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엔 같은 호수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캐나다엔 같은 호수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21.03.26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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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19회] 홀리데이3
카나나스키스. 여동생은 내가 언니라서 참 행운이다. 여행객들이 가보지 못하는 구석구
카나나스키스. 여동생은 내가 언니라서 참 행운이다. 여행객들이 가보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다녔으니 말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친구들이 종종 물어본다.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야?”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있어?”

“나 이번에 신혼여행 어디로 가지?”

너무 곤란하다. 항상 머뭇머뭇 거리게 된다.

“음… 가장 좋았던 곳을 꼭 한 곳만 말해야 돼? 가장 좋았던 곳은… 미국 그랜드캐년도 좋고, 서호주 브룸도 좋고, 아!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도 꼭 한 번 봐야 하는데… 그리고 가볍게 가기엔 베트남이나 발리도 좋지. 유럽은 대부분 따뜻할 때 많이 가보니까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한번 가보면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이렇게 쏟아내기 시작하면 나의 SNS를 열심히 봤던 친구들은 말한다.

“너 살았던 곳! 캔모어도 진짜 좋아 보이더라.”

“아 맞아! 로키를 가야지!”

 

동생이 카메라를 꺼내 장난감가게 간판을 찍었다. “저건 왜 찍어?”, “예쁘잖아.”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누군가에겐 일상도 다 예쁘다.
동생이 카메라를 꺼내 장난감가게 간판을 찍었다. “저건 왜 찍어?”, “예쁘잖아.”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누군가에겐 일상도 다 예쁘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캔모어 산책로 스프링 크릭. 분명히 입장할 때 보면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데 걸을 땐 사람이 없다. 서로서로 여유를 즐기라고 암묵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분명하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캐나다 알버타주와 B.C주 경계에 위치한 록키산맥은 경이로움 그리고 로망 그 자체이다. 내가 4개월 동안 지냈던 곳.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으로 치기엔 긴 시간을 머물러서 일까? 여행지 추천을 받으면 꼭 까먹는다. 여행지 보다는 고향 같은 기분이랄까.

한국이나 캐나다 내에서 출발하는 록키투어 2박3일 혹은 3박4일 패키지를 보면 대부분의 일정이 비슷하다. 밴프에서 시작해서 제스퍼에서 끝나거나 혹은 그 반대 일정. 일단 이동 거리가 너무 멀기도 하고 봐야 할 곳도 너무 많기 때문에 제대로 깊숙이 보고 싶으면 솔직히 1달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사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어찌나 다른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시기는 단연코 여름이지만 여동생과 함께했던 가을도 잊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가을이 가장 좋을 수도 있다. 어떤 날은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팔을 입고 달리다 보면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패딩을 꺼내 입는데 이내 다시 덥다고 벗게 된다. 변덕도 이런 변덕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선 참 고마운 변덕이다. 왜? 다 매력적이니 말이다. 여름엔 시기를 잘못 타면 그냥 하루 종일 비만 내릴 수도 있다. 비오는 록키는 솔직히 별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정말 미친 듯이 내리는데 워낙 고지대여서 그런지 (과학적인 지식은 없다.) 구름이 산을 다 가려버린다. 록키를 가는 이유가 록키산을 보기 위해서인데… 그걸 못 본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캔모어에 도착하자마자 사진 찍었던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몇 년 뒤에 또 같은 곳에서 사진 찍길 바라며.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그라시 호수 가는 길에 보이는 호수. 어떻게 여길 안 가볼 수 있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록키를 말하는 그 날을 꿈꾼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여동생과의 첫 번째 여행지는 카나나스키스였다. 캘거리와 캔모어 중간에 위치한 카나나스키스는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정말 애매하다. 그리고 국립공원에 위치한 곳은 아니어서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도 아니다. 하지만 “아! 내가 캐나다에 왔구나!”라는 여행의 시작을 느끼고 싶으면 잠시라도 꼭 들렸으면 하는 곳이다.

곧장 밴프 국립공원으로 가지 않고 캔모어에 들렸으면 좋겠다. 캔모어 또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캐나다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있어서 주민이 아니면 차를 타고 들어갈 때 무조건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버스비가 비싼 이유도 그거다. 밴프보다 붐비지 않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캔모어에 숙소를 잡고 30분 거리 밴프를 왔다 갔다 하는 관광객도 많다. 안타까운 건 캔모어에서 잠만 잔다는 것이다. 딱 하루, 아니 반나절 일정이라도 좋으니 캔모어의 여유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캐나다 여행을 온 내 여동생은 내가 언니라서 참 행운이다. 여행객 중에 카나나스키스랑 캔모어 구석구석 둘러본 여행객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 캔모어와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기에 떠나기 전 동생을 사진사로 데리고 다녔다. 내가 갔던 소중한 모든 곳을 기록했다.

 

그라시 호수 가는 길에 보이는 호수. 어떻게 여길 안 가볼 수 있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록키를 말하는 그 날을 꿈꾼다.
그라시 호수 가는 길에 보이는 호수. 어떻게 여길 안 가볼 수 있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록키를 말하는 그 날을 꿈꾼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캐나다 프렌차이즈 호텔 페어몬트. 역사가 굉장하고, 지역마다 호텔 외관이 다르기에 캐나다 여행할 때 지역별 페어몬트 호텔을 가보는 것도 좋은 일정이 될 거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밴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
밴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도착 한 날 저녁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친구들 함께 일했던 콰트로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아침, 내 첫 직장이었던 베이글코에서 베이글과 차를 마시고, 20분이면 왕복으로 걸을 수 있는 작은 다운타운을 걸었다. 가장 사랑하던 스프링 크릭도 걸어보았다. 빠듯한 일정에도 빼놓을 수 없는 그라시 호수도 다녀왔다. 그라시 호수는 왕복 3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이다. 캐나다는 호수마다 느낌이 다르다. 어디는 에메랄드빛, 어디는 진한 파란빛, 어디는 청록색. 지금 다 같은 색을 말하고 있나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분명 푸른데 다 다르다. 붉은색 립스틱을 다 같은 붉은색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하늘 아래 같은 붉은색 립스틱은 존재하지 않듯, 캐나다엔 같은 호수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캔모어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에 온천을 즐기기 위해 국립공원 밴프로 넘어갔다. 4개월이나 지냈지만 온천을 가보지 못 해 한껏 기대가 되었다. 온천에 가기 전, 관광지이지만 저녁 6-7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 밴프 상점들을 구경하며 잠시 쇼핑을 하는데 동생이 코피가 터진 게 아닌가. 가게 점원도 놀라서 휴지를 가져다주고 직원 화장실로 안내해 주었다. 캐나다가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처음 도착해서 코피를 흘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내 동생일 줄이야. 공항에서 오랜 시간 고생하고, 장거리 비행을 했는데 쉬지 못 한 탓도 있는 거 같아서 온천은 포기하고, 몸보신을 위해 소고기를 먹으러 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버타 소고기는 온천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다음에 해야지. 아직 시간 있잖아’는 역시 통하지 않는다. 시간은 순간이다. 무조건 하자. 또 한 번 다짐했다. 그래도 괜찮다. 꼭 다시 가야 하는 이유가 추가 되었으니 말이다.

 

알버타 소고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온천 대신 선택한 소고기 타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페어몬트 호텔안에서 바라 본 레이크 호수. 이곳에 먹구름이 없으면 얼마나 예쁜지 설명하고 또 설명했던 나.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숙소는 감사하게도 살던 곳 집주인이 같이 머물 수 있게 해주어서 이틀 밤을 지냈다. 그렇게 캔모어에서 마지막 이틀을 혼자가 아닌 둘이 정신없이 보냈다. 덕분에 아쉬워할 틈도 없이 떠났다. 섭섭했지만 앞으로의 홀리데이가 너무 기대가 되어서 엄청 아쉽지는 않았던 거 같다. 언젠가 또다시 방문할 거라는 걸 알기에 정말 괜찮았다.

아침 일찍, 캔모어를 떠나 다시 밴프로 향했다. 이제야 본격적인 홀리데이를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미네완카 호수에 들려 아침 공기를 마시고, 루이스 호수로 달렸다. 날씨가 흐려서 무척 아쉬웠다. 날씨 좋은 날 와본 적 있는데, 여동생은 미네완카와 루이스 호수는 처음이었기에 말이다.

“여기 사실 정말 예쁘거든… 아 저기 먹구름이 없어야 하는데.”

동생은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이고 이곳이 원래 얼마나 더 예쁜 곳인지 설명했다. 예전에 날씨 좋은 날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런데 동생의 이어지는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어차피 여기 구름 없을 때 어떤 모습인지 몰라. 그래서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좋아.”

아, 나도 그랬지. 여행을 하며 비를 만나면 비를 만나는 대로, 구름을 만나면 구름을 만나는 데로 항상 만족했었다. 그 순간 그 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으니 말이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아쉬워할 시간에 더 눈에 담아야지.

 

페어몬트 호텔안에서 바라 본 레이크 호수. 이곳에 먹구름이 없으면 얼마나 예쁜지 설명하고 또 설명했던 나.
레이크 호수에서 여동생이 말했다. “나는 어차피 여기 구름 없을 때 어떤 모습인지 몰라. 그래서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좋아."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캔모어를 떠난 아쉬움도, 아침 일찍 일어난 피곤함도, 날씨가 안 좋은 속상함도 다 날아가게 만들어 준 모레인 호수.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캐나다의 유명한 프렌차이즈 페어몬트 호텔에서 에프터눈티도 먹고, 모레인 호수로 향했다. 모레인 호수야 말로 정말 보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하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루이스 호수 정류장에서 오전 일찍 차표를 미리 끊어놔야 하고(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태우기 때문에 금방 매진된다), 차로 들어가려면 주차장이 협소해서 새벽 5시에는 가야 한단다. 짧은 여름을 다시는 없는 것처럼 즐기는 캐나다인들 중 소수는 불법인데도 일출을 보기 위해 전날 주차장에서 잔다고 했다. 오후에 갔을 때는 운이 좋으면 주차장에 자리가 있어 들어갈 수 있고 아니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개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기다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들어 갈 수 없다. 동생이 긍정적으로 생각한 덕분인지 우리는 정말 운이 좋게도 기다리지 않고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 갈 수 있었다. 한여름이 아니어서 가능했을 이야기다. 그래서 난 가을 록키 여행을 강력 추천한다.

처음 만난 모레인 호수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곳에 오려고 하는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캔모어를 떠난 아쉬움도, 아침 일찍 일어난 피곤함도, 날씨가 안 좋은 속상함도 다 날아갔다. 제발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록키에 위치한 모레인 호수에 가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더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갈 테다.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야?”라는 주변 친구들의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록키!”라고 말하는 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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