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애플’ 완성차업계 진출에 현대·기아차 파트너 ‘낙점’ 가닥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IT 공룡 애플(Apple)이 ‘애플카’ 출시를 예고하며 자동차 업계에 선전포고를 날린 가운데, 협력 파트너로 현대·기아차를 점찍은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외 관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를 두고 현대·기아차가 애플카 사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반면, IT 분야에서 폐쇄적인 정책을 통해 높은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 애플의 전략 상 현대·기아차가 애플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을 시작으로 소니·바이두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완성차 업계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생태계에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위클리서울/ 사진출처=애플 홈페이지,기아차 홈페이지

소문 무성한 애플-현대·기아차 ‘애플카 공동개발’…협력 형태는?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 출시를 위해 현대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하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이와 관련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이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이 구체화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양쪽의 애플카 공동개발 협력 형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한 전기차에 애플의 통합 운영체제(OS)가 적용되는 쪽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울러 기아와 애플이 협력할 경우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다. 기아는 최근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로고를 바꾸면서 제조업 중심의 사업모델을 탈피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핵심은 중장기전략인 플랜S다. 플랜S는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 기반 차량(PBV) 등의 사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과 같이 기아 브랜드의 차량 생산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빌리티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목적기반차량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 고객들의 요구에 맞도록 차량을 제작해 공급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유서비스 차량과 물류·배달차량 등이 있다.

기아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카누(Canoo)와 전기차 플랫폼 기술력이 있는 영국의 어라이벌(Arrival) 등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통합 모듈형 플랫폼 위에 다양한 본체를 적용해 사용자의 필요 목적에 맞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과의 협력 역시 이같은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애플과 협력한다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자동차 사업계획인 타이탄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등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카가 출시될 경우 시장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이 갖고 있는 IT경쟁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도 애플이 직접 개발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애플의 경쟁력과 기아의 전기차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대차 기아차 본사
현대차 기아차 본사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애플카 협업’ 두고 득실 따지는 현대차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이른바 '애플카'를 출시를 위해 협력하자는 제안을 두고 현대차로선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 확대에 발목을 잡고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한편 애플의 자동차 사업 계획은 지난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스티브 자데스키(Steve Zadesky)가 2017년 회사를 떠나면서 보류됐다.

하지만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ai(Drive.ai), 지난해에는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엑스노.ai(Xnor.ai) 등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분야 진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등 여러 완성차 업체들에 협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입장에서 애플의 충성 고객을 흡수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미래차 경쟁력 확대에 한층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애플에 전기차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분야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싣는다.

또한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사업 전략인 비전 ‘2025’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020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해 올해부터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해 5년간 12개 이상 모델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전 라인업의 전동화를 추진해 204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만약 애플과 협업에 나섰다가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입만 도와주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정 회장이 고민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애플이 다른 업체와 손을 잡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특히 최근 폭스콘은 중국 지리자동차, 바이두와 협력에 나섰다. 지리자동차는 볼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에 강점이 있는데 애플까지 가세하는 구도는 현대차그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 넘보는 IT공룡들…애플 시작으로 소니·바이두도 ‘적극 행보’

한편 애플의 완성차 업계 진출에 꼬리를 물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완성차 업계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생태계에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빅테크발 자동차 생태계 변화 가시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일본, 중국 등의 IT 기업들이 완성차 업계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소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1’에서 전기차 ‘비전 S(Vision S)’ 프로토타입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비전 S는 소니가 지난해 ‘CES 2020’에서 공개한 첫 전기차 모델이다. 해당 모델에는 소니의 이미지센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장착됐다. 자율주행은 레벨 2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완성차 업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바이두는 2017년 개방형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 ‘Apollo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최근 중국의 지리 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공언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측은 “산업 초기에 테슬라 등 신생 기업이 출현해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시점에서 IT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 진입을 결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들은 자본 조달력, 브랜드 인지도, 개발·생산 역량을 토대로 단기간에 시장에 진입한 후 기존 자동차 산업 구조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향후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생산·통합 영역 등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은 파워트레인과 섀시, 차체 등 HW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IT 기업은 자율주행 기능과 응용 서비스 구현을 위한 SW 제공에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HW·SW 플랫폼을 통합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기능은 기존 완성차업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앞서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IT 기업, 완성차 업체, OEM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IT 기업들은 SW 역량을 토대로 자율주행차 개발·출시를 위해 완성차 업계와 협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플랫폼 지배력을 높인 이후에는 통제를 강화하고자 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완성차 업체는 SW 역량 내재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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