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서울 중부건어물시장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종로5가역 7번 출구로 나오면 광장시장이 맞아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여 통행조차 어려웠던 시장은 꽤 한가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니다. 광장시장을 지나 방산시장이 나온다. 지나친다. 한참을 걷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중부시장’이 보인다. 중부시장은 건어물시장으로 유명하다. 시장을 알리는 간판에는 ‘중부건어물시장’이라고 적혀있다.

중부시장은1957년 현대식 시장인 서울 중부시장 주식회사로 처음 개설됐다. 1959년 개장 당시 일반종합시장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 중간에 위치해 농수산물 위탁상인들이 집결하면서 1965년 이후 건어물과 해산물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었다. 강남, 강북을 통틀어 가장 큰 건어물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부시장의 특징은 전국 각 산지 직송으로 신선하며 도매시장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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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입구로 들어간다. 여전히 깔끔한 모습. 손님들의 왕래도 꾸준하다. 무엇보다 전국 각지로 배송될 상품들이 분주하게 이동된다. 상인들은 쉴 틈 없이 손수레 위에 상품이 담긴 상자를 싣는다. 택배기사들은 거의 묘기를 부리듯 천장 가까이 쌓은 상자를 옮긴다.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상인과 택배기사들의 움직임이 더 바빠진다. 덕분에 시장 분위기가 활기차다. 그렇다면 왜 중부시장이 건어물시장의 중심지인지 궁금해진다.

건어물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싱싱함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각 산지에서 생산한 상품이 중부시장에 도착하면 신속히 전국으로 유통되며 투명한 가격으로 진행된다. 중부시장의 상품들은 도매상인과 소매인들에게 있어서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최대의 건어물 시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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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는 계속해서 같은 바다에서 연작하면 영양가와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개발된 바닷가에서 채취한 해초류가 매우 영양가 높고 맛있는데, 새로 개발된 바다에서 채취한 해초류가 제일 먼저 입고되는 곳이 바로 도매시장인 중부시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부시장은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을 도매상인과 소매인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시장은 종류별로 골목이 나눠진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북어, 김 골목이다. 아까 탑처럼 쌓여져 옮겨진 택배들은 대부분 김이다. 김은 구워서 그냥 간장에 찍어먹어도 맛있고, 기름 바르고 소금 뿌려 밥에 싸먹어도 맛있는 반찬이다. 입맛 없을 때 밥에 김 하나만 싸먹어도 한공기는 뚝딱이다. 때문에 한국의 김 사랑이 외국에도 번져 해외여행을 온 외국인들에게 기념품으로 인기 만점, 효자 상품이다. 북어와 황태, 박대, 코다리 등 깔끔하게 포장해 진열됐다. 워낙 위생관리가 좋아서 그런지 상품상태도 훌륭하고 시장 안에 비릿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건어물 시장에 대한 선입견은 이곳에서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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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굴비 골목이다. 자연스럽게 감탄이 터진다. 시장 안에 주렁주렁 열린(?) 굴비들이 예술이다. 굴비 커튼? 굴비 모빌? 굴비 발? 귀한 굴비가 골목 안을 가득 채운다. 굴비는 조기에 소금 간을 해 꼬들꼬들하게 말린 생선으로 흔히 밥도둑이라고 불린다. 그런 굴비에 흥미로운 유래가 있다.

굴비는 ‘이자겸 굴비’라고도 불렸다. 이자겸은 고려 제15대 예종의 장인어른, 고려 제17대 왕 인종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어른이다. 자신의 두 딸을 왕비로 삼게 하며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된다. 자겸은 십팔자(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임금이 된다) 도참설을 내세워 인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이자겸이 믿었던 부하 척준경이 배신을 하며 군사들에게 포위돼 전라도 영광 법성포로 유배됩니다. 귀양지였던 영광에서 처음으로 말린 참조기를 맛본 이자겸은 이를 왕에게 진상하며 ‘정주 굴비’라고 적어서 보냈다고 한다. 이자겸은 아니할 ‘비’, 굴하다 ‘굴’을 바꿔 말린 참조기에 ‘굴비’라는 이름을 지었고, “선물을 주되, 결코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며 왕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굴비를 맛본 왕은 반해 이자겸 굴비를 계속 진상하게 하라는 어명을 내렸고 이후 굴비는 궁중상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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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상품이었던 굴비는 지금 명절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설을 준비하는 모습이 한창이다. 아무래도 원조는 영광이다. 토실토실한 영광굴비가 포장 포함 4만5000원에서 6만원이다. 굴비의 크기와 품질을 봤을 땐 다른 데선 10만원은 넘을 것같다. 요즘엔 인터넷에서 설 선물 준비를 많이 하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를 하는 게 더 저렴하고 똑똑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멸치 골목에 들어섰다. 멸치 그 종류와 산지도 다양하다. 여수 오사리, 완도 햇멸치, 햇알베기, 남해안 지리, 여수 가이리, 여수 다시 등. 멸치는 칼슘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안주, 볶음, 육수, 반찬 등으로 다양하게 먹기 좋은 음식이다. 그 이름도 크기에 따라 쓰이는 용도에 따라 다르게 불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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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에 걸린 현수막엔 ‘우리시장은 철저한 방역소독으로 안심하고 찾는 클린시장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중간 중간 손소독제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상인들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방역수칙뿐만 아니라 시장은 정리정돈이 잘 돼있어 돌아다니기 편했다. 중부건어물시장만의 상도 7조도 있었다.

1. 정보를 수집하는데 힘쓰고 빨리 대처한다.

2. 방문한 고객이 이웃에게 자랑할 수 있는 상품만을 판매한다.

3. 장사는 부지런히 준비한 사람이 성공한다.

4. 진심어림 마음을 담아 늘 친절을 베푼다.

5. 장사는 진실한 마음을 파는 것이다.

6.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7. 거래 이후에 자신에게 떳떳하며 행복한 마음을 갖도록 장사한다.

이러한 상조를 갖고 있어서 인지 중부시장은 오랜 세월동안 건어물시장의 중심지로 불리는 게 아닐까. 앞으로도 한결같은 시장의 모습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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