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만의 전태일 아니라 민중의 전태일, 시민의 전태일로 외연 확장돼야”
“노동자만의 전태일 아니라 민중의 전태일, 시민의 전태일로 외연 확장돼야”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4.13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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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2회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수장을 맡았다. 흔치 않는 이력이다.

▲ 좀 복잡하다(웃음). 학교에 복직 이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내부가 복잡해지면서 저를 사무총장으로 하는 통합지도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1998년 가을부터 90년까지였다. 그러다가 2001년 전교조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전교조 위원장 하다가 학교로 복직했는데, 휴직하고 다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2004년부터 맡게 되었다. 나중엔 민주노동당에 가입한다. 제 자그마한 꿈이 정년이었는데,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허용되지 않아 학교에서 사퇴하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했었다.

 

- 전교조, 민주노총 등을 거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던 때는 언제였나.

▲ 89년 전교조를 결성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은 1500명 이상의 해직교사를 5년 만에 복직시킨 일과 전교조를 합법화 시킨 일이 떠오른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어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총, 상공회의소, 노동부가 참여하는 새로운 노사정 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치열한 협상을 벌인 일이 기억에 남는다.

 

- 지난해는 전태일 열사 사망 50주기였고. 애니매이션 ‘태일이’ 제작 보고회가 열리기도 했다. 제작 과정은 순탄한지.

▲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영화 제작과 상영 환경이 아주 좋지 않아졌다. 그래서 조금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명필름 제작 팀의 노력으로 잘 진행 중에 있다. 많은 시민들과 노동자들도 모금 등을 통해 제작 지원에 나서고 있어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태일이 포스터
애니메이션 '태일이'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태일 평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지.

▲ 장르를 애니메이션으로 한 것은 어른에서 아이까지 또 여러 계층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당시의 상황을 마음 놓고 표현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적이면서도 판타지한 표현이 감동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태일 평전에 충실하면서도 감독 등 출연자들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전태일 열사가 떠난지 50년이 넘은 현재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변한 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떻게 평가하나.

▲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항거 했다. 그런데 요즘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 절대적 빈곤은 다소 해소됐다고 하나 양극화의 심화로 그늘에 있는 노동자는 상대적 열패감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항상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전태일 당시보다 노인 빈곤률이나 자살률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노동존중은 입으로는 외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결함 속에서 공염불이 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의 재난 앞에서는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겉모양은 달라졌으나 실질적 내용은 그대로인 모순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적으로 평가하나.

▲ 촛불정부이고 노동존중을 표방하며 공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며 인천공항으로 달려갈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4년이 지난 현 상황에서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처음의 방향 설정은 괜찮았는데 추진 방법과 동력에 문제가 드러나며 결국 힘을 잃고 말았다. 수구 정치세력과 언론 등에 무릎을 꿇은 꼴이 됐다. 남은 1년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의 힘을 믿고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할 뿐이다.

 

- 전태일 재단, 최근까지 어떤 문제에 골몰해왔나.

▲ 전태일이 분신항거한 지 50년이 지났다.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 노동자들과 노동운동 단체들의 확실한 중심성 확보와 노동이나 노동자만의 전태일이 아니라 민중의 전태일, 시민의 전태일로 외연이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래서 전태일 재단은 서울시와 함께 전태일 기념관을 건립하고 서울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전태일 분신항거 50주년을 기념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함께하는 사업과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했다.

 

- 어떤 사태에 재단이 개입하더라도 쉽게 해결된 적이 없었다. 정부는 물론 사업장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 그렇다. 재단 독자적으로 무슨 일을 하기는 힘들다. 이소선 어머니 말씀대로 모두가 손잡고 하나 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래서 전태일재단은 개인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단체와도 친구 맺기 등을 통해 함께 하고 있다. 작년 전태일 50주기 행사에는 서울시 교육청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도 손잡고 함께 사업을 함으로 전태일 정신으로 크게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얼마전 백기완 선생이 영면했다. 사회운동가 중 어쩌면 마지막 남은 큰 어르신이었는데, 이제 다 떠난 형국이다. 앞으로 빈 자리가 클 것 같다.

▲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이나 통일운동 선상에는 처음에 나섰던 훌륭한 선배 분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계시지만 백기완 선생의 서거는 많은 1세대 활동가들이 시대가 끝나 감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후배들이 선배 세대의 헌신적 모습을 따라 배우며 우리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도 이번에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백기완 선생은 통일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우리 민중의 삶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본주의 척결의 세상을 원했다. 자본주의를 없애고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 분의 주장이었다. 지금 정치경제학적 용어로 얘기하면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저 같은 경우는 교육 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으로 발전했고 그 안에서 통일운동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자본주의 척결 운동로 모아진다. 그 안에 모든 운동이 내포되어 있다.

 

- 교육자로서 우리 교육 어떻게 생각하나.

▲ 교육정책이나 제도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른바 공교육이 사교육에게 잡아먹힌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지금 공교육체제 자체가 사교육 시장의 힘을 제압하거나 이길 수 없다. 정부도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사립학교가 많은 나라가 없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대학의 80퍼센트가 사립이고, 중고교는 40~50퍼센트다. 장사꾼에게 교육을 맡긴 꼴이다. 그러다보니 시장논리나 자본의 논리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두고 아무리 입시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고쳐질 수 없다. 교육은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중심내용도 공교육화 하는 것이다. 서울대라는 상징을 없애고 모두 국립대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공약은 늘 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그저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현 교육감들이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려 노력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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