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손익계산 한창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시간표가 점차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서울 지역 당원 간담회를 끝으로 야권 통합과 관련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친 상황이다. 이제 다음 수순은 합당과 관련한 당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내 기류는 합당 쪽에 무게추가 기운다. 일단 안철수 대표가 공언한 통합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차기 대선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속내는 복잡하다. 양측의 합당 움직임을 전망해 봤다.

 

보수 야권의 통합은 과연 언제쯤 성사될 수 있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광주 지역 당원 간담회에서도 당 지도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 당헌에 따르면 합당은 전당원투표 결정 또는 전당대회 의결로 결정한다. 합당을 속전속결로 해결하기 위해선 최고위에서 바로 의결하는 방법도 없지 않다. 당헌 시행 후 첫 전당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합당할 필요가 있을 때는 최고위에서 이를 의결하도록 부칙에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무리해서 이렇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당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할 수도 있다"며 "추가 설문조사 여부 등은 최고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도 "가능하면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형태로 결정하고자 한다"며 전당원투표 실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설사 전당원투표에서 합당이 결정돼도 내용과 절차, 형식 등을 따지면 합당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여름 시나리오

합당 상대인 국민의힘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당 안에서는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합당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대 뒤로 미뤄질 경우 합당 시점은 가을로 밀릴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순리대로 하면 된다"며 합당을 급하게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도 이에 대해 ”당장 만날 그런 계획은 없다"며 "의견을 전부 정리해서 의논할 것"이라고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차기 총선과 관련 정리가 필요한 만큼 일찍부터 불협화음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보수야권의 '합당 논의'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각자가 서로 다른 '통합 셈법'을 통해 시간표를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결의하고 통합 논의를 서둘렀지만, '급할 것은 없다'는 기류로 선회한 상황이다.

국민의당도 합당을 늦추면서 안 대표의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당원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었다"며 "찬성하는 분도 있고, 반대하는 분도 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 전국 순회 간담회를 기점으로 '합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지만 안 대표는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찬성하시는 분 중에서 이러이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찬성'을 하시는 분도 많이 계셨다"며 "가능하면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형태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지 않고 당원투표, 설문조사 등 후속 절차를 통해 정리하겠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지도부 교체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속도를 낼 이유는 없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합당 논의를 이끌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안 된다. 때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점을 고려하면 합당 논의는 여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주 권한대행도 “그 쪽 결론이 나면, 그 결론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할지 정할 것"이라면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차기 대권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합당 협상'을 토대로

지분을 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직접 대권주자로 나설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국민의당 당원 간담회에선 '안철수 대표가 야권 대선후보로 출마해야 한다'는 대선 역할론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대표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어떤 역할도 맡겠다"고 했다.

야권에선 안 대표의 대선역할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홍준표 ‘복당 준비’

안 대표의 '대망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안 대표가 대선 주자로 나설 경우 합당 논의는 새로운 국면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른바 정권 심판론도 지난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서서히 약발이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과 사면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전주보다 하락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4월 3주차 주간집계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0.5% 하락한 36.6%로 약보합 양상을 보였다.

일간지지율로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지난 20일(38.7%) 이후 흔들리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6.5%(20일)에서 29.8%(21일), 33.8%(22일), 33.5%(23일)로 상승세를 보였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리얼미터 관계자는 "탄핵 부당성 발언을 둘러싼 당내 논란 및 국민의당과의 합당 공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부에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변수다. 홍 의원은 최근 “조폭 리더십이 형님 리더십으로 미화되고, 양아치 리더십이 사이다 리더십으로 둔갑하고 있다”며 “응답률 5%도 안 되는 여론조사가 활개를 치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의힘 복당을 주비하고 있는 홍 의원이 어떤 입장을 유지할지도 관심이다.

보수야권의 통합 논의가 올 여름을 기점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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