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가 정치적 저항 했다면, 전태일은 자본주의 독점경제에 저항”
“장준하가 정치적 저항 했다면, 전태일은 자본주의 독점경제에 저항”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4.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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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3회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이 현 정부 들어서는 단체장을 맡는 등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 지난 정부 시절 부당하게 탄압을 받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양심을 배반하지 않고 올바름을 지키며 살아왔다면, 촛불혁명정부라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적절한 역할을 하는 것이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다만 자기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또 다른 완장을 찬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 겸손하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지명도 있는 진보적 인사들이 문화예술계에 많다. 정권을 떠나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 비판은 문화예술의 기능이다. 그런 분들이 과거 전부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예술가들이 완장 차고 행정하는 자체가 맞느냐라는 말은 나올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이다. 문화예술 하는 분들이 단체의 책임을 맡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부터 정치, 사회, 노동 등 각 방면에 걸쳐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국정 기조를 올바르고 탄탄하게 세우고 촛불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야 할 텐데 미흡했던 것 같다. 특히 부동산 문제 등에 솔선수범 모범을 보이지 못했고 편협한 인사 등으로 폭넓은 협치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적극지지층에 발목 잡혀 패거리 정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 현 정부가 잘 한 일이 있다면.

▲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작동시켜 대응한 K방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사례가 됐다. 의료인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자발성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킨 것은 큰 정치적 성과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정도라도 살아 있는 것은 K방역의 성공과 ‘국민의 힘’을 비롯한 수구보수 세력들의 실패 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 올해 전태일 재단이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이 있다면.

▲ 올해는 작년 전태일 분신항거 50주년에 이어 이소선 어머니 10주기이다. 작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과 동판 깔기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이소선 어머니 10주년 특별사업으로 이소선 합창단과 함께 노래가사 모집과 연말에는 힙합 경연대회를 열 생각이다. 전태일 다리와 기념관을 잇는 전태일 거리 조성 사업도 잘 마무리할 예정이다.

 

- 이소선 여사의 업적을 평가하자면.

▲ 전태일은 어머니에게 뒷일을 부탁했다. 어찌되었던 아들이 분신한 이후 그 정신을 계승했다는 점이다. 죽음을 앞에 둔 자식과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것, 그런 예가 세계적으로 드물다. 평범한 한 여인이 아들이 그렇게 죽고 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인한 여성노동운동가로 변화한다. 탄압을 받아가며 70~80년대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80년대 되면서 노동운동을 하거나 학생운동 하다가 감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가족들이 모여서 민주화운동가족협의회(민가협)을 만들었다. 민주화운동 하다가 죽은 사람도 많다. 그 유가족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유가협이다. 아 여사는 유가협을 만들고 운동을 하는 중심에 섰었다. 같이 했던 분이 박종철 아버지와 이한열 어머니였다. 억울한 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함께 하는 일을 돌아가실 때까지 40년 동안 한결 같이 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노동자의 어머니, 유가협의 중심인물, 평생을 시민사회 운동을 한 어머니로 기억된다.

 

- 전태일을 두고, 누군가는 박정희의 적은 장준하가 아니라 전태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시대에서 전태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 장준하가 정치적 저항을 했다면, 전태일은 자본주의 독점경제에 대한 저항을 했다. 국가가 모든 걸 장악하면서 경제적 독재를 했고 거기에 저항한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주의를 독점하면서 탄압하는 정권에 대한 저항이니 장준하보다는 전태일이 더 근본적인 투쟁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을 일어나게 하고 노동자들이 조직을 만들고 민주노총을 만들었다. 민주노총의 탄생은 곧 전태일 정신 계승이었다. 그러니까 전태일은 노동자들의 정신적 지주다. 전태일이 정신적 지주라는 말은 곧, 우리사회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그대로라는 얘기다. 전태일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전태일이 요구했던 노동법 개정, 현실에서 얼마나 바뀌었다고 평가하나. 이소선 여사는 근본적으로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 적 있다.

▲ 지금도 노동자들은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요구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분열되지 않고 조금만 잘했더라도 어쩌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까. 자본주의 문제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안 지켜진다. 이걸 무너뜨리지 않으면 힘들다.

 

- 어쩌면 전태일은 유령 같은 존재 같다. 이 시대, 전태일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원했던 세상을 그대로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사회 전반적으로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전태일 정신은 유효한가.

▲ 뼈아픈 얘기다. 지난해 50주기 행사하면서 느꼈지만 이제는 전태일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그것만으로 상당히 사회가 발전했다고 본다. 전태일이라는 말도 못 꺼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세상이 좋아진 것은 맞다. 그럼에도 우리가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이어받는 데 있어 부족한 점도 많다. 전태일을 중심에 놓고 노력하고 있지만, 전태일재단 등도 부족한 점이 있고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의 한계라는 점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전태일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없게 된 것 자체가 큰 발전이다. 거기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앞으로 우리사회의 과제다.

 

- 코로나 때문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끝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자본주의의 한계와 기후위기 등 인류의 지속가능이 위태로운 요즘 어렵거나 힘든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다만 어떻게 맞아 싸우며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전태일이 온갖 어려움을 뚫고 시대와 맞서 싸우며 한 줄기 희망의 촛불이 된 것처럼 각자가 이러한 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실천해 나가면, 나와 우리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반드시 열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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