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서울 동대문문구완구거리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이제 곧 크리스마스지만 올 해 어디에서도 캐럴조차 듣기 힘들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권고까지 나온 연말. 거리엔 트리는 물론 흔한 반짝이는 조명조차 보기 어렵다. 참 울적한 연말이다. 집에서 나가지도, 모이지도 못하는 이 시국에 조금이나마 간접체험과 대리만족을 시켜드리고자 동대문문구완구거리를 찾았다.
동대문문구완구거리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문구·완구 전문시장이다. 1960년대 동대문역 앞에서 출발, 197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구류가 주를 이뤘지만, 업종을 확장한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국내 최대 문구·완구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문구·완구뿐만 아니라 체육용품, 판촉용품, 앨범, 미술서예용품, 파티용품 등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도매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을 바로 받아 중간 이윤이 없는 유통 구조를 가진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국산 제품 외에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품과 추억의 문구완구를 만나 볼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짐을 나르는 상인들이 분주하다. 큰 박스들이 차곡차곡 트럭에 쌓이면 그 위에 그물로 덮어 꽁꽁 싸맨다. 배송준비를 마친 트럭은 신속하게 골목에서 빠져나간다. 한 차량이 빠져나가면 그 다음 차량이 들어온다. 또 택배들이 순식간에 쌓인다. 퀵 오토바이도 마찬가지. 좁은 거리를 이리저리 잘 비켜가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거리에 활기찬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들뜬다.
아이들의 눈이 뒤집힐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보인다. 대부분 도매가격으로 판매해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9만원 짜리 의사놀이세트는 3만9900원, 8만원 짜리 공룡나라세트는 1만9900원, 5만원 짜리 캡슐뽑기는 1만원에 판매하는 등 굉장히 저렴하다. 한 개 살 가격에 두 개는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심하시라. 이곳에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은 장난감 세상 앞에서 미동 없는 아이들 때문에 꽤나 힘이 들 것이다. 하하.
장난감 종류도 다양하지만 추운 계절에 맞는 방한 용품도 많이 보인다. 귀마개, 장갑, 목도리, 손난로부터 내복, 발열조끼, 무릎담요 까지. 이 시국에 필수인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팔고, 요즘 유행하는 마스크 목걸이 까지 다양하게 판매한다. 또 창문에 붙여서 보온을 유지하는 문풍지와 단열뽁뽁이(?)도 보인다.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면 보일러 값을 조금 더 아낄 수 있다. 문구‧완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도 찾아볼 수 있어 남녀노소 불구하고 많이 찾는다.
조금 더 걷다보니 드디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트리부터 가랜드, 오브제, 조명, 캔들, 리스, 머리띠, 모자, 액세서리 등. 온통 크리스마스 제품으로 가득했다. 구경하다보니 귀여운 사슴뿔 머리핀이 보인다. 한 쌍에 1000원. 어느새 홀린 듯 구매를 해버렸다. 홀린 건 필자만이 아니었다. 밖에서 구경하던 모녀는 머리핀과 머리띠를 잔뜩 고르더니 가게 안에 들어와 풍선과 가랜드 등 두 명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담아간다. 저 집은 엄청난 홈파티를 할 모양이다.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이 거리에서 조금이나마 느꼈다. 산타인형에서는 캐롤이 나오고, 스노우볼에선 하얀 눈이 내렸다. 어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가 설레긴 마찬가지다. 잠시 동심에 빠져본다.
실내체육관 이용이 어려워진 요즘 홈트레이닝이 유행이다. 홈트레이닝 도구들이 많이 보인다. 요가매트, 폼롤러부터 훌라후프, 덤벨, 아령, 푸쉬업보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집에만 있다 보니 운동량도 적고, 체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기조차 두렵다. 하지만 면역력과 체력이 중요한 요즘, 이런 홈트레이닝 도구를 이용해서라도 꾸준히 체력관리도 필요하다.
손님은 많이 없어도 택배 배송이 많이 나가 분주한 동대문문구완구거리였다.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고, 잠시 동심에 빠지기도 했다. 어서 코로나사태가 종결돼 이 거리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이번 연말은 방역수칙 잘 지키며, 모임을 삼가하고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들 건강한 성탄절, 연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