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인심의 마음 공부
도심과 인심의 마음 공부
  • 박석무
  • 승인 2021.03.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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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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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인격수양과 마음공부에 일생동안 매진하여 70세에 얻은 성과를 말했습니다. “70세에야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위정편]”라고 말해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넌지시 말했습니다. 주자(朱子)가 이미 말했던 대로 최고 수준의 지혜로운 사람에게도 인심(人心)은 없을 수 없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에게도 도심(道心)은 없을 수 없다.[上智不能無人心 雖下愚不能無道心:中庸序文]라는 내용에서 보이듯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심과 도심을 지니고 있다는 진리를 설파했습니다. 이런 주자의 논리에 다산은 적극 찬동하면서 “성인이 나와도 바꿀 수 없다(聖起不易)”고 하며 인심도심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상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공자의 마음공부를 부연해봅니다. 다산은 그의 대저『논어고금주』라는 책에서 공자의 주장을 해석합니다. “도심이 주재가 되고 인심이 그 명(命)을 들어주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이것은 도심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법도에 넘지 않는다.[道心爲之主 而人心聽命 則從心所欲 爲從道心之所欲 故不踰矩]”라고 말하여 도심과 인심으로 나누어, 도심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인심이 그대로 따라준다면 어떤 일을 해도 법도에 맞는 올바른 일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도심과 인심이 함께 있는 인간의 마음에서, 도심이 주재하여 인심이 따르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경지에 이를 때에만 공자 같은 성인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데, 범인들이야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儒學)사상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인심이 도심을 따르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마음공부, 즉 심학(心學)에 최종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인심과 도심의 문제는『서경』대우모(大禹謨)에서 거론됩니다. “인심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심은 미미하기만 하다.[人心惟危 道心惟微]”라는 두 구절에서 발단합니다.

위의 두 구절에 대해, 다산은 “지극한 이치가 담겨 있고 비교될 수 없이 정확하다[至理所寓 精確無比]”라고 말하고 또 “만세 심학의 종(萬世心學之宗)”이라고 평가하여 그 두 구절이 유학사상에 얼마나 큰 무게가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했습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경학과 경세학 저술을 대부분 마치고, 이제 마음공부, 심학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심경밀험(心經密驗)』이라는 높은 수준의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러한 연구결과 ‘위미(危微)’의 논리가 심학의 으뜸 이론이라고 했으니 그 뜻이 얼마나 심오한가를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산은『중용』의 천명(天命)이 성(性)이고 성품대로 따르는 것이 도(道)라고 할 때의 성이 바로 도심이라고 설명하여 하늘에서 받은 착한 성품대로 따를 수만 있다면 인간 마음의 문제는 해결된다고 보았습니다. 천명의 성품을 따르지 못하게 하는 인심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문명사는 인간이 지닌 도심과 인심이 바르게 조절되면서 근대문명이라는 불안전한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인심과 도심의 조절이 무너지면서, 인심의 가장 큰 부분인 ‘물욕(物欲:맹자의 주장)’이 도심을 가로막아 인심을 따르게 할 수 없게 되면서 문명의 위기에 봉착한 오늘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논리가 극대화되어 물욕만이 인간의 마음을 주재하면서 도심이 약화 되자 기후˙자연 등의 온갖 재앙이 물려오고 있습니다.

실학자들이 그렇게 이용후생(利用厚生)을 강조하면서도 반드시 그 앞에 ‘정덕(正德)’을 전제로 했듯이, 물욕을 제어할 도심을 키우기 위한 자기수양과 인격함양의 공부에 여생을 걸었던 다산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그 길만이 파멸의 조짐이 역력한 위기의 자본주의 문명을 구제하리라 믿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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