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백기완 선생님의 부고 소식이 잠을 깨웠습니다. 이미 병상에서 위중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기에 긴 이별의 소식을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선생님이 병중에서도 “김미숙 힘내라” “김진숙 힘내라”라는 말씀을 남겼다는 이야기는 아름다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서도 동국제강에서 한 노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전포복지관 사회복지 노동자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모두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입니다.

 

2011년 11월 1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외롭고 어두웠던 85호 크레인을 내려오던 날 가장 먼저 김진숙 지도위원을 안아 주던 백기완 선생님. ⓒ?장영식
2011년 11월 1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외롭고 어두웠던 85호 크레인을 내려오던 날 가장 먼저 김진숙 지도위원을 안아 주던 백기완 선생님. ⓒ장영식

문정현 신부님은 “한국에서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산재”라고 말했습니다. 1년 동안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섭고 잔인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노동 존중 사회’의 노동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있는 일자리조차 지켜 주지 못하면서 공허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허망한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이 더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처럼 선생님은 “노무현 정권 시절 재야가 사라지고 오롯이 노동자들만 남아 ‘철없는’ 투쟁을 할 때도 선생님은 늘 맨 앞에서 정권을 향한 비수 같은 말씀으로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거의 유일한 어른”이셨기 때문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걸어서 도착했을 때, 선봉에 선 사람들은 해고 노동자들과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였습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걸어서 도착했을 때, 선봉에 선 사람들은 해고 노동자들과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였습니다. ⓒ장영식

이제 우리는 백기완 선생님을 보내 드립니다. 그리고 남은 ‘김미숙’과 ‘김진숙’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완성하고, 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기나긴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것입니다. 한평생 조국통일과 노동해방을 위해 투신하셨던 선생님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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