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기업회생 절차 밟는 쌍용차…2월 말 ‘매각 마지노선’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지난 2009년, 기업회생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자 노조원들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던 이른바 ‘쌍용차 사태’를 겪은 쌍용자동차가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11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법원이 쌍용차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면서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내달 28일까지 보류된 가운데, 쌍용차는 산업은행,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쌍용차 노조 역시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매각에 협력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쌍용차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지원 조건으로 ‘흑자 전환 전까지 일체 노동 쟁의 금지’를 내걸자 노조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쌍용차 노동자 고용보장 및 회생지원 촉구 기자회견_우정호 기자
쌍용차 노동자 고용보장 및 회생지원 촉구 기자회견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안개 속 쌍용차 매각 협상…마진노선은 ‘2월 28일’

계속된 경영난으로 단기 채무 상환이 어렵게 된 쌍용자동차는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자동차의 총 대출금은 3,000억 원대로 추정되며, 지난해 12월 기준 단기 채무액은 1,650억 원으로 추정됐다.

쌍용자동차는 이번 기업회생절차에서 자율구조조정제도(ARS)를 함께 신청했는데, 이 제도를 통해 회생절차 결정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2월 28일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면서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채무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쌍용차는 산업은행,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지분 매각 논의 중이다.

현재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은 기업회생기간 내에 제3자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의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아니시 샤(Anish Shah) 마힌드라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1일 신년 온라인 언론간담회에서 ▲쌍용차 매각 시 경영권도 함께 넘길 것 ▲매각이 2월 28일 이내에 완료되지 않더라도 이번 회계연도(인도의 경우 3월 31일)가 끝나기 전까지 대주주의 지위를 정리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쌍용차와 노동조합(기업노조) 또한 제3자 매각에 동의하고 있다. 쌍용차노조는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매각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의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매각 논의에서 마힌드라그룹에 1,300억 원에 달하는 외국계 은행 차입금의 지급보증을 연장 요구했으며, 쌍용차에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2일 신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쌍용차의 지원 조건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1년→3년 연장 ▲흑자 이전까지 일체의 쟁의행위 금지를 요구했다.

이동걸 회장은 “쌍용차 노사에 이번이 마지막 회생 기회라는 것을 명시한다”며 “이번 투자가 성사되더라도 해당 투자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부실이 발생되면 쌍용차는 끝이다.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본사_쌍용차
쌍용차본사 ⓒ위클리서울/ 쌍용차

금속노조, "산업은행, 쌍용차 회생 지원하고 고용보장해야"

한편 쌍용차의 지난해 12월 회생 절차 신청을 두고 2009년 겪었던 정리해고와 협력사 줄도산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가 당장의 채무 상환 위기에서 벗어나면 회생 신청을 취하할 예정이어서 2009년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지만 유동성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2009년 구조조정을 통해 17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 가운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에 쌍용차 회생 지원과 함께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자리에서 노조 측은 “산업은행이 해야 할 것은 (노조에 대한) 일방적 양보 요구가 아니라 고용보장과 미래 비전 확보를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쌍용차 위기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쌍용차 경영진의 부실경영 결과”라며 “마힌드라 인수 뒤 쌍용차는 수출시장을 잃었고 빚은 늘었으며 힘들게 개발한 티볼리 플랫폼과 엔진 기술 등은 마힌드라에 빼앗겼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은 10년 이상 무쟁의와 복지축소, 임금반납 등 자구안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 왔다"며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책임을 물어야 할 마힌드라, 쌍용차 자본에는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뜬금없이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무쟁의 서약서 등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종용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반노동, 반헌법적 발언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산업은행이 할 일은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 회생을 지원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산업은행 항의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티볼리 헐값 기술 이전 ▲한국 자산 매각 후 해외 차임금 상환 등과 관련해 마힌드라에 책임을 물을 것 ▲졸속매각하지 말 것 ▲채권을 지분으로 전환 ▲고용보장과 미래비전 확보를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결정구조를 조성 등이 담겼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외에도 쌍용차의 다수 노조인 쌍용자동차노동조합도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총고용 보장, 마힌드라의 책임 이행, 정부와 채권단의 자금 지원 등이 담겨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_사진 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위클리서울/ KDB산업은행

‘엎친 데 덮친 격’…쌍용차 "두 달 간 정상급여 지급 어렵다" 노조에 공문

심각한 현금흐름 악화를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이달과 다음달 임금 일부를 지연 지급하는 방안을 노조와 논의 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21일 노조에 1~2월 임금 일부를 지연하는 안에 대한 공문을 보냈고, 노조 집행부는 이날 대의원회의를 열고 관련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보그워너오창(T/C 어셈블리),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콤비 미터) 등 일부 외국계 부품사들이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지 않으면 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쌍용차는 일부 업체에 일 단위로 현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대의원회의에서는 조합원 임금을 30~50% 가량 지연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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