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이후 ‘후폭풍’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 내 변화를 읽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남북 경제협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4대 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경협 2.0 시대 대비를 주문하며 “정세 변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한 번 전환점에 선 남북 관계와 한반도 분위기를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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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전보다 한 발 더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주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우리 정부의 포괄적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과 많은 부분에서 조응한다"며 "이런 것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우리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 대회를 계기로 경제 발전을 지금보다 우선적인 목표로 둘 것"이라며 "특히 올해 코로나, 제재, 자연재해의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은 내년에 경제적 성과 창출에 훨씬 집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앞으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 진전 과정에서 대북 제재의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기면 남북 경협이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통일부 수장인 이 장관은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는 남북 경협 리스크 요인 극복 등 경협 환경을 마련하면서, 북한 지역 개별관광,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 과제들을 착실히 준비하고, 작지만 호혜적인 경협 사업들을 발굴·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북 경협 시간’ 준비

결국 미 대선 결과가 다시 한 번 전환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작은 정세에서 큰 정세로의 전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기업이 코로나 환경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산업혁명 4.0 시대, 남북 경협 2.0시대를 열어나가줘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시점에서 기업이 새로운 남북 번영의 시대, K-번영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장관은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 경협 비전과 대응을 위한 기업과 정부 간의 정례화된 만남도 제안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회동 자리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정창화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 이백훈 현대아산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신한용 개성공단 기업협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인용 사장은 “2년 전 남북정상회담 때 기업도 이제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들어가겠다는 큰 기대를 갖고 나름대로 역할을 모색했다"며 "그동안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지 못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며 "경협의 시간을 함께 준비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경제계 간담회 추진 배경에 대해 “이 장관이 미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가 변곡점을 맞이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와 함께 민주당도 미국 측 대북 정책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해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을 만난 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은 일단 긍정적인 모습이다. 대표단 일원인 윤건영 의원은 3가지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3기' 행정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2009년 당시는 미국의 파트너인 남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이었으나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선언이라는 성과 위에서 북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큰 차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장관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에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북미대화의 경험과 교훈이 다음 행정부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이유는 북한의 핵 위협도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 된 만큼 과거와는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고 따라서 과거와 같은 전략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화 프로세스’ 가동

대표단 김한정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 기조인 동맹 존중, 외교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무력사용 배제 등 기본 원칙이 한반도 평화 진척 과정에 상당히 중요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이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의 원칙과 일치하기 때문에 북한 관련 기본적인 입장들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방미의 성과였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단장도 바이든 당선자의 제1호 공약이 파리기후협약 복귀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 서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이 동일하다는 점도 대북정책에 대한 양 정부의 협력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도 북한의 도발 하나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북한의 도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와 사이에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통합시키고, 성공하는 정부를 이끌어 나가길 기원한다"라며 "둘도 없는 우방국이자 든든한 동맹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상 간의 굳건한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잘 협력해 왔고, 미국 민주당 정부는 한국의 민주당 정부와 평화프로세스를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폭풍 같았던 미 대선이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상반기가 중요할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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