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유배살이라는 가장 고통스럽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던 다산, 자신이 처해있던 간난신고의 어려움은 걱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해야 부패한 나라를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학문적 연구만을 계속하였습니다. 낮이 짧다 여기고 밤새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무려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세상에 남겼습니다. 법을 새롭게 제정하고 잘못된 법제를 통째로 개정하자고 40권에 이르는 『경세유표』라는 법제 개혁의 대저를 저술하였으며, 목민관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백성을 위하는 목민관이 되고, 모든 관행과 잘못된 시행령 등을 정비하여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려내자는 뜻으로 『목민심서』48권의 거질을 완성해냈습니다.

또한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억울한 죽음이 올바르게 밝혀지지 않음을 염려해서, 살인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도록 바른 수사와 재판의 지침서이자 판례집인 『흠흠신서』라는 30권의 귀한 책으로 저술했습니다. 그러한 정법(政法) 3집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새롭게 개혁해보자[新我之舊邦]”는 다산의 뜻은 새삼스럽게 요즘에 와서 더욱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됩니다.

해방 후 75년, 독재자들의 비위에 맞는 악법들만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도구로 활용되었을 뿐, 천부적인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국민들은 독한 권력에 신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약간의 개혁이나 법제의 제정은 있었지만 국회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못되어, 시도하던 개혁입법들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어떤 경우는 통치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더욱 악화되는 법제도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2019년 12월, 마침내 국회는 난장판 속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국민의 여망이던 ‘공수처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법은 1년이 넘도록 야당의 저지로 끝내 시행할 길을 찾지 못했는데, 촛불의 힘으로 이룩된 거대 여당은 지난 10일 마침내 개정 공수처법의 통과로 이제는 시행될 형편이 되었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국가적 어젠다 하나가 마침내 첫발을 뛰기에 이르렀습니다. 얼마나 바라고 기다리던 소식인가요.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라는 책을 읽으며, 그분이 후회하던 대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을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라는 노대통령의 후회를 기억한다면, 이번 공수처법 제정과 개정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제도적 개혁’ 없는 어떠한 개혁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런 데서 알게 됩니다. 그렇게 검찰개혁을 못했던 이유로 끝내 노대통령은 목숨을 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검찰개혁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를 금방 알게 됩니다.

적폐 청산을 부르짖던 촛불이 밝혀진 광화문 광장의 외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검찰의 개혁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국가기관들의 권력남용으로 우리 국민들이 당한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민주운동가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죽어갔던 것도 검찰의 짓이었습니다. 언론과 재벌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무사하고 약자들만 죽임을 당했던 것 또한 검찰이 저지른 죄악이었습니다. 이제 통째로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지켜가기 어렵습니다. 법과 제도를 통한 검찰개혁이 절실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한 숟갈에 배부를 수 없으니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앞으로 개정해가면서 우선은 시행해야만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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