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를 강탈하는 괴바이러스의 정체
인간의 신체를 강탈하는 괴바이러스의 정체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1.03.19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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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인베이젼’(2007)
코로나19 백신 첫 출고날 선별진료소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 H.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고 가장 기본적인 차원의 생리적인 욕구를 제1단계로 분류했다. 생리적인 욕구는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본능적인 신체적 기능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우리가 본능이라 부르는 ‘먹고’, ‘자고’, ‘배설’하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잠을 안 자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2007년도에 개봉된 영화 ‘인베이젼(The Invasion)’에서는 잠이 들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누구도 믿어서도 안 되고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내보여서도 안 된다. 왜 그럴까. 바로 내 육체를 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인베이젼’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인간의 감정을 소멸시키는 괴이한 바이러스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던 정신과 의사 캐럴 버넬(니콜 키드먼 분)은 최근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겪고 있다. 퇴근을 하고 아들을 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도중 터널에서 만난 한 여성도 어딘가 이상하다. 공포에 질린 여자는 “놈들이 우리 곁에 있다”며 도망치라고 소리를 지른다.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던 여성은 맞은편에서 오던 차에 치이고 만다. 하지만 사고를 낸 운전자의 모습은 낯설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가 놀랍지 않다는 듯 무표정하게 버넬을 바라볼 뿐이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갑자기 나타난 경찰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정리하고 진술을 하겠다는 버넬을 그냥 보낸다.

다음날 정신과 의사인 버넬의 예약 환자 중 중년의 여성은 갑자기 남편이 이상해졌다며 예약을 취소한다. 갑자기 진료실로 찾아온 환자의 남편의 표정도 어딘가 모르게 기이하다. 어젯밤 있었던 교통사고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느낀 서늘한 무표정이다. 환자의 남편을 보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 버넬은 환자에게 전화를 해 남편이 와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환자는 마치 괴물이라도 만난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남편을 피해 여동생의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여성은 남편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버넬은 인터넷 검색창에 여러 문구를 쳐본다. ‘남편이 변했다’, ‘나의 아들이 아들이 아니다’, ‘아내가 변했다’ 등의 문장이 자동 검색어로 떴다. 검색 결과는 118만 8400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이다. 가장 믿는 남자 친구 벤에게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버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거리의 사람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 것은 최근 지구로 귀환하던 우주선 패트리어트 호가 폭발한 사건이 있던 후부터다. 귀환하던 우주선 표면에는 외계 바이러스가 묻어 있었다. 바이러스는 우주선 폭발과 함께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엄마가 아들을 위해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일

영화 인베이젼(The Invasion)은 1956년도에 제작된 돈 시겔 감독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을 원작으로 리메이크된 영화다. 제목 그대로 신체를 강탈당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엄마인 캐럴 버넬이 외계 세포에 감염된 이들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버넬이 괴이한 세포를 발견한 것은 핼러윈 행사 때 아들의 사탕 바구니에서였다. 마치 인조 피부 조직처럼 생긴 그 물질은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버넬은 이 것을 연구소에 맡겨 분석한다. 물질의 정체는 지구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포였다. 이 세포는 수백 도의 고온이나 영하의 저온에서도 파괴되지 않았다.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수면 중 렘수면 상태가 되면 세포는 렘수면 시 발생되는 호르몬이 촉매제 역할을 하며 대사 반응을 일으켰다.

외계 바이러스는 인간의 뇌신경조직에 침투해 본래의 감정을 제거하고 이를 틈타 신체를 조종한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수면과 관계있다.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수면 중 렘수면 상태에 이르면 세포가 증식하게 된다. 때문에 렘수면 단계가 되기 전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면 바이러스 감염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이 세포의 정체는 외계종족들의 생식세포였다. 생식세포는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외계종족들은 생식세포를 통해 인간의 신체를 강탈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바이러스가 침투한 인간은 외계인에게 정신이 조종된다. 이들의 목적은 인간의 감정을 말살하고 신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영화 ‘인베이젼 2007’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인베이젼’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스틸컷
영화 ‘인베이젼’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이상한 행동을 했다. 표정이 사라지고 그 어떠한 일에도 놀라지 않았다. 감염자들은 또 다른 감염자를 만들기 위해 행동했다. 놀라거나 웃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고 도망치는 사람들은 붙잡혀 강제로 분비물을 삼켜야 했다. 버넬의 전남편도 이미 감염자였다. 전남편은 버넬을 감염시키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불사했다. 이제 버넬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전남편도 이미 감염되어 자신을 겁박해왔다. 버넬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이제 모든 일이든 해야 했다.

외계인들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 감염자는 잠을 안자며 감염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버넬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감정을 가지고 하는 것이 바로 분열과 갈등이라고. 그래서 인간의 감정이 소멸되면 오히려 더 나은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버넬을 회유한다. 감염자들은 함께 감정을 소멸시키고 평온한 지구에서 새로운 인간사회를 만들자고 말한다. 감정이 사라지면 나무가 숲을 이루듯 사람들끼리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언뜻 틀린 말도 아니다. 인간사회가 지구 환경을 해치고 탐욕으로 인해 폭행과 살육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버넬도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며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버겁다. 그들의 논리가 맞다면 오히려 인간사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이 문제였다. 감염자들에게 버넬의 아들은 걸림돌이었다. 그의 아들은 면역항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면역항체가 있는 인간은 감정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처단해야 한다.

버넬은 감염자들을 물리치고 도망친다. 그 이후는 거짓말처럼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버넬과 아들은 무사히 구출되고 아들과 같은 면역항체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항체로 백신이 만들어진다. 1년 후 이상 세포 사건은 없었던 것과 같이 평온한 하루가 찾아왔다. 아들은 학교에 갔고 감염자가 되었던 연인도 치료가 되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외계 세포로 인해 인간의 신체가 강탈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그러나 영화는 감염자들이 버넬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감정이 없어진 인간들이야말로 나무처럼 하나로 어우러져 숲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반추하게 한다.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인간이 활동을 멈출수록, 인간이 탐욕적인 감정을 버릴수록 지구 환경은 더 좋아지고 있다는 작금의 상황을 볼 때 더욱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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