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010년, 서울시에서는 처음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했다. 무상급식, 교육민주화 등을 외치며 교육효과가 계급효과를 이기기를 염원했던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은 얼마 안 가 검찰의 타깃이 된다. 서울시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교육감 재직 시절 ‘사후매수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지면 관계상 이 문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당시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기사들은 무수히 검색된다.)

한쪽에서는 곽 교육감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옹호까지는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진보 진영 뒷골목에서는 곽 교육감을 ‘진보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평가하며 입장 표명을 보류하기도 했다. 

“제게 조금도 파렴치한 동기나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제 상황에서 저와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저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저는 저를 형사처벌로 이끈 1,2,3심의 ‘사후매수죄’ 해석법리에 조금도 동의하거나 수긍하지 않는다. 그 판결은 제게 국가폭력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70년 선거사법 역사상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사후매수죄목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되었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 때 많은 사람들이 곽 교육감에게 등을 돌렸다. 삶은 전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역대 가장 민주적이고 청렴한 교육감으로 남고 싶었던 그의 꿈은 한순간에 박살났다. 트라우마에 시달릴 뻔도 했다. 수감생활을 하고 대학에서 나오고 그는 다시 일어섰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교육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그 끈을 놓지 않았다.

"‘공직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반면 공직이 없어도 할 수 없는 일이 거의 없다’며 저를 북돋아주시던 백기완 선생의 말씀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

최근까지 징검다리교육공동체(징검다리) 이사장직을 맡으며 종횡무진. 단체에 대해선 “민주시민성 충전교육을 통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의 충전기지”라고 자신했다.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곽노현 징검다리 이사장은 압축성장과정에서 속도감 있게 변화를 따라온 긍정적 측면을 인정한다. 다만 그런 바탕위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고통스럽게 몰아가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교조나 학벌없는사회 등과는 목표점이 조금은 다르다. 징검다리가 표방하는 것처럼 교육은 비단 유년,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이 되면 성격도 굳어지고 습관도 안 바뀌기에 사고의 경직성을 지적하며 성인까지 아우르며 현대사회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려고 한다.

“닫혀있고 경직된 사고와 태도로는 누구의 어른도 되지 못한다. 평생학습시대에서 어른노릇을 하려면 평생 배움의 길을 가야 한다. 배움은 사람을 사소한 존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다. 가장 인간적인 일의 하나이기도 하다. 배움에 끝이 없듯이 배움의 즐거움에도 끝이 없다. 어른의 지표는 자주성, 책임감과 함께 힘껏 배우는 사람이다.”

교육은 그가 평생을 천착해온 일종의 ‘의식’이었다. 최초의 ‘민주 서울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이제는 그 타이틀이 어쩌면 그의 이력을 옥죄고 있을 지도 모른다. 권력과 제도권을 벗어나 초중고, 대학 문제, 성인 교육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는 곽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다. 향후 20년 간 최고의 선진국으로 발전할지 여부가 결정 난다”며 “당연히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걸맞을 뿐 아니라 최고의 선진국이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설하고 시민사회에 적을 두고 있는 곽 이사장의 ‘참교육 여정’을 따라가보자.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어떤 단체인지 소개하자면.

▲ 민주시민교육에 특화된 시민단체다. 민주시민교육과 관련된 정책비판과 제안, 교육연수, 캠페인 수행을 주 임무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시민성 충전교육을 통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충전기지를 자임한다.

 

-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학벌없는세상 등 징검다리와 지향점이 비슷한 단체들도 많다. 이들과의 유사점, 차이점은 무엇인가.

▲ 교육정책을 다 다루는 게 아니라 민주시민교육정책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교조나 참학과 다르다. 징검다리는 교사회원이 과반수를 차지하지만 교사노조나 교원단체는 아니다. 징검다리도 학벌없는세상처럼 학벌타파를 염원한다. 그러나 징검다리는 그 수단으로서 학생과 학부모가 학벌추구 사욕을 극복하고 공동선과 공익을 욕망하도록 학생과 학부모에게 민주시민성 충전 교육을 제공한다.

 

- 창립 이래 주력한 사업은 무엇이며 어떤 성과가 있었나.

▲ 지금까지 주력한 3대 캠페인은 첫째, 학교민주시민교육의 교육원칙(보이텔스바흐 원칙) 확산 캠페인, 둘째, 교사정치기본권 확보 캠페인, 셋째, 모의선거교육 활성화 캠페인이었다. 금년에는 3대 캠페인을 이어가는 한편 민주시민교육관점에서 2022교육과정개편 참여사업, 영화읽기교육 활성화사업, 교장직무가이드라인 제정사업 등을 중요한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런 주제들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 문제의식 확산과 다양한 연대를 이끌어낸 건 사실이지만 학교현장에서 체감성과를 내려면 갈 길이 멀다.

 

- 곧 보궐선거다. 지난해 총선 때 선거교육과 선거운동을 혼동한다며 선관위를 비판한적 있다. 올해에도 선거교육을 실시하는지. 주된 교육내용은 무엇인지.

▲ 선관위의 모의선거교육 협력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민정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있다. 그러나 이번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여부는 불확실하다. 설령 통과하더라도 너무 시일이 촉박해서 서울과 부산의 시장보궐선거를 놓고 모의선거교육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서울과 부산의 뜻 있는 사회교사 몇 분이 개별적으로 모의선거교육을 실시할 가능성은 있다. 만약 모의선거교육 협력법안이 머잖아 통과되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중고교에서 모의선거교육이 활성화될 게 틀림없다. 참고로 강민정 의원은 징검다리 상임이사시절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17개중고교의 모의선거교육 시범실시사업을 기획, 주관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 어떻게 생각하나.

▲ 압축성장 과정에서 속도감 있게 변화를 따라온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고통스럽게 몰아가는 현재의 교육시스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다. 향후 20년 간 최고의 선진국으로 발전할지 여부가 결정 난다. 당연히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걸맞을 뿐 아니라 최고의 선진국이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 더욱이 이제 세계는 선진국전염병시대, 기후재앙시대, 인공지능시대 등 인류사적 전환기에 서있다. 인류공통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세계시민역량을 길러주는 새 시대의 교육을 해야 한다. 경제양극화시대, 미중패권경쟁시대, 남북화해협력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오는 2022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국내외의 시대적 도전을 가장 적극적이고 책임 있게 수용해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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