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20FW 에센셜 라인(essential line) ⓒ위클리서울/ 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 20FW 에센셜 라인(essential line) ⓒ위클리서울/ 삼성물산 패션부문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삼성패션연구소는 2021년 패션 시장 전망과 패션 산업 이슈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패션 시장을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패션 마켓'으로 정의하고, ▲규모 회복이 우선. ▲디지털 커머스의 폭발적 성장, ▲소비 기준은 '나', ▲브랜드는 곧 컬쳐 코드, ▲개성을 담은 에센셜 스타일, ▲지속가능 경영 전략 등으로 설명했다. 

ⓒ위클리서울/ 삼성패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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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CUE,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패션 마켓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가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일상의 회복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등이 우선되어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소비심리 침체와 패션업의 불황에 맞서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긴급한 구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라며 “지금은 규모의 회복과 함께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루어야 할 때, RESCUE(긴급 구조)를 2021 키워드로 선정했다” 라고 말했다.  

각 분야별로 살펴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 2021년은 무엇보다 규모의 회복을 우선해야 하는 때로 보인다. 한번 바뀐 소비 행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패션을 비롯한 취향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관례적으로 이루어지던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더해져야 한다. 복종별로 상이하나 전체적으로 패션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패션 소비 심리를 상승시켜 규모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마켓 관점에서는 패션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기운 가운데, 디지털 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입 단계의 라이브커머스는 보다 일상적인 패션 유통 채널로 안착하며,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여러가지 장벽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서비스의 개발로 온라인 채널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판매 채널로서의 주된 역할을 온라인에 양보한 오프라인 매장은 점단위로 효율성을 점검하여 역할을 재정의 할 때이다. 

소비자의 경우, 코로나를 계기로 삶을 보다 간결하게 영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소비의 의미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안적인 소비, 투자로서의 소비 등 예전과 달리 소비의 의미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가 곧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에 이르러,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하여 소비의 규모는 줄어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브랜드도 소비의 의미심장한 변화에 발맞추어 소비자향 브랜드 전략과 방향성을 갖추어야 한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는 시대, 브랜드력은 인지도나 유명세가 아닌 콘텐츠와 이미지로 결정된다. 상품이 곧 브랜드라는 시각은 버려야 한다. 브랜드 이름대신 어떤 플랫폼에서 팔리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 브랜드는 소비자와 호흡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접근해야 한다. 

패션 스타일은 그 어느때보다 다양성을 수용한다. 일부 디자이너가 이끄는 트렌드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한 애호가 중요하다. 편안함과 활용도를 고려하는 실리적 태도가 이어지고, TPO의 엄격성이 무너지면서 다채로운 개성의 표현이 동시에 다양하게 보여진다. 트렌드에 따른 기획 보다는 철저히 소비자에 집중한 온미맨드(On-Memand; 나의 개성과 만족을 최우선으로 소비하는 형태) 전략을 구사할 때이다. 

패션산업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라이제이션, 지속가능성의 가속화와 맞물려 지금도 변화하고 있고, 이 변화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뉴노멀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기업 경영에도 뉴노멀의 바람을 타고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 두는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의 거대한 흐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등장한 개념이지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류가 되면서 기업에 ESG 역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 추구와 함께 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패션 기업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위클리서울/ 삼성패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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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tact Society : 비대면 사회

2020년 패션업계는 코로나로 인해 초토화됐다. 장기화된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경제에 기반한 패션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전세계적인 바이러스 사태까지 더해지며, 패션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증가함에 따라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매출 하락이 이어졌고, 올 상반기 패션업계의 매출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해외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여행업은 주요 업체가 문을 닫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고 패션업계의 돌파구였던 면세점마저 수익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엄청나게 빨랐고, 전례 없는 뉴노멀의 시대를 맞게 됐다.
침체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은 비대면과 원격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들이었다. '록

다운(lockdown; 움직임 제재)’이 올해의 단어로 꼽힐 정도로, 대면과 물리적 접촉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일상이 멈췄고, 비대면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온라인 위주의 소비 패턴 변화는 최근 몇 년의 발전 속도 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쿠팡, 배민, 마켓컬리 등 각종 배송 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며 라이프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고, 온라인교육과 재택근무가 증가함에 따라 줌(Zoom)을 비롯한 화상회의 솔루션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더 큰 지금, 교육, 문화, 의료, 금융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비대면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은 전례 없는 라이프스타일의 격변기로 기억될 것이다.

2. Nearby ‘Home’ : 슬기로운 ‘집콕’ 생활

예기치 않은 생활 패턴의 변화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다.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집은 휴식과 가족의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으로 그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편안한 #앳홈스타일이 확대되면서 맨투맨, 조거팬츠, 카디건 등이 인기를 끌며 라운지웨어 카테고리가 크게 성장했다. 

디올(DIOR)이 첫 라운지웨어 캡슐 컬렉션 ‘쉐무아(Chez Moi)’를 선보였으며, 고급스러운 실크 저지 소재를 활용해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라운지웨어를 제안하는 띠어리(Theory)가 럭스 라운지(Luxe Lounge) 캡슐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상반신을 강조하는 키보드 드레싱(Keyboard Dressing), 웨이스트업 스타일(Waist-up Style) 등 새로운 트렌드도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불편한 데님이나 특별한 날을 위한 외출복 수요는 줄어들며 TPO의 변화도 확실하게 보여졌다. 

집 안에서의 생활만큼이나 집 주변의 삶도 중요하게 부상했다. 로컬 소비가 증가하면서 도심 주요 상권보다 거주지 인근의 근린 상권이 활성화되고, 집 근처에서 소비하는 ‘홈어라운드’ 소비 경향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근거리 외출까지 가능한 활용도 높은 이른바 #투마일웨어의 성장세가 크게 점쳐지고 있다. 편안한 니트셋업은 실내복으로도, 가까운 거리의 외출복으로도 활용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활용한 차별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3. E-Commerce Pivoting : 이커머스로의 소비축 이동

올 한해, 오프라인 매출은 줄어드는데 비해 온라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패션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잡화 -23%, 의류 -17%를 기록하며 타 카테고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에서의 패션 거래는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패션 판매액의 30%에 달하는 등 패션 소비의 중심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40대 이상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활용률도 높아지면서 전 연령층에 걸쳐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많은 패션 기업들이 자원과 역량을 온라인 채널에 집중시키며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론칭이 이어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비이커(BEAKER)의 비 언더바(B_), LF의 골프웨어 더블플래그(Double Flag)와 유니섹스 캐주얼 프라이데이 미드나잇(Friday Midnight), 한섬의 레어뷰(Rareview) 등이 올해 첫 선을 보였다.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영앤리치(Young & Rich) 소비자를 겨냥, 온라인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구찌(Gucci), 프라다(Prada) 등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직접 구매가 가능한 커머스 사이트 구축을 완료했다.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와 에르메스(Hermes)까지 이커머스 경쟁에 합류하며 주목을 받았고, 티파니(Tiffany & Co.)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이브커머스는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3년 8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고객의 직접 참여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기존 이커머스 대비 구매 전환율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현재는 20~30대가 중심이나 잠재력이 큰 채널인 만큼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하고 있다.

4. X-out The Rule : 기존 규칙의 아웃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는 기존의 질서나 규칙을 무시하는 새로운 방향성, 뉴노멀을 구축했다. 패션업계에서도 마스크가 패션 아이템 영역에 편입된 것만큼이나 파격적인 변화들이 보여졌다. 

우선, 계절 변화나 특별한 TPO에 맞추어 목적성 구매를 하던 패션 쇼핑의 주요 동인이 크게 줄어들었다. 집콕 생활과 유연화된 근무 형태로 인해 남성정장이나 출근복 중심 마켓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캐주얼 TPO가 부상함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은 에센셜 아이템이나 시즌리스 아이템이 주목을 받게 됐다. 

계절에 구애 받지 않는 시즌리스 기획을 선보이는 텐먼스(10month), 24/7 등의 브랜드가 신선한 시도를 보여줬고, 띠어리(Theory)의 스테이플 라인, 구호(KUHO)의 에센셜 라인처럼 브랜드는 연중 필수 아이템 기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MD개편 시기에 맞춘 신규 브랜드 론칭 스케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 론칭이 잦아지면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론칭 시기가 무색해 졌으며, 핵심 역량을 담은 단일 아이템만을 선보이는 모노브랜드가 증가하는 등 패션 진입장벽 또한 낮아졌다. 

콘텐츠의 주목도가 높은 온라인 채널이 부상함에 따라 패션업 노하우는 없지만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신규 플레이어들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디어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코퍼레이션, ODG 등이 콘텐츠 기반 브랜드를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5. Activewear Everyday : 스포츠웨어의 일상화

물리적 접촉과 밀집 지역을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한적한 곳에서 청정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강하게 나타났다. 장년층 산악 모임이 주도했던 기존의 등산 문화 대신 혼자 산을 찾는 ‘혼산’,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 ‘차박’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의 재도약을 가능케했다. 

달라진 아웃도어 액티비티는 레깅스와 맨투맨, 플리스 아우터 등 데일리룩으로 활용 가능한 차림새로 등산룩의 변화를 이끌었고, 여성 피트니스 브랜드의 성장을 이끈 히트 아이템 레깅스가 MZ세대의 등산룩으로 등장하며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탁 트인 그린 위에서 즐기는 골프 인기에 힘입어 골프웨어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골린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골프 열풍은 초보 골퍼들을 위한 패션성이 가미된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다. 

이밖에 트레이닝 세트, 후디 등 스포츠와 캐주얼 영역을 넘나드는 애슬레저룩이 인기를 끌었다. 일상복에서 편안함과 다양한 활용성이 중요하게 고려되면서 스포츠 카테고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6. ‘Money Game’ of Shopper : 소비는 곧 투자

소비의 개념 변화도 올해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향후에도 재산적 가치를 유지해 줄, 리세일이 가능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할 만한 상품을 소비하는 경향의 증가는 가격 인상을 앞둔 럭셔리 브랜드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오픈과 동시에 달려가는 ‘오픈런’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재판매를 염두에 둔 투자를 위한 소비자들을 위해 셀린(Celine), 프라다(Prada) 등 럭셔리 브랜드들에서는 단종됐던 아이코닉한 제품들을 재출시했고, 디올(Dior)과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모노그램을 활용한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또한 리세일 마켓을 이끄는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스니커즈를 전문으로 하는 크림(Kream), 엑스엑스블루(xxBlue), 프로그(frog), 솔드아웃(soldout) 등 리세일 플랫폼이 급부상했다.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쓰레드업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리셀 마켓 규모는 SPA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과잉소비를 지양하고 한정된 재화를 효용있게 소비하려는 현명한 소비, 즉 ‘포스트 컨슈머리즘(Post Consumerism)’이 대두되면서 SPA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 한해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급성장한 리세일 플랫폼은 필수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며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소비를 통한 머니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7. Platform Hegemony : 플랫폼 패권주의

패션에서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은 검색-쇼핑-결제-콘텐츠의 선순환을 통해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며 올해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네이버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셀렉티브’를 ‘쇼핑 라이브’로 개편하고, 잼라이브 인수 등 라이브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남성 패션 전용관 ‘미스터(MR)’를 오픈하고 플러스 멤버십 고객을 활용한 적극적인 패션마켓 공략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 10월 ‘쇼핑 라이브’를 정식 오픈하고, 급성장중인 ‘선물하기’ 서비스 내 럭셔리 브랜드 입점과 이랜드 그룹과의 MOU 등을 통해 패션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쿠팡도 라이브커머스 전담팀 신설과 함께 패션 편집관 ‘C.에비뉴’의 입점 브랜드를 확대하고, 패션에도 신속 배송을 약속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패션 전문몰의 경우, 콘텐츠 확장을 통한 종합몰로서의 성장과 동시에, 특정 타깃을 위해 고도화된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광고 캠페인을 통한 플랫폼 자체 브랜딩으로 전문몰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멤버십 강화를 통한 수익 및 충성도 제고를 진행 중이다. 

삼성패션연구소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10대 소비자의 경우 플랫폼을 구입 브랜드로 인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렇듯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지그재그, 에이블리, 무신사, 브랜디, W컨셉 등 주요 플랫폼 간 패션 플랫폼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8. Long-life Fashion :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도약

대량소비시대의 몰락이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리세일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자원의 재활용을 비롯한 서스테이너블 이슈는 더욱 크게 강조되는 분위기이다.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Econyl®)’을 사용한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는 프라다(Prada)는 향후 2021년까지 나일론 소재 제품을 전량 에코닐로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덴마크 브랜드 가니(Ganni)는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라운지웨어 라인 ‘소프트웨어(software)’ 를 출시하는 등 기업 및 브랜드 스스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글로벌 패션 업체들의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이 우리 보다 훨씬 앞서 왔다면 국내 패션 업체들은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다소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패션 기업들도 지속가능 패션을 주요 화두로 들고 나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속가능기업 선포와 함께 대표 캐주얼 브랜드 빈폴 부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비싸이클(B-Cycle)’ 라인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친환경 행보에 나섰다. 코오롱FnC는 코오롱몰 내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30여 개 브랜드를 소개하는 ‘위두(weDO)’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향후 CSV 활동으로 연계 및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Save the duck)’ 을 도입하며 지속가능성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는 ‘리스타일 2020(Re:Style 2020)’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6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자동차 폐기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였으며, LG전자는 온라인 쇼핑몰 네타포르테(net-a-porter)와 드라이클리닝 없이 손쉬운 관리가 가능한 13종의 친환경 의류 컬렉션을 제작하는 등 패션과 타 분야의 협업 움직임도 활발하다. 필환경 시대, 패션 브랜드에 있어 서스테이너블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9. End of Runway : 런웨이의 종말

록다운으로 인해 올 가을겨울 시즌 패션위크가 파행됐다. 밀라노 컬렉션은 무관중으로 진행됐고, 런던 컬렉션은 실제 쇼 대신 디지털 스트리밍과 디지털 기반의 룩북으로 대체되며 50년 동안 유럽 중심으로 이어져왔던 런웨이 중심 패션위크가 크게 흔들렸다. 대량소비를 이끌고 파행적 생산 스케줄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패션위크의 당위성 문제와 맞물려 물리적 런웨이의 중단은 패션업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주요 패션브랜드와 전문가 그룹이 패션 캘린더 개편과 패션쇼에 대한 대안적 접근 방식을 제안한 #rewiringfashion(패션 산업 재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뒤이어 ‘an Open Letter to the Fashion Industry’ 라는 공개서한이 이어지며, 컬렉션이 더 계절에 적합하도록 기획과 생산 및 홀세일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패션업계 전반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패션위크 기간 중에 이루어지던 홀세일 비즈니스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록다운 기간 동안 비즈니스 출장의 대안으로 AR, VR기술 기반 Joor, Ordre 등 디지털 쇼룸을 통한 원격 바잉이 시도되며 패션산업의 디지털화를 이끌었다. 

홀세일 업체들의 도산과 불황으로 직접적 타격을 입은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아예 느린 성장으로 선회했다. 온라인을 통해 직접 고객을 만나는 D2C로 전략을 바꾸면서 카이단 에디션(Kwaidan Editions), 샬롯 놀즈(Charlotte Knowles) 등 일부 독립 브랜드들은 SNS를 통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10. D2Z(Direct to Gen Z) : Z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는 패션 마켓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특히 고전하고 있는 패션업계에서는 비대면 소비의 가속화로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 등 온라인 기반 패션 스타트업이 소비 침체가 무색할 정도로 성장 중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패션 앱 사용자 순위를 보면 에이블리(1위), 지그재그(2위), 무신사(3위), 브랜디(4위)가 TOP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는 닐슨코리아에서 발표한 연령대별 인기 앱 중 10대와 20대가 많이 쓰는 쇼핑 앱과 일치한다. 이들 앱은 특정 품목에 대한 전문성과 맞춤화를 기반으로 스토리와 콘텐츠를 앞세워 자연스러운 소통과 참여를 통해 습관적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온라인 친화적인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의 관심과 발길에서 소외된 백화점 및 주요 패션 기업들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동점 유플렉스를 리뉴얼하고 점포 자체 캐릭터 및 미디어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으며,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전관을 리뉴얼하고 직원들이 주도하여 기획한 ‘힙화점’을 이달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영등포점 지하 2층에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편집숍 ‘스타일쇼케이스’를 선보이는 등 소통을 위한 색다른 공간과 콘텐츠를 도입하며 이들을 ‘핀셋케어’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는 모두 MZ세대에게서 나오는데, 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가 주류 트렌드로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년이라고 한다. 이렇듯 소비자로서 Z세대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막대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미래 산업 트렌드의 중심으로 급부상할 Z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에 걸쳐있는 밀레니얼과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며 10년 안에 소비 주체로 발돋움할 Z세대의 소비 패턴과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여 비즈니스적 기회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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