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맘대로 못 가는 콜센터 상담사…‘우울감 직장인 평균의 2.4배’
휴가도 맘대로 못 가는 콜센터 상담사…‘우울감 직장인 평균의 2.4배’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1.01.11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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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사 303명 설문…관리자 통제·업무부담·불이익 때문
코로나 예방지침 칸막이로 ‘땡’…이석금지 52.5%, 화장실 제한 32.7%
코로나19 불안감 심각 67.7%…우울감 심각(46.9%) 직장인 평균 2.4배
ⓒ위클리서울/ 직장갑질119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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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국내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이 심각한 상황에 놓인채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비정규센터는 콜센터 119 회원과 콜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지난 12월 3일부터 29일까지 △코로나19 이후 변화 △직장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코로나19 예방지침 △갑질 경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11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콜센터 상담사의 85.5%는 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휴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관리자가 휴가사용을 통제해서’(44.9%), ‘불이익에 대한 우려’(28.7%), ‘실적 압박’(27.1%) 순이었다. ‘휴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14.5%에 불과했다. 

정부의 예방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배포한 ‘콜센터 사업장 예방지침 점검표’ 9개 항목 중 ‘노동자 간 투명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는 83.8%로 높게 나타났으나,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 부여’는 27.7%, ‘근무지 내 밀접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시차출퇴근제 활용’은 33.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콜센터 집단감염이 계속됐는데도, 콜센터의 원․하청 사용자들은 오늘도 ‘눈 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는 꼴이다. 

또한 콜센터 상담사 3명 중 2명(67.7%)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우울감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46.9%로 지난해 9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19.2%)에 비해 2.4배 높았다. 

1년 전과 비교해 노동시간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1.4%로 가장 높았으며,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25.1%였다. 1년 전과 비교하여 업무강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58.4%로 높게 나타다. 코로나19 비대면으로 인해 콜센터 상담이 늘었지만, 상담사를 충원하지 않아 노동강도가 대폭 높아진 것이다. 

ⓒ위클리서울/ 직장갑질 119
ⓒ위클리서울/ 직장갑질 119

한편, 응답자의 54.5%는 직장이 코로나19 감염 위기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직장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해 34.0%가 방역 조치를 잘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회사에서 마스크를 한번도 지급받지 않았다고 하는 응답은 33.0%(100명)에 달하는 반면, 근무일마다 마스크를 지급한다는 응답은 14.9%(45명)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4.1%는 비좁은 업무공간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8%가 ‘1m 간격 상담공간 확대’라고 응답했다. 

고용노동부가 ‘콜센터 사업장 예방지침’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66.3%(201명)였으며, 예방지침이 ‘실효성이 있다’는 응답은 50.5%로 절반에 불과했다. 예방지침 점검표의 주요 항목 9가지가 모두 시행되고 있다는 응답은 10.6%에 불과했다. 한 상담사는 “보이기식으로 몇몇 좌석은 띄우는 듯하다가 다시 다닥다닥 배치했다”고 답했고, 다른 상담사는 “칸막이 높이만 조절했다”는 응답했다.  

또, 상담사들의 절반 이상은 상담 중 이석 금지(52.5%)를 당하고 있었고, 점심시간 외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50.5%) ‘점심시간 제한(상담이 몰리는 시간 점심식사 제한, 30분 내 점심식사 완료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37.6%(114명)였으며, ‘화장실 사용 제한’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32.7%(99명)였다. 

<사례1> 콜센터에서 근무 중입니다. 제가 가장 힘든 건 화장실 등 자리 비울 때 휴식으로 전환하고 움직이라는 지시입니다. 회사에서 공지사항에 “금일부터 화장실 및 개인업무로 인한 휴식 사용이 이석․휴식으로 변경해 주십시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이석․중식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업무 외자리 비울 때 휴식으로 변경하라는데, 잠시 화장실 가는 게 점심시간같은 휴게시간인가요? (2020년 12월)

<사례2> 화장실을 갈 때 ‘지금 이석을 하겠다.’ 이렇게 메신저에 남겨야하고 돌아가면서 한명 씩 화장실을 갈 수가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화장실 가는 게 내가 그 시간에 마려워야지 이러고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한 명이 가면 그 다음에 갈 사람 그 다음에 갈 사람 이렇게 예약을 하래요. 결국 다른 일을 하다가 메신저를 못보고 예약을 못하면 5~60분 이상 볼일을 참아야하는데, 그거 못 참고 갔다가는 사람들 앞에서 “누가 화장실 지금 다른 사람 갔는데 갔냐?” 는 꾸중을 들어야합니다. 다 큰 성인들끼리 다니는 회사에서 누가 어떤 볼일 보고 오는지를 다 말해야 보내주는 게 정상인가요? (2020년 8월)

ⓒ위클리서울/ 직장갑질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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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휴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관리자가 휴가사용을 통제해서’(44.9%), ‘불이익에 대한 우려’(28.7%), ‘실적 압박’(27.1%)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14.5%에 불과했는데, 이는 연차휴가 사용이 ‘매우’ 자유롭다는 응답(13.9%)과 비슷했습니다. 콜센터 상담사의 85.5%는 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유급연차휴가와 별개로 몸이 아프면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유급병가제도가 없다는 응답이 65.3%였다. 
    
<사례> 하루연차를 사용하면 업무량이 누적되어 다음 출근날 처리해야하는데 실적제 때문에 연차자의 업무를 가져오면 실적차가 심해져서 쉬는 날의 업무를 다른 사원이 대신 처리해주기도 어렵습니다. 연차 사용 신청을 내면 팀장은 “꼭 당신이 해야 하는가? 다른 가족이 하면 안 되는가?”라며 한 번에 승인을 내어주지 않고 사설을 붙입니다. (2020년 12월) 

한편,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누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9.8%가 ‘원청회사’라고 응답했고, 정부(29.0%), 도급업체(14.2) 순이었다.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는 생활방역 행동수칙이 (무급)일 경우 ‘출근한다’는 응답이 50.5%로 절반을 넘었다. 상병수당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3.7%였습니다. 콜센터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콜센터 상담사 온라인모임(온라인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69.3%였다. 

콜센터 상담을 하면서 겪은 갑질에 대한 응답을 살펴보면 상담사들은 고객, 원청회사, 도급업체(하청업체)로부터 폭언, 모욕, 성희롱, 부당지시 등 온갖 갑질을 당하고 있었다. 하청업체에서 겪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화장실이다. “화장실 하나도 여유있게 맘편히 갈 수가 없어요” “욕설. 화장실 사용 시간 제한. 실적 압박” “화장실도 눈치 보며 가고, 선임들이 각자 언행불일치”, “화장실 못 가게 하는 것, 휴식 못 쓰게 하는 것”, “화장실 못 가게 하는 거 점심시간 외 휴식시간 없음”,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집중시간에는 참아야 함”. 

ⓒ위클리서울/ 직장갑질 119
ⓒ위클리서울/ 직장갑질 119

콜센터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도 자유로운 휴가 사용과 휴게시간 보장이 가장 많았다. 또 원청사 대해 한 상담사는 “원청사의 쓰고 버리는 일회성 부품 취급 그만 당하고 싶다. 전화기 넘어에도 사람이 있고 원청사 직원도 사람이듯 콜센터 직원도 사람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고, 다른 상담사는 “아웃소싱제도가 문제인거 같습니다. 관리랍시고 고객사 입맛에만 맞추려고 기본적인 복지나 혜택은 눈가리고 아웅하며 준 것처럼 표현하지만 실제로 혜택이 돌아오는 것은 없고 그걸 알고 방임하는 거 같은 원청사”라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 김한울 노무사는 “코로나 19 감염상황이 이어지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업무는 필수적으로 되었다. 그런데도 콜센터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근무 중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못 갈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 19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자 간 거리 두기, 아프면 쉬기 등 최소한의 방역수칙이 준수되어야 함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콜센터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코로나 19 예방지침 등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다.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2021년 1월 현재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등),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우분투 비정규센터는 지난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우분투재단이 사무금융업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설립한 센터다. 비정규센터는 콜센터, IT, 사무보조, 보험설계사 등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실태조사 및 연구, 노동 상담, 노동조합 설립·조직활동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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