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赦免)에 대한 다산의 생각
사면(赦免)에 대한 다산의 생각
  • 박석무
  • 승인 2021.01.1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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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박석무]  ‘국정농단’이라는 무서운 죄를 짓고 징역살이를 하는 범죄자들에 대하여, 사면을 해주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로 세상이 요란해졌습니다. 이런 때에 우리는 국가의 형벌 문제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형벌을 내릴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 인간은 형벌에 대하여 얻어낸 지혜가 있었습니다. 우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속담 같은 원칙입니다. 때문에 범죄자를 감옥에 가두고 징역을 살리는 일은 죄가 미워서이지 인간이 미워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형벌관도 복수나 응징의 차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벌을 받으며, 죄짓기 이전으로 바뀌도록 교육시키기 위해 형을 살게 하는 것이어서, 이른바 ‘교육형주의’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과거의 ‘형무소’에서 ‘교도소’라는 이름으로 바뀐 연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교도를 받아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사람 본래대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벌을 내린다는 뜻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다산의 논문 「원사(原赦)」라는 글에 분명히 밝혀져 있습니다. “죄인이 미워서 그를 아프고 괴롭게만 하려는데 있지 않고, 아프고 괴롭게 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허물을 고치고 착한 사람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라서 형을 준다.”는 형벌관을 확실히 이해하게 해줍니다. 

수사와 재판은 공정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죄상이 모두 틀림없는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고, 격정에 못 이겨 순간적인 잘못으로 큰 죄를 지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기간을 두고 죄를 사면해주는 일은 형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다산은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요건은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기본이 전제된 상황에서만 사면에 대한 논의가 가능합니다. 그런 전제가 없는 한 사면은 절대 불가하다는 다산의 견해는 그래서 옳습니다. 다산이 또 강조하는 문제의 하나는 수형 기간의 계산 없이 국경일에 대사면을 실시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리 개과천선했어도 일정 기간의 수형 생활을 한 뒤라야 사면의 논의가 있어야지, 그런 계산 없이 국경일이니, 국민통합차원이니 하는 사면은 정상적인 형벌정책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사면의 남발이야말로 죄인들에게 요행을 바라게 할 소지가 충분하고, 아무리 큰 죄를 범했어도 운수만 좋으면 사면을 통해 감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죄짓는 일이 무섭고 두려운 일이 되겠는가요. 죄를 지으면 반드시 죗값을 치르면서 개과천선할 때만 사면과 석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죄를 멀리하고 형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다는 다산의 뜻이 그렇게 훌륭하기만 합니다.

빵 한 조각을 도둑질해도 정해진 형기를 꼬박 채우며 징역살이의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하물며 온 국민을 속이고 뇌물을 받아 재산을 모으며 사복을 채우고 권력의 남용으로 숱한 국민들이 속박을 당해 자유를 잃고 살았던 세월이 얼마입니까. 정치적 목적으로 죄인을 사면해주는 일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것을 다산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사면제도가 없어서는 안 되지만, 그러나 그 사면은 교육형 형벌주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여겨야 합니다. 다산이 주장하는 사면제도의 시행만이 공정한 형벌정책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 지혜를 배울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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