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소연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 운영위원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소연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 운영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김소연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 운영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법 통과 가능할까.

▲ 정의당도 국민청원을 통해 발의해 지금 국회에 계류한 상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어두운 흐름’들이 있어 보인다. 기업들도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간단하다.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자는 것이다. 노동자를 죽음에서 지키고 안전하게 일하게 만들자는 게 왜 나쁘다는 건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산업재해가 매우 심각한 나라다. 1년에 2,400명이 죽어가고 있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 데는 기업주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비용보다 산재로 인한 기업부담이 더 적기 때문에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강력한 기업주 처벌이 없다는 점이다. 이 법이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갖지 않았다.

적어도 살아있는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복적인 산재가 일어났을 때 처벌을 강화해야 기업주들이 긴장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하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사유는 없다. 이 부분만 고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기업운영이 어렵다고 한다면 사람을 죽이는 기업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뜻이 된다.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버는 게 정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공공부문 전환제도 시행이 3년 지났지만, 처우 문제와 자회사 설립 등 개선 부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약간 진척된 부분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적어도 전환이나 자회사 등을 할 때부터 현장노동자들의 반대가 있었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하청이나 자회사로 전환됐어도 큰 차이가 없다. 노동자들도 이름뿐인 자회사나 하청일 때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확실하게 전환돼야 한다.

지금 코로나와 경기침체로 10월 해고 대란에 이어 노동자들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있다. 재난 상황에서 정부에 해고금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해고는 계속 늘고 있고 앞으로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IMF 전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없었다. 대부분 정규직이었고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억울하게 해고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차별하게 대량해고를 당하는 일은 그 당시엔 없었다.

 

- 코로나로 노동이 위기다.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해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많은데.

▲ IMF 이후에 정리해고라는 생소한 제도가 생기면서 노동자들을 놀라게 했다. ‘아, 나도 일터에서 쫓겨날 수 있구나’라는 위기감이 들면서 엄청나게 저항하며 싸웠다. 이것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지금은 비정규직이 해고 1순위 대상이고 해고 일상화가 된 구조 속에 살고 있다.

노동자들은 악 소리나 저항 한번 하지도 못하고 잘려나간다. 대기업은 그렇다 해도 작은 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없어서 해고되는 노동자들이 엄청나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싸운다. 노조가 없는 곳은 못 한다.

우리는 그나마도 어려운 가운데서 싸우기라도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자가 해고되면 생계위협에 내몰리면 경제도 위태로워진다. 정부가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해고금지를 하라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 노동자 산재 사망이 많은 당진 현대제철소를 특별 위험지구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당연히 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당진제철소에는 그 유명한 말이 있다.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일하던 29세 청년이 새벽에 일하다 발을 헛디뎌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숨진 사건이 있었다.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연합뉴스와 MBC 등이 보도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적었고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혔다. 한 누리꾼은 조서에 그를 기리며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시를 써 심금을 울렸다. 당진에서는 1년에 몇 명씩 사고가 난다. 특별위험지구는 이곳 말고도 많다.

당진을 비롯해 순천과 광양, 포항 등이 있다. POSCO(포항제철소)에는 노조가 있지만, 엄청난 탄압이 있었고 거의 와해 되다시피 했다가 다시 복구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노조를 만들면 해고당하기 때문에 산재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노동은 있어도 노동법은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무엇이라 보는가.

▲ 앞서 말했듯이, 지금 정부 정책이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움직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법안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조 경험이 있던 사람이나 민주노총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

이것은 결국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우리가 이런 악법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 정부는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 보니 정반대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스스로 문제점을 고민해야 한다. 거대 여당이 됐지만, 기업주와 재벌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그런 정책을 해왔다.

 

- 대기업 삼성 노조도 출범했지만, 불안하다.

▲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그 안에 수많은 노동자의 피땀과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이 있었다. 또 엄청난 인권유린과 노조 감시, 노조원 납치, 폭력이 점철된 역사였다. 이는 처음부터 너무 잘못된 역사였다.

이런 잘못된 모순이 바로 잡히려면 부당세습으로 표현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적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면죄부를 줄 게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준에서 그에 상응한 ‘시대적 처벌’이 따라야 한다.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상적으로 잘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잘 모른다.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여전히 노조 안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고, 해고된 노동자들이 지금도 싸우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 암보험 피해자들과 삼성건설에서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도 많다. 이들이 총체적으로 함께 원만하게 잘 해결이 되고, 이번 기회에 여러 공과를 넘어 적절하게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과도한 물량 배달로 택배 노동자 사망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는데.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가.

▲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산재와 자살에 있어서 OECD 1위 국가다. 얼마 전 택배 노동자가 또 사망했지만, 이 문제는 그전부터 예견된 사안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커지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입지가 더 심각해졌지만, 원래부터 문제가 심각했다. 그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언론이 잘 보도를 하지 않았고, 그나마 최근에 보도가 되면서 부터 시민들이 심각성을 깨달았다.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죽어가지만, 언론이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묻혀 버린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에 사주가 대책 마련 발표를 했지만, 여전히 택배 노동자들은 그런 조치가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 밤 10시 심야 노동 금지를 약속했는데.

▲ 10시가 아니라 그때까지 일하지 않도록 법을 마련해야 한다.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건 죽음의 노동이다. 여기에 택배 노동자의 임금도 워낙 낮은 데다 대부분이 지입 차로 들어가 있다 보니 모든 비용도 본인 부담이다.

택배 회사는 트럭 한 대 없이 막대한 돈을 버는 구조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택배 물품 분류도 노동자가 해야 하고, 사측이 단가를 후려치며 이득을 취해 왔다. 많은 택배 회사들이 이런 식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성장한 만큼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고 저임금에 울고 있다. 누군가가 돈을 많 번다는 건 누군가가 그만큼 희생을 당했다는 뜻이다. 결국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 비정규직과 노동자 해고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시민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 경제적 재난 상황이 왔을 때, 가장 고통받는 대상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취약계층들이다. 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중에서도 '특수' 자가 들어가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나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이 가장 먼저 해고를 당한다. 택배기사는 일감이 너무 많아 과로사가 많지만, 반대로 대리운전기사들은 아예 수입이 전혀 없어 생계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더 심각한 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리 없는 해고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어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길거리에 내몰려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또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한다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이는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정부 관료나 일반 시민 모두가 하나의 노동자 가족이다. 다수의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고 안전하게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데 더 큰 관심과 노력, 이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합쳐가야 한다.

정치권도 이제는 소수 1% 기업을 위한 제도를 만들 게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입장에서 국제적 수준에 맞는 노동법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올해는 국제노동기구(ILO) 창설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영원한 청년 노동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의로운 분신한 지 50주년을 맞았지만,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노동 악당' 국가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김소연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 운영위원장

- 전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
- 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 2012년 11월 제18대 대통령 후보
- 사회변혁노동자당 창당 발기인
- 2017년 8월~ 노동자 쉼터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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