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아직도 ‘한 자릿수’
제2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아직도 ‘한 자릿수’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1.03.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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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연맹 2021 유리천장 실태조사 실시
노동조합 내 유리천장 문제도 여전해
사무금융노조 로고 ⓒ위클리서울 /사무금융노조
사무금융노조 로고 ⓒ위클리서울 /사무금융노조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노조‧연맹)이 소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여성 채용 및 여성 관리자‧임원 비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관리자‧임원 비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임원 926명 중 여성 임원은 ‘54명’

사무금융노조‧연맹에는 카드·저축은행·증권·보험·공공금융·상호금융 업종의 100여개 지부·노조가 소속돼 있다. 이번 조사에 응한 총 52개 지부 및 노조 소속 사업장 전체 여성 비율은 2021년 2월 기준 44.1%(983명)에 달한다.

그러나 여성 임원 비율은 전년대비 1.1%p 증가한 5.9%(58명)에 불과했다. 여성 등기 임원 비율 역시 9.1%로(25명) 한 자릿수를 유지했다. 관리직의 경우 차장직급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6.9%(759명), 부장직급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0.5%(364명)로 확인됐다. 여성 임원 비율과 마찬가지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표1) 여성 임원 및 부서장 현황 (2021년 2월 현재) ⓒ위클리서울 /사무금융노조
표1) 여성 임원 및 부서장 현황 (2021년 2월 현재) ⓒ위클리서울 /사무금융노조

손‧생보사, 여직원 50% ↑, 여성 임원은 10% ↓

업종별로 살펴보면,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손해보험업종본부 소속 사업장과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생명보험업종본부 소속 사업장의 경우 여성 직원 비율이 각각 52.6%(5,531명) 51.3%(4324명)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그러나 손해보험업종의 여성 임원 비율은 5.4%(6명),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8.1%(17명)에 그쳤다. 생명보험업종의 여성 임원 및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각각 8.3%(16명), 9.1%(45명)로, 손해보험업종보다는 높았지만 실제 여성 직원 비율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신용보증재단 등이 소속된 여수신업종의 경우 여성 직원 비율은 42.1%(4,645명)였으나 여성 임원은 5.8(15명)%,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5.7%(31명)에 그쳤다.

증권사 및 펀드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증권업종본부 소속 사업장의 경우 여성 직원 비율 자체가 37.4%(4,875명)로 전체 평균보다 6.7%p 낮았다. 여성 임원 비율 역시 4.3%(14명) 수준에 그쳤다. 

다만 증권업종의 경우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이 13.5%(229명)로 타 업종 대비 높았다. 연맹 일반사무 사업장과 직할지부 소속 사업장 역시 여성 직원 비율이 33.8%(1,260명)로 평균보다 낮았다. 여성 임원 및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각각 7%(54명), 8.5%(42명)였다.

노동조합 내 여성간부도 30% 미만

유리천장은 사업장 뿐 아니라, 노동조합 내에도 존재했다. 조사에 응답한 사무금융노조‧연맹 산하 조직의 전체 상근 간부는 133명이었으나, 이 중 여성은 33명(24.8%)에 그쳤다. 비상근 여성 간부의 비율은 30%(135명)로 상근 여성 간부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는 2003년 제정된 민주노총 여성할당제 규정의 기준인 30%를 겨우 채운 것으로, 실제 여성 조합원 비율(48.3%)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가맹 산하 조직의 여성 노조간부 부족현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도, 산하 조직 중 자체 여성할당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1%에 달했다. 선출직 임원에 대한 여성할당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낮은 여성 대표성, 원인은?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왜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2020년 사무금융 여성위원회는 20여개 사업장 간부를 대상으로 ‘사업장과 조합 내 낮은 여성 대표성’을 주제로 한 대면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간부들이 지목한 사무금융권의 유리천장 문제의 주요 원인은 크게 △분리직군제(분리채용) 등을 통한 성별분업 강화 △성별에 따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활용 격차 △성차별적 조직 문화 등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제도 사용 비율 ‘9%’

실제 상황은 어떠할까? 육아휴직제도는 일‧가정양립을 위한 대표적인 지원 제도로, 남성도 여성과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51개 사업장에서 지난 한 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120명에 불과했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1,327명 중 9%만 남성이었던 것이다.

여성이 육아와 관련한 휴가를 사용하는 일은, 현재 제2금융권 사업장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남성은 육아가 아닌 ‘승진’, ‘일’에 더 매진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불평등한 문화가 결국 부성 보호 제도 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돌봄 관련한 휴직 제도를 ‘여성만’ 사용할 경우, 여성은 자연스럽게 승진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사무금융권에서 육아휴직 사용자는 평균고과(주로 B, B+)를 받거나, 육아휴직 기간을 평가 기간에서 제외 받는다. 빠짐없이 S등급(최고 등급)을 받거나 부서장의 추천 등이 있어야 겨우 승진이 가능한 구조 속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동기들 보다 한 걸음 뒤쳐진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처우차별로 이어지는 분리채용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분리직군‧분리채용 제도의 경우, 업무 혹은 직군에 따라 채용 전형을 분리하고 있는 사업장이 63.4%(33곳)에 달했으며, 학력(고졸, 초대졸 이상)에 따라 채용 전형을 분리하는 사업장 비율도 13.4%(7곳)였다.

이러한 사업장들은 학력으로는 고졸 혹은 초대졸, 위치로는 지점, 업무로는 고객서비스, 계약, 총무 등 지원, 보조, 대면 서비스 관련에서 여성을 채용하는 경향성이 높고, 대졸, 본사, 영업, 보상(보험), 기술직 등에서는 남성을 채용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여성을 더 많이 채용하는 고졸, 지원직 등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고, 관리자 승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사무금융권의 유리천장 문제는, ‘전체 여성 직원의 숫자’와 무관하게 ‘관리자 승진이 가능한 여성 직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채용 전형 및 업무, 학력에 따른 승진 한계선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52개 사업장 중 18개(34.6%) 사업장에서 ‘승진 한계선이 존재한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반면 이러한 분리직군‧분리채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안인 ‘직군전환제’가 정례화 되어 있는 사업장은 8곳에 불과했다.

성차별 해소, 모든 노동자를 위한 과제

응답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직군분리제도 철폐, 사업장 여성 임원 및 관리자 할당제 도입, 성평등 육아휴직제(남성 육아휴직 의무 사용 기간 설정, 사업주에 육아휴직 사용자 성비 공개 의무 부과 등) 사용 등을 제시했다.

정광원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유리천장은 누적된 차별의 결과인 만큼 어떤 하나의 제도만으로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태조사와 정책연구를 통해 다양한 적극적 조치를 도입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나 사무금융연맹 여성위원장은 “제도 뿐 아니라 성차별 문화도 함께 개선해야 관련 제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캠페인 및 성평등 교육 사업을 통해 성차별 해소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중요 과제라는 사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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