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권이든 집권 1년이면 실체 드러났고 노동계급은 정권퇴진운동 벌여”
“어느 정권이든 집권 1년이면 실체 드러났고 노동계급은 정권퇴진운동 벌여”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3.03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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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영원한 사회주의자’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2회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위클리서울/ 오세철 교수 제공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위클리서울/ 오세철 교수 제공

- 코로나 문제를 떠나 전 세계는 경제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지.

▲ 19세기 마지막 수십 년 동안의 커다란 제국주의의 팽창은 극적인 성장률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 시기는 무엇보다 노동계급의 생활표준이 개선되면서 예기치 못한 번영과 진보의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이는 유리한 객관적 조건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사회민주당으로 조직된 노동자 운동의 영향력 증가의 덕이었고 개량주의의 출현의 기반이기도 했다. 이는 다른 형태로 수정주의, 개량주의에 대한 맑스주의 혁명가들의 자본주의 몰락 이론으로 나타났다. 위기 극복과는 거리가 멀게 카르텔과 신용을 통한 자본의 ‘조직’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응이며 이는 더 크고 많은 파괴적 수단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과학적 이론은 잉여가치의 추출과 그 실현과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잉여가치 추출의 과정에서는 이윤율 저하의 법칙이, 그리고 잉여가치 실현의 과정에서는 시장 포화의 한계 법칙이 위기의 기본이 된다. 이 두 가지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틀이 요구된다. 지금의 위기는 잉여가치 실현의 막다른 골목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한편으로는 위기라는 말이 와 닿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 자본주의 쇠퇴와 위기는 독립적이지만 상호의존적이다. 따라서 쇠퇴에 대한 인식은 대공황 시절과 같은 위기의 순간과 위기를 지금의 자본주의가 겪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1914년 이래 쇠퇴의 상태에 있음과 자본주의가 자랑하는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괄목할 성장률이 사실은 자체 재생산의 조건 창출이 점점 더 불가능해진 체제의 죽음의 고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 지구상에 진정한 사회주의가 태동된 적 없다는 입장을 늘 고수해왔다. 수정주의 때문에 사회주의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인데.

▲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혁명을 향한 어떠한 투쟁도 없었고 자본주의의 일시적 번영의 착시와 사회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복지국가 모델, 케인즈주의의 일시적 위기 극복 그리고 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신자유주의의 공격과 또 다른 형태의 케인즈주의의 활용 등이 지금의 자본주의의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으며, 계급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노동자들 앞에서 100년 전과 비슷한 이데올로기로 겨우 버티고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민족주의, 국가 제일주의, 좌우를 막론한 포퓰리즘, 인종주의 그리고 크고 작은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긴장과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에서 크든 작든 제국주의가 아닌 국가는 없다. 이 때문에 전쟁의 위험 역시 늘 도사리고 있다.

 

-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 무엇이 문제인가.

▲ 핵 폐기를 대가로 한 식량원조와 물질적 보상을 통해 북한 경제를 산업자본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로 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국자본주의에의 의존과 미국 및 한국자본주의에서의 의존이라는 다른 선택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김정은 권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독재국가다. 동시에 낮은 단계의 자본주의 국가로 읽어야 한다. 북한 자본주의를 파멸시키는 역사적 책무는 북한 주민들에게 일차적으로 주어져 있으나 이는 남북한을 비롯 동아시아의 노동계급의 단결과 세계노동계급의 단결을 통한 혁명투쟁에 달려있다.

 

- 한국사회는 여전히 노동 문제, 평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자면.

▲ 문재인 정부의 노동과 노동계급에 대한 태도와 정책은 ‘비노동’이 아니라 오히려 ‘반노동’에 가깝다. 노동, 자본, 국가의 통합구조를 안착시키려는 시도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미완성이기는 하나 장기적으로는 형성될 전망이다. 국가는 노동과 자본의 적대와 대립을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기구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자본가 국가이고 노동계급과 동맹하는 기구이다. 여기에 노동계급마저 자본 계급 편에 선다면 그 기구는 자본계급의 단일기구이다. 계급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와 정부는 노동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는 반민주주의 국가임을 문 정부 스스로 천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구체적 모습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법제화에서 드러난다.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의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계급의 투쟁은 이 착취체제와 이를 규정하는 법을 반대하고 없애려는 투쟁을 몇 백 년 해오고 있다. 메이데이가 노동시간의 단축 투쟁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원칙을 계층사이의 이해로 조정하고 노동시간을 변형근로제로 후퇴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보며 노동계급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노동자들은 어떠했는가? 반노동으로 나아가는 정부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집권한 지 1년이 되자 그 실체가 드러났고 노동계급은 정권퇴진운동을 벌였다. 어느 정권도 예외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는 어디 있는가? 노동운동은 여전히 운동인가?

 

- 남북관계 문제는 사회주의자로서 난감한 과제일 수 있다. 통일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촛불이 매개 되어 10년의 이른바 ‘적폐’가 정권교체의 문을 열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다양한 형태의 제국주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국가와 민족도 자유로울 수가 없고 남과 북도 예외일 수 없다. 남, 북, 미 그리고 세계의 공통화두는 평화와 번영이다. 평화는 계급전쟁을 종식시키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번영은 이윤과 계급불평등을 사라지게 하는 자본주의의 지속적 성장일 뿐이다. 갈라진 남, 북이 표면적이고 가시적 적대를 넘어 세계자본주의 체제 속에 부분 집합으로 나아가는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를 상상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고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어도 이 과정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통합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개혁, 개방을 통해 점진적으로 국가자본주의로 공고해지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연합, 연대할 것이다. 아직도 사회주의 건설을 말하는 형용모순이 존재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삼척동자도 알게 될 것이다. 이 효과는 남쪽의 우리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직도 보수주의 자본가들이 자유주의-민족주의 자본계급(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력을 ‘좌파’, ‘빨갱이’, ‘친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은 그러한 대립이 허위이며 지금이 그런 대립을 주장할 마지막 기회임을 알기 때문이다. 두 가지 형태의 자본 세력은 자본주의의 양면이며 보완적 관계임을 깨닫게 될 날이 멀지 않았고 이는 세계 노동자 투쟁과 혁명적 실천이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이념적 재편 과정에서 지금까지 우리사회에 존재했던 ‘진보’, ‘자유주의’, ‘부르주아 사회주의’ 등의 개념이 정리되면서 자본에 맞서는 노동계급의 코뮤니스트 이념과 실천이 성숙될 것이기 때문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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