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새해가 시작되자 반가운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2020년 12월 30일자로 발표한 64기 행정고시(5급 공채)에 합격한 소식을 전해주는 편지인데, 다산선생과 관계가 깊은 사연이 있어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소개한 내용으로 보면, 2011년 성균관대학교 명품강좌 「다산과 21세기」라는 나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었는데 저의 강의내용과 읽으라고 권해준 다산의 책을 통해 대학 1년생으로 ‘삶의 지향점’을 세워 긴긴 시험준비 기간의 고통을 감내하고 끝내 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뜻으로 보내온 편지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교수님의 저서와 강의로 2011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다산과 21세기’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입니다. 약 10년 전 일이고, 대학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이었던 저를 기억하시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이렇게 편지를 올리는 것은 교수님께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백발이 성성한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외치시던 일성은 가슴 깊이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상시분속(傷時憤俗)’,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라는, 대학에 외제차를 끌고 오며 자랑스러워하는 학생들을 보며 소리치시고, 아무생각없이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다산의 후배(다산도 성균관출신)로서 부끄럽지 않냐고 외치시던 교수님의 말씀은, 제가 20대를 살아가며,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삶의 지향점으로 세워졌습니다. 세월호와 같은 국가적 참사, 열아홉 살 청년이 밥도 못 먹고 죽어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발전소에서 죽어간 김용균군, 코로나19 사태에 쓰러져가는 많은 의료진과 국민들, 이러한 우리시대의 아픔과 부정한 세속에 분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산과 교수님의 가르침은, 수년간 고시를 공부하며 수백 장 답안지를 써 내려가면서도 눈물로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30일자 행정고시(5급공채) 64기에 합격하였습니다. 민국의 공직자로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며 대한의 관료로 행정과 정책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율기(律己) 청심(淸心), 염자목지본무(廉者牧之本務)이고, 만선지원(萬善之源)이며, 제덕지근(諸德之根)이라는『목민심서』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주어진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길었던 고시공부에서 교수님의 가르침과 다산연구소에서 보내오는 메일들은 제게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월 4일자에 이찬영이라는 합격생의 편지 내용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래 10년의 세월을 거쳐 끝내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안은 이군에게 우선 축하의 뜻부터 전해드립니다. 그간에 군대도 다녀오고 또 다른 일에도 시간을 버렸겠지만,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는 마음을 안고, 그런 아픔과 분노를 행정과 정책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관료가 되어야 한다고 모진 마음을 먹고 거듭되는 낙방의 시절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내 목표를 달성한 이군의 인내와 뚝심에 찬사를 보냅니다. “청렴은 공직자의 본분이다. 만 가지 착함의 근원이고 모든 덕의 뿌리이다.” 라는 『목민심서』의 교훈을 가슴에 안고 공직생활을 하겠다는 이야기에, 저는 참으로 기쁜 마음을 지니게 됩니다. 50년이 넘도록 다산에 관한 책을 쓰고 강의를 계속하면서도, 큰 보람을 느낄 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이군의 편지를 받고서는, 그래도 내가 헛된 일은 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편에 흐뭇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군이여, 초심을 끝까지 지키며 나라의 동량이자 훌륭한 공직자이기를 거듭 부탁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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