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의당’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정의당이 발칵 뒤집혔다.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의당 뿐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도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더구나 대표적 진보정당으로 '젠더 이슈'에 적극적이었던 정의당으로선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같은 당 장혜영 의원과 식사를 같이 한 뒤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의당은 김 전 대표에 대해 직위해제를 결정했고 김 전 대표도 가해 사실을 인정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엔 다시 한 번 ‘미투 바람’이 불고 있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진보진영의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이었던 김 전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정의당은 대표단회의에서 김 전 대표를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사실상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도 더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가 소속 의원 성추행으로 물러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성평등과 젠더 이슈를 전면에 내걸었던 정의당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정의당은 그 동안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 비위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각을 세워 왔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젠더위기'를 3대 위기 중 하나로 규정하고, 차별화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에도 큰 상처가 났다. “성평등 시장이 되겠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새지도부의 혁신 움직임도 주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이은 정의당 내 성 추행 사태는 진보진영의 도덕성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는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던 정당의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이라며 "정의당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당원 여러분과 국민여러분께 치명적인 상처가 생겼다.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재보궐 선거 ‘영향’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여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치러지게 된 선거다. 그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면서 진보진영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차세대 진보 주자로 꼽혔던 김 전 대표는 ‘노회찬-심상정’의 뒤를 잇는 아이콘으로 떠 오르고 있다. 정의당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귀책 사유가 있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을 그 동안 강하게 비판해왔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위기 타개 방안으로 재보궐 선거운동 중단과 지도부 사퇴 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보수 야권 후보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성범죄 방지 및 사후 대책을 구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성범죄전담기구 설치 등이 교집합으로 거론되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성범죄 대책으로 서울시청 6층 시장실의 ‘성폭력 대책 전담 사무실’ 변경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서울시 고위공직자 사무실 벽의 유리화, 고위공직자 전담 성범죄 신고센터 설립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에서 운영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투직통센터’를 서울시로 확대·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해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 조직에 객관적 시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된 서울시 권력형 성범죄 전담기구를 반드시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오신환 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완전 복직과 양성평등감독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권력에 기인한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담기구 설치를 약속했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상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과거 성범죄 전력이 재소환되면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저의 가해 행위는 공당의 대표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 행위는 씻기 힘들다. 저열했던 성 인식을 바꿔나가겠다”고 사과했다.

또 다시 정치권에 제기된 ‘성추행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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