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이다는 술수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는 술수
  • 박종민
  • 승인 2020.12.1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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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위클리서울=박종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아마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하기가 매우 힘이 드리라. 그야말로 고난(苦難)이다. 이빨을 대신하는 역할과 효력이 날 수가 없고 이빨이 가진 기능 발휘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이빨은 이빨의 역할을 해야만 되고 잇몸은 잇몸으로서의 자기가 해야 할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 빠져버린 없는 이를 잇몸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자근자근 씹지 않고 어물어물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기기 전엔 불가하며 불편하며 부당하리라.

이빨과 잇몸이 따로 독자적이며 독립적인 관계로 이뤄진 이상 두 가지 역할을 수용할 수가 없는 게 생물학적 원리이며 우리 몸의 구성된 체제이다. 매사가 각각 자기 맡은 바에 충실해야만 된다는 이치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빨이 얼마나 중요한가. 먹을 수 있는, 먹어서 몸에 영양분을 주는 것들은 먹어야 만 되니까. 이빨은 음식물을 흡입하는 경로에 없어서는 아니 될 필수 도구이며 그만큼 우리 몸엔 힘을 쓰는 권력기관이기도 하다.

이를 아끼고 위해야 한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이 있듯 사납기로 이름난 맹호도 이가 없으면 산돼지, 집돼지만도 못하다. 이빨은 권한도 막강하다. 반드시 이빨의 통과 의례를 거쳐야만 한다.

가시든 모래든 티끌 부스러기든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하는 책무를 졌다. 그런 소중한 이가 없다면 어떻게 할까? 잇몸으로 그냥 어물어물 깨물어야 한다. 몸에 이가 없는 정황을 상상해보자. 

  이빨의 검문 검색을 거치지 않은 모든 음식물은 그냥 통과하려고 해도 통과할 수가 없다. 어물어물 대충대충 넘어가려면 목이 메게 돼 있다. 삼켜 넘길 수가 없다. 반드시 임플란트라도 해야지 되는 상황이다.

아래 이와 위 이가 위세 당당 합세하여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목에 깁스한 품새다. 그렇게 이빨은 우리 몸의 파수꾼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함부로 목구멍을 넘나들지 못하도록 하는 저지하며 제어를 가하는 막중한 소임을 가진 것이다.

그런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함부로 이빨에 혹사를 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만용이랄까? 더러는 이로 맥주병을 따고 유리 조각을 씹어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엉뚱한 주장을 한다.

  바보짓이건만 우쭐대는 만용이 정신적 착난(錯亂)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깨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형이 두 가지다.

하나는 되지도 않을 사안에 억지로 막무가내로 대들며 이게 아니면 이것이다, 라는 식으로 시위하는 형국의 사람이다. 떼를 쓰며 엄포 놓는 사람 말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이가 없어 잇몸으로 깨물어야만 하는 입지와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즉, 힘겹게 살아가는 저소득층의 노약자들이나 기초생활 보호 대상자들 말이다. 어둡고 그늘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옆에서 도와줘야 할 사람들 말이다.

  연말이다. 우리 사회엔 십시일반 돌봐야 할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추운 겨울엔 겨울나기로 살아나갈 환경 여건이 더 어렵다.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있는 형편이 아닌가!

균형감각을 상실한 듯 잇몸으로 때우자며 덤벼드는 몰지각한 사람들, 되지도 않을 일을 억지 부리며 떼쓰고 잘난 체 과격한 행동거지를 일삼는 사람들은 논외다. 감당해야 할 사안을 감당해 낼 수가 없는 이들을 모른 척하지 말자.

이들은 투정과 불만의 표시도 잘 나타내질 않는다. 예부터 어려운 백성의 구휼(救恤)은 임금님도 못다 한다고 했다. 시내 곳곳에서 자선냄비 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힘겨움에 처한 잇몸으로 때우려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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