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위클리서울=박종민]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장제 장묘문화와 국민 정서를 눈여겨봤다. 나라마다 전래의 전통을 살려가며 현실 질서에 맞게 조성된 묘소 묘역에 특별히 관심이 갔던 차다.

어느 국가이든 인간이 죽음으로서 생을 마감하게 되면 영혼과 육체가 영면하는 안식처라 할 유택(幽宅) 즉, 묘를 만드는 게 상례다. 그런 장제 관련 문화를 주의 깊이 관찰해본 것이다.

한마디로 평하면 서방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그들대로 국가 차원의 장묘정책에 발맞춰 실행하는 장제 장묘문화가 대단히 경제적이면서 실용성으로나 실리 차원에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제와 묘소에 관련된 문화적 실태를 비교해보게 된 것이다. 결론은 우리도 이젠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는 태곳적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교적인 학문과 교양에 기반을 두고 장제 장묘문화가 형성됐다. 같은 동양권에 유교 문화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두 나라와도 장제 장묘문화만큼은 완전히 다르다.

국토의 규모나 인구로 봐도 광활하기 그지없는 큰 국토를 가진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면 국토면적이 좀 더 넓고 인구가 많고 국민소득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장제와 장묘문화가 간소화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진부(陳腐)하다 싶은 전통 전래문화만을 고집하는 우리의 문화 의식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허세 허드레라 할까? 조상을 섬기는 일이긴 하지만 검소하게 치러야 할 때다 싶다.

  우리의 장제 장묘문화는 허례(虛禮)와 허식(虛飾)과 허비(虛費)를 조장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시대가 변하며 세대들의 의식과 인식이 급격히 바뀌어 가고 있다.

관혼상제는 물론 설날을 맞아 지내는 차례가 간소화 또는 폐지되는가 하면 세배 풍습은 자취를 감췄다. 요즘 세대에겐 허례허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한민족 고유의 전래문화라 하더라도 이젠 바꿔야 하리라 싶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무쌍하다. 첨단화 시대에 접어들어 섰기에 시대적 요건이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신세대들의 인식과 관념에서 볼 때 바꾸고 고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모든 걸 시류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지나치다 싶게 많은 불필요한 일들과 불필요한 씀 새와 허례 성의 불필요한 예의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매년 이뤄지는 벌초 행사도 매한가지란 느낌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 묘소의 관리에 적잖은 비용이 들면서 에너지 소비가 크다. 설날과 한식날 추석날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 돌아다보는 성묘도 마찬가지다.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선 조상님께서 물려준 전래전통에 따른 형식과 규범대로 잘 수행해야 하는 게 자손의 도리일 것이며 조상에 대한 예우이면서 추모하는 후손들의 소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실행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현실적인 시대 흐름에 맞춰 볼 때 지나치게 과소비와 어떤 면피성으로 추진 수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체면을 올리기 위한 허비와 허영 적인 겉치레 행사가 되어선 아니 되기 때문이다. 

  효심과 효성은 그리 표현하고 표출하지 않아도 진정한 맘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성이 담겨 있다면 되리라.

조상님들께 상례 제례 벌초 성묘 등에 좋은 음식들로 잘 차리고 깍듯이 잘 모신대도 알아보진 못하리라. 모두가 허례와 허식이다. 가족 구성원 간에도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다. 불필요하게 준비해야 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검소함에 기본을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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