 이번 임대차 3법은 더 큰 제도적 변화인 만큼 전세난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단기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수만호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예상되던 수천호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물량이다.

공급 시기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물량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단기 물량을 최대한 늘려야 시장에서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골간은 현재 공실인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대해 전세로 다시 내놓는 기존 주택 매입·전세임대 주택이다. 수도권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단독주택, 아파트가 매입·전세임대 주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상가나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만들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이처럼 공급하는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적기관이 주도하는 공공임대 성격이 될 전망이다.

김현미 장관은 9일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전세난 관련 대책으로 LH와 SH 등 공공기관의 전세임대가 유력하냐는 질의에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전세임대는 이미 정부 예산이 잡혀있고, LH에 그 정도 사업할 정도의 자금력은 확보돼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민간임대를 통해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안 또한 함께 점검하고 있다. 기존 공공임대 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장기 공급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당장의 수급 상황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전세대책은 매매시장 안정과 임대차 3법 등 기존 정책과 배치되지 않는 선에서 내놓는 보완 방안 성격이므로 기존 정책 방향에 대한 수정은 없다.

홍 부총리는 10일 국회 예결위에서 '전세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시장의 가격에 대해서 하한·상한제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세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정부 대책을 맞아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