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청년들’

[위클리서울=왕명주 기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월은 대학가의 졸업 시즌이지만 올해는 더욱 표정이 어둡다. 지난해 말 서울연구원은 서울지역 1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새해 경제 이슈 1위로 ‘청년실업 및 고용문제’(24.1%)가 꼽혔다. 하지만 국민들은 올 들어서 더욱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등 재보궐 선거에서도 중요 이슈다.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그래픽=이주리 기자

코로나 상황 속에서 청년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주변에서 코로나 이후 취업을 했다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주요 대기업들은 인원 감축으로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정기채용의 문을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도 대학원 진학이나 다른 대안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고졸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쉽지 않다. 전국에서 청년들의 꿈을 안고 서울로 몰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정규직이 아닌 인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청년들의 취업난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좁은문’ 통과하기

새해 들어서도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 취업자수가 작년보다 5만명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부진이 계속되면서 청년 취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KDI가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문가들은 올해 취업자수가 작년보다 5만명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올해·내년 모두 3.8%로 작년(4.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0%, 내년 1.2%로 물가안정목표(2%)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수출이 올해 2분기에 크게 늘면서 올해 8.2%, 내년 7.3%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이 결과 한국경제 성장률은 올해 3.1%, 내년 2.7%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대외 상품수요의 개선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제조업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와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62만 8000명이 감소하며 전월(-27만 3000명)보다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28만 7000명→-62만 2000명)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건설업(7만 7000명→2만 3000명)과 제조업(-11만 3000명→-11만명)도 부진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으로 소비 감소폭도 확대됐다. 12월 소매판매액은 전월(-1.5%)보다 낮은 -2.0%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서비스업생산도 전월(-1.4%)보다 낮은 -2.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1월 신용카드 매출액(온라인 매출을 포함하지 않은 신한카드 추정치) 증가율은 전월 -16.2%에 이어 -14.4%를 기록했다.

KDI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라며 “강도 높게 유지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완화돼야 경기회복 흐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고용의 경우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지난해 부진했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용 충격은 도미노 현상처럼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2만명이나 줄어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신규 채용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청년 고용시장은 쌀쌀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690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 8000명 감소했다. 1998년(-127만 6000명) 이래 2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20대 실업률은 0.1% 올라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9%대로 상승했다.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실업자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취업자 및 잠재 구직자를 모두 포함한 확장실업률)은 25.1%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올랐다.

 

‘고용충격’ 해법은?

청년층의 지난해 경제활동 참가율은 46.4%로 전년 대비 1.4%나 하락했고, 고용률 역시 42.2%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취업자도 아니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청년층에서 4만 9000명 늘었다. 15∼19세는 12만 6000명이 줄었는데, 20∼29세는 17만 5000명이 늘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인구 237만 4000명 가운데 20대는 41만 5000명에 달했다.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21만 6000명 줄었고 임시·일용직은 각각 31만 3000명, 10만 1000명 감소했다.

정부도 청년실업난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과 여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적극 실행하고, 올해 1분기 중 청년 고용 활성화 방안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여성 일자리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청년들은 신규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용시장 진입이 더욱 힘들다"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고용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전 세계 청년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용상황도 예외가 아니”라며 “2020년 기준 청년 고용률은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고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주역인 청년들이 누구보다도 고용충격을 크게 받은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청년 근로시간은 23%로 감소하고 실업률은 13.6%에서 17.1%로 3.5% 증가했다.

일각에선 현재 청년세대를 ‘봉쇄 세대(lockdown generation)’로 일컬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한 청년실업률은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높다.

이 장관은 “현재의 청년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민간에서는 어떤 부분을 노력해야 하는 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기존 청년대책 중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은 더욱 개선하고 새로운 내용이 필요한 경우 보완해 1분기 내 청년 고용상황에 따른 추가 대책도 관련 부처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해엔 청년들이 조금 더 어깨를 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