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빚더미 ‘경보음’, 3중고 밀려오나
한국경제 빚더미 ‘경보음’, 3중고 밀려오나
  • 왕명주 기자
  • 승인 2021.03.1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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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정부 빚 폭증

[위클리서울=왕명주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한민국의 ‘빚 문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가계와 기업, 정부의 빚은 무려 400조 원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시중금리 상승 추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경우 3대 경제주체들이 ‘트리플 충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자 상환 부담이 늘면서 가계 부실과 한계 기업의 퇴출을 비롯 정부의 재정 문제 등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도 있다. 비상등이 켜진 한국 경제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위클리서울/ 그래픽=이주리 기자

대한민국의 가계부채가 170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부채 잔액은 1,726조원으로 1년 새 125조 7,986억 원 증가했다. 기업 부채도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1,083조 7,768억 원으로 1년 새 147조 8,021억 원 불었다.

국가 채무도 비슷하다. 지난 2019년 723조 2,000억원에서 지난해 846조 9,000억원으로 1년 새 123조 7,000억원 늘어났다. 3대 경제주체가 코로나 국면을 지나며 397조 3,007억원의 빚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 중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가계를 꼽는다. 가계대출 중 70%가량이 변동금리라는 점도 위험요소다. 지난 1월 현재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69.7%에 달했다.

2018년 12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12월 849조 8,69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중 약 70%인 594조 9,086억원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이는 시중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연 이자 부담이 6조 원(5조 9,491억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제2금융권 등을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업계에선 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한계 기업’ 속출

기업 부문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한은의 지난해 9월 ‘금융 안정 상황’을 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은 2019년 3,475개(전체 기업 대비 14.8%)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은은 한계 기업이 5,033개(21.4%)로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오는 9월 말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을 끝낸 후 그동안 밀린 원리금의 분할 상환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원리금 비용에 금리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빚을 상환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아질 수도 있다.

나라 경제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올해 예산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국가 채무 이자는 그동안 나랏빚이 늘어도 2019년 18조원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20조 9,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22조 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장 취약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려고 하자 신용대출은 다시 급증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개인 차주별로 DSR 40%를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DSR는 대출 심사 때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인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등이 반영될 예정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면서 지난 2월 잠시 ‘주춤’ 했던 신용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6조 2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말(135조 1683억원)과 비교해 불과 4영업일 만에 1조 32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신규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개설도 늘었다. 2월 5대 은행에서 하루 평균 1600여건의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이뤄졌는데, 이달에는 통장 개설 건수가 하루 평균 2100건을 웃돌고 있다.

금융위는 개인 차주별로 DSR 40%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별로 평균치(DSR 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는 DSR 40%가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지 않은 데다 부동산 시장과 대출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수 있어 점진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대책’ 초읽기

최근들어 국고채금리 인상,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따른 경제성장률 회복 기대감으로 시장금리에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 열풍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상황에서 시장금리 상승은 대출이자 부담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1.02%로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고채금리도 22일 기준 1.922%로 우상향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대출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은행채(AAA) 3개월물 금리도 지난해 말 기준 0.77%로 전월 대비 0.12% 포인트 올랐고, 은행채(AAA) 1년물 금리도 0.02%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금리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간 영향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백신 개발 등에 따른 경제성장률 회복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채금리 상승 외에도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경제성장률 회복 기대감 등 많은 요소들이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 가계대출의 약 70%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한층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공개서한을 통해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안타깝게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공매도 금지를 5월 3일까지 연장하는 조치를 추진했고, 코로나19 관련 대출만기를 6개월 추가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코로나19에 대한 위기대응을 위한 확장적 금융·통화 정책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계부채 증가율이 확대됐다”며 “가계부채의 질적구조·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고질적인 한국 경제의 부채 문제가 봄햇살과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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