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도 주목하는 영화 ‘소원’
이웃나라도 주목하는 영화 ‘소원’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12.2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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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조두순 출소로 한창 떠들썩했던 12월 초. 그의 출소일인 12월 12일에 중국의 네이버격인 ‘바이두(百度)’를 열었다가 첫 화면에 노출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갓 출소한 조두순의 얼굴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가 가장 윗부분에 노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제목은 ‘(영화) 소원 사건 범인 조두순 형기 만료 출소, 12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 노출, 분노한 사람들 계란을 던지다’이다.

 

바이두 앱 버전 첫 화면에 노출된 조두순의 기사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바이두 앱 버전 첫 화면에 노출된 조두순의 기사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과연 중국에서는 조두순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궁금해서 재빨리 기사를 훑어보았다. 해당 기사는 SBS사의 12일자 최신기사에 근거한다고 되어있었다. 대략의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한국 영화 ‘소원’ 중 어린이를 성폭행하는 범죄자의 원형인 조두순이 12일 형량 만기 출소했다. 아침 6시 45분, 조두순이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 법무부 차량을 타고 주거지인 경기도 안산시로 이동, 8시 45분 안산시준법지원센터에 도착, 거기에 이미 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었는데 조두순을 향해서 계란을 던지며 분노를 표시했다.

- 한국 언론은 조두순이 안산에 도착 후의 사진을 노출했는데 머리는 회색이고, 마스크를 썼으며, 손에는 귤을 꽉 쥐고, 보소관찰소로 이송했다.

- 조두순 거주지 부근의 주민들은 항의하기를 “왜 조두순을 보호하나? 우리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보아하니 이사해야 되겠다” “우리가 설마 조두순 때문에 상처받아야 하나? 잠도 제대로 못 자겠다”라고 했다.

- 2013년 상영된 한국 영화 ‘소원’은 조두순의 범죄가 원형인데,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복무기간 중 조두순은 여러 차례 청원서상에서 말하길, 본인은 범죄정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반드시 피해자와 만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해당 기사는 다른 기사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수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12월 12일 20:14 기준 댓글 1,998개, 좋아요 2678개, 상위 노출 추천 948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몇 가지 댓글을 소개해 본다.
 

- 네티즌 ‘백형의 세계’: 그를 나오게 해서 뭐하려고, ‘소원2’를 찍으려고? (좋아요 1.4만)

- 네티즌 ‘뱃노래’: 어째서 수류탄을 던지는 사람이 없지? (좋아요 8259)

- 네티즌 ‘4월의 밝은 태양’: 아니, 저 물건이 출옥하는데 차를 보내다니! 다들 혼자 가방을 든 후 큰 철문이 철컹 닫히면, 담배를 피워 물고 떠나는 거 아냐? (좋아요 2914)

- 네티즌 ‘hgx’: 그 여자아이는 어찌 됐는지 알고 싶네?(좋아요 2884)
 

전반적으로 댓글은 우리나라보다 과격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국의 사건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중국의 댓글 문화가 우리보다 순화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바이두에서 ‘조두순’을 치면 백과사전 항목까지 생겨있는 걸로 봐서는 조두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 걸로 보인다. TV보도 및 뉴스자료 또한 상당하다. 한편으로는 이웃나라 범죄자에 뭐 그리 관심이 많은지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도 요즘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서도 제목만 보고 클릭해 들어가면 전혀 예상 못한 다른 나라 범죄 이야기일 때가 많으니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또한 영화 ‘소원’이 개봉 당시 중국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영화 전문 평가사이트 평점 9.3점), 271만이라는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사실도 참고해야 하겠다.

 

조두순에 대해 개설된 바이두백과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조두순에 대해 개설된 바이두백과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조두순을 제외한 한국 관련 기사는 뭐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가십성 기사 중 블랙핑크 기사가 자주 눈에 띄었다.

‘블랙핑크의 리사, 마침내 이마를 드러내다’, ‘블랙핑크 멤버들 너무 아름답지 않니?’, ‘블랙핑크의 제니, 여신급 미모’ 등등 딱히 시의성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내용도 별로 없는 기사들이 끊임없이 노출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참고로 블랙핑크는 현재 중국에서 펩시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블랙핑크의 중국 내 펩시 광고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블랙핑크의 중국 내 펩시 광고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이런 기사들을 보다보니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중국과 한국이 참으로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만 보더라도 ‘중국’이 외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별도 판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는가 하면,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뉴스 판에서 심심치 않게 중국 관련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서로에게 영향력이 상당한 이웃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기사들보다는 부디 영양가 있고 도움 되는 기사들이 양국으로 많이 노출되기를 바란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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