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벼슬에도 최선을 다하던 다산
낮은 벼슬에도 최선을 다하던 다산
  • 박석무
  • 승인 2020.12.0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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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1795년은 정조의 재위 19년째의 해였습니다. 그때 다산은 34세, 임금의 신임을 크게 받아 한창 벼슬길이 열리던 때였습니다. 그해 정월, 사간(司諫) 벼슬에서 정3품 당상관에 올라 동부승지(同副承旨)에 제수되었다가, 며칠 뒤 병조참의로 옮겨, 임금을 호송하여 화성의 행차에 참여했습니다. 혜경궁홍씨를 모시고 화성에 이른 정조는 대형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다산은 그런 행사에 적극적으로 주선하면서 임금의 최측근에서 온갖 총애를 독차지하던 때였습니다.  

기쁨도 한때, 세상에는 큰 난리가 났습니다. 그해 3월 20일 다산은 우부승지로 옮겨 임금과 함께 국사를 제대로 처리하려던 참인데, 중국인 주문모라는 신부가 우리나라에 몰래 들어와 북산(北山: 북한산)에 숨어 지낸다는 소식이 알려져 세상이 요란해졌습니다. 다산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나, 반대자들은 정약용이 주문모 입국에 관여되었다면서 온갖 악담과 비방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런 유언비어와 가짜뉴스에 임금도 괴로워하다가 3품의 벼슬이던 다산을 7품의 금정도찰방으로 좌천시키고 말았습니다. 

그해 7월 26일 발령을 받은 다산은 충청도 청양현에 있던 금정도찰방으로 부임합니다. 그가 거처하던 관청은 오죽헌(梧竹軒)이라고 부르던 곳입니다. 오죽헌이라는 거소에 대한 글이 「오죽헌기(梧竹軒記)입니다. 

귀양살이 같은 좌천의 벼슬, 죄 없이 당하는 억울함을 안고서, 다산은 이런 직책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힘들고 괴로운 직책을 수행하는데 훌륭한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관말직의 벼슬이지만, 여기에도 즐거움이 있다면서 삼락(三樂)을 이야기합니다. 역마(驛馬)를 관리하는 직책이 찰방이라는 벼슬이어서, 밖으로 나가려면 언제나 빠른 말을 탈 수 있는 즐거움, 금정도찰방 예하에는 작은 소속 역이 몇 군데 있는데 그런 곳의 산수를 구경 갈 때에는 속역에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 충족하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즐거움은 큰 목민관들과는 다르게 조그만 지역이어서 쌀이나 소금을 처리하는 일이나 소송사건을 처리하기가 간편해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좌천의 불행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세 가지의 괴로움이 있는데, 말들이 병들어 건강한 상태가 아니면 찰방의 죄가 되고, 역부(驛夫)들의 노역이 고르지 않아 원망이 있다면 찰방의 죄이고, 역을 이용하는 공직자들이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여 말과 사람을 고달프게 할 때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찰방의 죄이니, 이 세 가지가 괴로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다산의 지혜가 나옵니다. 세 가지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의 괴로운 일을 철저히 이행하여 죄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즐거움에 빠져 판단력 없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찰방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다는 다산의 생각이 건전해 보입니다. 괴로움에서 즐거움이 나오고, 즐거움에서 괴로움이 나올 수밖에 딴 도리가 없는 인간사, 귀찮고 괴롭고 힘든 일을 죄악에 들지 않도록 철저히 수행할 때에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다산의 지혜에 우리도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공직 의무를 철저히 수행했기에 금정찰방이 끝난 뒤 다산은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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