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무금융직 노동자 정신건강 ‘빨간불’
한국 사무금융직 노동자 정신건강 ‘빨간불’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1.02.23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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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한국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개최
많은 노동자들이‘성과압박’속에 자살충동,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이하 사무금융노조)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지난 19일 ‘한국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줌-온라인으로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위클리서울 /사무금융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이하 사무금융노조)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지난 19일 ‘한국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줌-온라인으로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위클리서울 /사무금융노조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이하 사무금융노조)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지난 19일 ‘한국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줌-온라인으로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사무금융노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작년 한 해 동안 사무금융노조 현장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1,181명) 및 심층 면접조사(16명)를 토대로 ‘사무금융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된 오늘 토론회에서 드러난 한국 사무금융직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지표는 매우 심각했다.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상위 25%)에 해당했으며, 감정부조화를 겪는 비율 또한 80%에 달했다. 또한 당장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정신질환 발병률과 자살 생각/계획/시도 등이 일반인구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설문 분석 결과, 남성 32%와 여성 36.5%가 자살 고위험군으로 확인되었다.  

프로젝트 연구진으로 참여한 오늘 발제자들은(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이유민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류한소 중앙대학교 박사과정)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심각한 정신적인 위기의 원인으로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을 꼽았다. 

설문조사에서 업무 성과 압박에 대해 80% 이상이 ‘압박을 느낀다’고 했고, 심지어 26.4%의 응답자는,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다고 답했다. 

김영선 연구위원은 “정신질환은 자본주의의 보편적인 특성이지만, 성과주의 특성이 강한 금융업에서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사 분석에 드러난 사무금융직 노동자 자살 추이만 살펴봐도 정신질환의 문제가 위태로운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유민 전문의는,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지표 외에도 고위험음주군 비율(70.65%). 정신적 지침 호소 비율(72.44%) 등을 언급하며, 당장 조직적인 개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류한소 박사는 면접 분석 발표에서 ‘성과압박’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억지민원에 시달리며 “내 월급은 욕값”이라며 감내하는 보상직 노동자, ‘밥값’이라 불리는 손익분기점(BEP)에 대한 압박에 한밤 중에 께어 있는 증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소개하며, 성과압박 외에 직장내괴롭힘, ‘여직원’에 대한 차별 등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사무금융 노동자들을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위 문제에 대한 개입 및 개선 방안 등 후속과제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현실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직적 차원의 정신건강체계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류한철 일환경건강센터 부위원장은 ‘리스크와 위험관리’ 측면에서,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노동자 개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이익 차원에서도 손실이라며 개입과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금융 상품 논리가 사무금융직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에도 적용된다며, ‘실적주의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무금융노조 이은순 교보증권 지부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사무금융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성과압박 속에 ‘자기착취’가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노동조합이 앞장 서서 단체교섭 및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관련 문제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심각한 위험에 처한 사무금융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실적쥐어짜기식’ 사회를 바꿔나가고자 사용자 및 정부를 상대로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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