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린 반전(反戰) 화가 피카소도 현실을 고발한 예술가”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린 반전(反戰) 화가 피카소도 현실을 고발한 예술가”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1.01.05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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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재동 시사만화가-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박재동 시사만화가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역설적인 질문이지만, 코로나 이후 세계가 서구사회의 혼돈을 목격했다. 수직적인 강대국의 국제질서에 강자와 약자가 함께 가는 ‘변화’가 올까.

▲ 지금 ‘코로나’가 어떤 면에서 인류에게 긍정적인 것을 주었다고 본다. 세계 질서도 수직적인 것에서 약간씩 수평적인 질서로 가게 만드는 것 같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만 해도 돈도 많고 첨단무기도 엄청나게 많은 나라다. ‘돈과 무기’라는 막강한 힘으로 전 세계 질서를 잡는답시고 그동안 못 할 짓도 많이 해왔다.

세계의 나라들이 미국의 말에 따르고 있지만, 힘이 강하니까 할 수 없이 따르는 것이지 존경하지는 않는다. 또 이미 존경심을 잃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존경심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겹고 사랑스러운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미국의 본 모습을 보았다.

돈 많고 무기가 많으면서도 지금 수많은 자국민이 감염병으로 죽어 나가는 현실이다. 이제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고,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사람 더는 살 곳이 아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렇듯 전 세계적인 재난사태를 통해서 세계가 수평적으로 변해가는 구조가 틈틈이 보인다.

 

- 우리 사회의 지나치게 수직적인 사회구조도 문제다.

▲ 불과 얼마 전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국가정보원도 국민 꼭대기에 서서 온갖 전횡을 휘둘렀는데, 우리 사회, 특히 진보계 인사 중에서 정보기관에 의해 정신적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많다. 시민단체 ‘내놔라, 내 파일’ 곽노현 대표만 해도 지난번 국정원을 상대로 낸 불법사찰문건 공개소송에서 승소해 파일을 받아냄으로 인해 이제는 국민에게 비밀 파일 공개가 손쉬워졌다.

그 판결도 이제 법원이 내린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 불가’라 하면 그게 끝이었다. 지금은 국민 위에서 감시하고 조작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굉장한 변화다. 촛불혁명의 힘이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고 있다.

국정원과 국민은 수평적 상태가 됐다. 오히려 국민이 우위에 섰다. 정보기관은 법에 정한 대북관계에 집중하도록 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국정원이 백신을 어떻게 하면 빨리 확보할 수 있는지 ‘대외 백신 개발’ 상황 파악과 개발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 과거 예술인 등 사회 요인을 사찰한 국정원 개혁 어떻게 보나.

▲ 많이 했다고 본다. 3년 전 2017년 겨울,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국정원 개혁’이라고 말했던 그는 이전부터 국정원 개혁을 놓고 수많은 국내외 자료 분석과 치밀하게 공부를 해왔다.

옛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Stasi)와 미국의 CIA, FBI 등에서 어떤 식으로 정보기관을 개혁했는지 그전부터 빈틈없는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비밀사찰 문건공개가 가능했다. 그러면서 인권 활동과 관련한 글을 많이 썼고, 그 분야 최고 전문가다.

그때 나는 ‘힘은 아는 데서 나오고, 아는 것은 공부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국정원 개혁을 두고 ‘세월이 가면 해결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알아서 하겠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당시 곽 대표는 ‘사찰문서를 내놓으라고 하자, 국민이 주인인데 왜 공개를 안 하는가’로 맞섰다.

과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누구도 사찰을 안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옳은 일이면 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었다. 왜냐면 그런 것을 알아주고 지켜주는 사람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 한때 어두움으로 회귀한 시대가 있었다.

▲ 이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광우병 사태 때만 해도 중학생들도 거리로 나와 시위했다.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자유로워진 국민주권 시대에 살던 세대로 중학생들도 정부가 하는 일이 아니다 싶으면 시위하러 나왔던 이들에게까지 벌금을 물렸다.

지금은 시위 때 중학생은 한 사람도 안 보인다. 그만큼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였다. 심지어 함께 나온 교사들도 두드려 잡고 학생들도 마구 잡아들였다. 여기에서 정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불편해졌다.

뭔가 ‘이건 아니다’라고 서로 말하기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그런 음침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그러면서 말하는 데 신경을 쓰며, 도청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하기 시작했다.

 

- 사법부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인데.

▲ 오늘 인터뷰할 내용을 미리 다 말하는 것 같은데, 검찰이 지금 문제다. 그들은 자기 마음대로 해왔고, 어떻게 했든지 자기들끼리 벌인 일은 뒤를 봐주고 기소도 하지 않는다. 국민이 봐도 뻔한데도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또 어느 한 사람을 찍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핀셋 수사’를 통해 완전히 망가지고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손을 턴다. 책임도 전혀 지지 않는 국민 위의 검찰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을 두렵게 하는 이런 모순을 수평화시키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 여전히 ‘힘과 권력’에 집착하는 사회다.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 검찰만 해도 검찰다운 검찰이 되어야 하지만, 그동안 ‘정치검찰’이 되면서 국민을 힘들게 했다. 이제야말로 국민의 편에 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을 억울하게 하거나 두렵게 하는 등 어두웠던 과거를 지워내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때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 위에 서서 특권층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 특권층은 주로 의사나 변호사, 판사 같은 소위 엘리트 권력들이다. 공부만 잘하면 ‘특권’을 따내는 게 가능하다. 입시가 치열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오로지 공부 하나만 잘하면 의사나 검사, 판사, 고위 관료가 돼서 특권을 누릴 수 있고,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권 안에서 설움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국민 정서가 깊게 깔려 있다. 옛날부터 힘없는 백성들은 이민족 침입으로 짓밟히고 온갖 설움에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그전에는 민 씨나 안동 김씨 일파 등 정파에 의해 말도 못 하게 뼈에 사무친 설움과 착취를 당해온 역사적인 한(恨)도 한 원인인 것 같다.

 

- 자본의 논리에 움직이는 교육체제가 ‘기득권 강화’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 지금까지도 공부만 잘하면 길이 열리기 때문에 죽으라고 공부해서 그 권력을 잡아 과거의 치욕을 없애고 ‘특수 지배자’가 되려다 보니, 현재 우리의 교육 문제가 다른 나라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폭풍’같이 몰아가고 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죽도록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하느냐 물을 수 있지만, 누구도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높은 사람이 돼서 권력을 누리며 떵떵거리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지만, 안 그러면 멸시받고 천대받는 불안한 삶을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살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권력의 상징인 검찰도 그저 법 공부를 잘해서 검사가 됐다고 했을 때, 그때부터 사람을 앝잡아 보고 위세를 떨며 억압하고 권력끼리 안위를 추구하고 하는 것을 공부의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 검찰이 새롭게 거듭나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공복이자 공적 의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서 겸손해야 한다.

 

- 나만 잘되면 된다는 엘리트주의 교육방식, 어떻게 보는지.

▲ 나는 검찰하면 왠지 기분이 안 좋다.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왜 그래야만 하나. 사람이 살다 보면, 이렇게 저렇게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인데, 검찰이 불필요한 부분까지 엮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도 안 찬다. 국정원이나 검찰, 언론 등 엘리트 권력도 마찬가지로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들은 어느 한 특정인에 대해 파멸시킬 수도 있고, 띄워 줄 수도 있다는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다. 국정원-검찰과 함께 결탁한 언론도 신뢰가 떨어졌다. 이제 국민 앞에 제대로 된 검찰, 제대로 된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이런 문제들이 잘 정립되면 망국적인 입시 광풍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불필요한 돈을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검찰이나 자영업자,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이나 하는 일만 다를 뿐, 똑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엘리트들은 ‘공부 못한 네가 뭘 알아’ 그런 의식이 있다.

어느 의사가 ‘너희들 전교 1등 해봤어? 전교 1등도 못해 본 놈이 왜 까불어,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라는 말에서 공부 잘해서 검사, 의사가 된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나 잘하는 사람, 보통의 다양한 사람들 모두가 같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면, 입시지옥도 사그라들 것이라 본다.

 

- 한때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서 본 미술교육 문제점을 짚어달라.

▲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미술책을 넘겨 보면, 그 안에는 풍경화도 있고 인물화, 정물화, 추상화, 실용미술 등을 볼 수 있다. 이게 전부다. 그림 중에 농민이 한해 농사가 안돼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미술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가. 없다.

또는 너무 힘들어하는 노동자 모습이나 장애인, 여성, 노인, 아이들의 힘겨운 모습을 보지 못했다. 고단하게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보다 기득권층 눈에 드는 그림만 실려 있다. 교육 책임자들은 처음부터 ‘그런 건 미술이 아니야’라고 못 박았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미술책에서 그런 모습을 보지도 못했고, 지금도 모든 국민이 그것을 미술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을 보면, 현실을 고발하거나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예전부터 있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나 ‘한국에서의 학살’ 같은 현실을 고발한 작품처럼 나라마다 그런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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