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분(勸分)운동을 다시 일으키자
권분(勸分)운동을 다시 일으키자
  • 박석무
  • 승인 2021.01.29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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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목민심서』48권은 12편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11번째가 진황(賑荒)편입니다. 진황편에는 6개 조목이 있는데 그 두 번째 조목이 바로 ‘권분’입니다. 권분이란 흉년이나 재해를 만나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어려울 때, 부유한 사람들에게 권장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곡식이나 재물을 내놓거나 직접 나누어 주도록 하는 일을 말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대 재앙을 맞아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고는 큰 불행을 면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권분은 다산의 창안이 아닙니다. 다산 자신이 말한 대로 중국의 주(周)나라 때부터 시작된 전통적인 빈민구제책의 하나였습니다. 지난해 3~4월 경, 한창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나는『목민심서』의 ‘권분’ 조항을 거론하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생계가 어려운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가 있습니다. 그 무렵 전남의 순천시에서는 자치단체 단독으로 권분운동을 전개하면서 나에게 순천에 와서 순천시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권분운동의 의미와 유익함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직접 그곳으로 가서 강의를 해주었던 일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머지않아 잡히리라는 재앙은 끝을 모르고 계속 진행되어, 참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이 셀 수 없이 늘어났습니다.

  이제 고전적인 권분운동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게 되면서, 양극화 현상만 현격하게 나타나는 실정이어서, 더 치밀하고 계획적인 권분운동을 기대해봅니다. 이른바 ‘이익공유제(초과이익공유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실행되기를 바라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목표한 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을 때, 초과 이익의 일부를 협력 중소기업에 나누어주는 제도인데, 이 일이 또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본래의 뜻이야 ‘권분’에서 출발했다고 보지만, 권분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야 많은 곡식이나 재물을 출연하는 사람에게는 벼슬을 내리는 포상제도를 통해 그래도 효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오늘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사유재산을 공유재산으로 출연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당국에 권합니다.『목민심서』의 권분의 취지를 제대로 파악하며, 오늘의 경제논리나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빈민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는 유연한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에도 권분운동에 강요는 있을 수 없다고 했으니, 강요 아닌 자발적으로 이익이 많은 기업들이 재산을 출연하는 도덕적인 행위에 법률적으로 포상제도를 가미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익이 많은 부자기업 등을 선정하여 3등급으로 나누고, 3등급 안에서 등급마다 9개 등급으로 나누어 최하등급에서 벼 1석을 출연하여 1등급에서 10석을 내고, 최상급의 최하등급에서 100석을 내고 최상등급에 1,000석을 내게 하는 방법을 제시한『목민심서』의 논의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난이나 재앙을 맞아 약자를 구제한다하는, 그런 도덕적 행위에는 반드시 포상이 따른다는 원칙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면, 권분에서 이익공유제로 진화하는 빈민구제책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별한 시기, 재앙을 이겨낼 특별한 방법으로 코로나19로 당한 약자들에게 모두가 손을 넣어주는 일에 앞장서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순천시의 권분운동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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