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친미 이분법 벗어나 주권국가로서 할 말 하는 당당한 한미동맹 되어야”
“반미·친미 이분법 벗어나 주권국가로서 할 말 하는 당당한 한미동맹 되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12.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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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전진우 민주사회네트워크 회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전진우 민주사회네트워크 회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전진우 민주사회네트워크 회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전쟁은 학살을 수반한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논쟁이 여전한데.

▲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20년이 지난 90년대 이후, 베트남 전쟁의 한국군 문제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초점은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었다. 물론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다수 군인들은 격한 반발을 한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반공의 십자군’으로서 ‘자유월남’을 위해 싸웠으며, 병사들의 피와 죽음의 대가로 벌어들인 ‘달러’는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조국근대화에 일익을 담당했거늘 지금 와서 ‘학살자’라고 비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베트남 전쟁은 군인들 간 정규전이라기보다는 게릴라전에 가까운 특수한 전쟁이었다.

내가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했던 참전군인들은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고, 게릴라인지 민간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전쟁에서 함께 했던 전우가 민간인으로 위장한 ‘베트콩’의 공격을 받아 숨지면, 한마디로 정신없이 총질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 한국 정부의 과거사 사과 문제는.

▲ 그러나 사정이 어떠했든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고, 베트남 중남부 여러 지역에서 학살된 베트남인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군의 학살이 벌어졌던 베트남 꽝응아이 등지에는 ‘한국군 증오비’까지 세워져 있다.

베트남 유족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사과는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군도 베트남전에서 5,000명 이상이 전사했다. 또한 그보다 많은 부상자와 고엽제 피해자, 그리고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참전군인들은 더 많다. 한국군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다.

따라서 진정한 한-베트남 우호를 위해서 과거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그것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잘못을 끝내 사과하지 않는 데 비해, 우리가 세계에 도덕적 우위를 보여주는 나라임을 보여주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

 

- 6.25 ‘북침-남침’ 논란도 있었는데.

▲ 1950년에 일어난 6.25 전쟁은 명백히 소련 스탈린과 북한 김일성. 박헌영이 공모해 일어난 남침이다. 그렇다고 당시 남북한 간에 아무 일도 없었던 상황에서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쳐내려온 것은 아니다.

1948년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자”는 등 공공연하게 북진통일을 이야기했다. 1949년 들어서는 38선 지역에서 남북 간 무력충돌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다시 말해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북측이었지만,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는 이미 한반도에 팽배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해방 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었는지, 그 책임은 어디에, 누구에게 얼마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이제 냉정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여전히 베트남을 잘 모르는 것 같다.

▲ 요즘 우리 젊은이들에게 한 가지 말 하고 싶은 게 있다. 한국인들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 감독 덕으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베트남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 같다.

베트남과 관련한 인터넷 댓글을 보면 ‘베트콩’이란 말도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베트콩은 ‘베트남 코뮤니스트’(Vietnam Communist), 즉 베트남 공산주의자의 약자다. 당시 미군이 ‘남베트남 해방전선전사’들을 조롱하는 투로 부른 말이다.

이것을 마치 고유명사처럼 쓰는 건 베트남 독립전쟁에 나섰던 젊은이들뿐 아니라, 더 나아가 베트남 민족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베트남 역사를 잘 알지 못해서 썼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그런 단어를 삼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바이든 신정부로 가보자. 트럼프의 동맹국 방위비 압박으로 한미 간 마찰음이 있었는데, 향후 동맹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 복원’으로 바뀌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고, 그런 방향으로 변화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전제는 미국은 그들의 국익을 기준으로 철저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헤게모니 하에서의 세계 질서’라는 그들의 패권주의를 미국이 근본적으로 변경한 적은 없다. 물론 독일의 ‘나치즘’(Nazism)과 구소련의 ‘스탈린이즘’(Stalinism) 같은 전체주의에 맞섰던 미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분쟁 및 전쟁의 80% 이상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사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미국은 항상 자유민주주의라는 저들의 가치를 앞세우지만, 실상 그 속을 따지고 보면, 자국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 등 본질적으로 그들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 전시작전권 환수도 난항인데.

▲ 트럼프가 물러나고 바이든이 왔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당연히 한미동맹은 필요하다. 단지 그것이 동등한 동맹이냐가 관건이다. 미국이 갑이고 한국이 을인 동맹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냉정하게 현실적 차원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환수는 주권국가로서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다. 미국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는 미국이 한국에서 전시작전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영원히 전작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소리다.

 

- 국방외교 원칙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 한국전쟁 이후, 70년이 넘도록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갖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과거에 우리가 나라에 힘이 없어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국민소득 3만 달러의 OECD 선진국 그룹에 진입한 나라로 국력이 신장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작권을 미국에 위임한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가져오자면, 우선 우리 정부가 원칙과 중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일부 국민은 여전히 미국이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외세 의존적이고 굴종적인 냉전 시대의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반미-친미’ 이분법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로서 할 말은 하는 당당한 한미동맹이 되어야 한다.

 

- 방위비 증액 논란도 멈출까.

▲ 같은 논리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방위비 증액 요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는 특정 정권의 문제,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또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주권의 문제이고,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그저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는 건 일방적 동맹일 뿐, 호혜적 동맹 관계도 아니고,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처사다. 이는 시위 때마다 광화문에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극우 보수 편향의 사람들도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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