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죽어야 지구가 산다?!
인간이 죽어야 지구가 산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1.02.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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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12 몽키즈’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영화 ‘12 몽키즈’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12 몽키즈’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금의 상황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일상을 살아간다.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라고 규정하고 “앞으로 바이러스의 여파가 수십 년간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 바이러스가 없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만약 이것이 꿈이라면 그리고 그 꿈을 꾼 사람이 바이러스가 없었던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감독의 영화 ‘12 몽키즈’(Twelve Monkeys, 1995)는 한 남자의 꿈에서 시작된 일에서 세상을 구할 단서를 얻는다. 바이러스로 지상 세계가 멸망한 미래에서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 남자, 제임스 콜(브루스 윌리스 분)이 바로 세상을 구할 주인공이다.

 

영화 ‘12 몽키즈’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지상 세계, 같은 꿈을 꾸는 남자

서기 2035년. 세상은 바이러스로 멸망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생존해 지하세계에서 문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1996년에서 1997년 사이에 팬데믹으로 번진 바이러스로 인해 50억 명의 인구가 순식간에 죽었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력은 대단했다. 대다수의 인류가 멸종했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타임머신을 개발한다. 이들은 타임머신을 통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를 연구하고 순수한 바이러스를 확보해 백신을 만들고자 한다. 왜냐면 미래의 바이러스는 변종을 거듭해 백신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이러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서 이 모든 사태를 조사할 지원자가 필요하다. 미래의 과학자들은 과거의 지구로 돌아가 지금의 바이러스를 유포한 범인을 잡고 바이러스를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 했다. 미래 과학자 그룹은 죄수 중 제임스 콜을 지목한다. 제임스는 정확한 인지능력과 기억력, 건장한 신체를 갖췄다. 그는 차원을 이동해 과거로 가서 원래 바이러스를 확보하고 바이러스를 누가 퍼뜨렸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었다. 제임스는 공권력에 대항하는 죄를 짓고 2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상태다.

한편 그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 공항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아름다운 금발 머리의 여성이 달려와 피를 쏟는 남자를 안으며 운다. 제임스 본인은 그걸 바라본다. 꿈을 꾸는 제임스는 미래 과학자 그룹에게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해결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감형’ 혹은 ‘사면’이다. 제임스는 과학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과학자들이 제임스에게 준 미션은 먼저 바이러스를 유포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12 몽키즈’라는 정체불명의 표식을 찾는 일이다.

미래 과학자들은 제임스를 과거 1996년으로 보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일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오류와 실수가 속출한다. 콜은 잘못 계산한 시간여행 장치 때문에 1996년이 아닌 1990년도로 간다. 아직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사건이 발생되기 6년 전이라 제임스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제임스는 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며 알몸으로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정신병원에는 제프리 고인즈(브래트 피트 분)라는 사내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세균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박사다. 제임스는 정신과 약에 취해 TV에서 나오는 동물실험 장면을 보면서 “저렇게 잔인한 걸 보면 인류가 멸망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몰라”라는 말을 한다. 제임스의 말 한마디로 새로운 미래가 탄생된다. 그로 인해 과거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임스의 이야기는 제프리 고인즈가 훗날 ‘12 몽키즈’라는 단체를 만드는데 영감을 준다. 그리고 이로 인해 누군지는 모르지만 바이러스 유포자와의 거리가 한 발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12 몽키즈’는 동물 애호가 단체였을 뿐 진짜 바이러스를 유출한 집단이 아니었다. 미래에서는 ‘12 몽키즈’가 바이러스를 유포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범인은 따로 있었다. 제임스는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12 몽키즈’가 바이러스와 관련된 단체가 아니라는 음성메시지를 미래 과학자 그룹에게 남긴다.

 

영화 ‘12 몽키즈’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12 몽키즈’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인간만이 죽는 바이러스, 지구에게는 평화일지도…

이 바이러스는 신기한 측면이 있었다. 오직 인간에게만 감염됐고 인간만 죽었다. 때문에 제임스가 살아남은 그 40여 년 동안 지상 세계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됐다. 사람들이 사라진 백화점과 도서관 건물에는 사자가 포효하고 부엉이들이 날아다녔다. 사람이 사라진 유령과 같은 도시였지만 동물들에게는 천국이었다. 미래에서 제임스가 생활해온 미래는 인간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지만 동물에게는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리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일어나는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각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집 밖으로 사람들을 나오지 못하게 하자 그 자리를 동물들이 메꿨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사람들 대신 산양 떼가 출몰해 거리를 점령했다.

미국 해안가에는 멸종위기 참고래들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흔적이 사라진 다이빙 명소에는 멸종위기 거북들의 알까기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인간에게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동물과 자연에게는 반대였다. 이쯤 되면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지구에 큰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었는지 반성이 된다.

이때 이런 현상을 예견이라도 하듯 ‘인간이야말로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다. 자연을 위해 지구를 위해 인간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있다. 바로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린 범인이다. ‘12 몽키즈’는 바이러스를 유포한 집단이 아니었다. 실제로 바이러스를 유포해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남자는 제프리 고인즈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과학자였다. 제프리의 아버지는 앞서 말했듯 세균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세균학의 대가다. 조수로 일하던 범인은 그는 인류가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인류를 멸종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온 종말론자였다. 그는 인간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인간만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린 까닭이다.

제임스는 결국 진짜 범인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를 막기 위해 몸을 날려 총을 맞는다.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던 꿈,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쓰러져 죽고 그를 안으며 절규하는 한 여성을 보던 바로 그 장면은 미래를 암시하는 꿈이었다. 1996년 공항에서 총을 맞은 남자는 바로 소년이 바라보던 자기 자신이었다. 제임스는 늘 꾸던 꿈처럼 총에 맞고 사랑하는 여인의 품속에서 사망한다. 그리고 범인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한다. 제임스는 미래를 바꿀 수 없었을까?

제임스가 죽고 범인은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한다. 제임스가 죽으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은 허무함이 느껴질 즈음 감독은 반전을 꾀한다. 범인의 비행기 좌석 옆에는 낯익은 얼굴의 여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 과학자 그룹의 일원이다. 마지막에 전화를 건 제임스의 메시지가 미래에 닿았고 미래 과학자 그룹은 진짜 범인의 행동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것이다. 미래는 바이러스가 없는 세상으로 회귀했을까?

현실의 코로나 사태를 예견했다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 ‘12 몽키즈’는 영화가 나온 지 수십 년 지난 지금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지구가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님을, 소중한 이 터전을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현재의 이 상황은 바이러스로 모든 인간이 사라져 폐허가 된 지구의 먼 미래에 누군가 와서 우리에게 이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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