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동네에 조용히 남아있다
삭막한 동네에 조용히 남아있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21.03.05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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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서울 이경재래시장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한파가 물러갔다. 이제 큰 추위는 지난 것 같고 봄 준비를 해야겠다. 봄 준비를 하는 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외대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골목시장. 이경재래시장을 찾았다. 이전 방문했을 때까지만 해도 공사 현장이었던 곳엔 높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도 좋지만 재개발 이전 훈훈했던 동네의 모습이 없어져 조금 아쉽다. 그래도 아직까지 상권은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대역 3번 출구로 나와 좁은 인도를 따라 걷다보면 노포와 노상점포가 보인다. 시장의 시작을 알린다. 이경시장의 입구는 두 건물사이에 굉장히 작게 위치해 두 눈 똑바로 뜨고 찾아야 될 것이다. 한눈이라도 팔면 지나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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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시장은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1974년에 개장했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많이 생긴 탓에 찾는 사람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지역민에게 다양한 식료품과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군데군데 문을 닫은 점포도 있으나, 현재 60개에 달하는 점포가 남아 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입구로 들어간다. 시장은 조용하다.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보인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상인들은 전부 상점 안에 있다. 시장의 간판은 전부 원형으로 통일했지만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시장 안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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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보이는 떡집. 진열장엔 떡 대신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다. ‘생들기름 체내 면역력 강화’ ‘국내산 미숫가루’ ‘어머니의 손맛 식혜’ ‘떡 두팩+식혜 작은 것 한 개 오천원’ 등. 떡만 판매하기엔 장사가 안돼서 인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상인은 TV를 보며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건너편 두부가게도 마찬가지. 순두부, 콩비지, 손두부 모두 진열대에서 손님을 기다리지만 애석하게도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 두부가게 사장님은 열린 창문으로 인기척이 느껴지자 괜히 잘 정돈된 진열대를 한 번 더 정리한다.

이경재래시장은 유난히 방앗간, 기름집 비중이 컸다. 대부분 참기름, 들기름을 짜주고 도토리를 갈아주며 날콩, 날쌀, 미숫가루 등을 빻아준다. 각종 곡류부터 액젓, 기름, 고춧가루, 소금, 장류 까지 다양하다. 아직 기계를 돌리는 방앗간이 없어 시장 내에선 고소한 냄새를 맡을 순 없었다. 상점 안에선 상인들이 물건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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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생선을 파는 상점은 시장 내부에 딱 한 곳뿐이다.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이제 제철인 냉이가 먼저 보인다.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하고 특유의 향으로 먹는 건강식품이다. 국에 넣어도, 무쳐먹어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이 외에도 고사리, 도라지, 토란대, 시금치, 다래순, 우거지 등이 있다. 생선은 고등어, 조기, 삼치, 갈치, 꼬막, 미역, 매생이 등이 보인다.

바로 반찬가게가 보인다. 이곳은 소분해서 포장해놓지 않고 손님이 구매하는 그때그때 바로 포장을 해준다. 역시 한국인은 김치. 그 종류만 10가지가 진열돼있다. 한 진열대에 10가지의 김치로 가득 찼다. 다음 진열대에는 다양한 장아찌와 나물반찬이 보인다. 상점 안에선 또 다른 반찬을 만드는 상인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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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쯤 들어오니 카페도 보인다. 이날은 문을 열지 않았다. 굉장히 작은 카페지만 직접 원두를 볶아서 만든다고 한다. 굳게 닫힌 문에는 캘리그라피(예쁜 손글씨)가 붙어 있다. ‘수고한 나에게 주고 싶은 선물 커피로 힐링하는 시간’ ‘죽을 만큼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아 이정도 좋은 커피 마실 자격은 충분하잖아’ 등. 커피구매를 권유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글로 마음을 위로하며 잠깐 쉬어가고 싶다는 느낌을 준다. 좋은 아이디어다.

시장에 끝엔 비어있는 상점들과 큰 마트 뒤편이 나온다. 몇몇 상점은 있지만 대부분 비어있기 때문에 침침한 분위기다. 하루 빨리 더 많은 상점들이 들어와 이 골목도 상권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아직까진 마트의 창고느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재개발로 인해 지역인구도 늘어났을 테지만 여전히 시장은 조용했다. 시장의 규모도 넓히고 활발해진다면 동네의 삭막한 분위기도 다시 예전처럼 훈훈하고 시끌벅적하게 돌아가지 않을까. 옛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만 들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도입함으로써 옛것과 함께 어울려 더 발전해가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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