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를 둘러싼 10개의 봉우리 마주한 순간… 미라클!
호수를 둘러싼 10개의 봉우리 마주한 순간… 미라클!
  • 김준아 기자
  • 승인 2021.05.0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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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20회] 홀리데이4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Miracle morning(미라클 모닝)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일과 시작 전에 독서·운동 등 자기계발을 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미국의 작가 할 엘로드가 쓴 동명의 자기계발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그는 아침을 보내는 습관을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침에 하는 일은 독서나 운동, 명상, 자격증·외국어·경제 공부, 신문 읽기 등으로 각자 다르지만,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기 2~3시간 전에 일어나 자신의 생활 습관을 행하는 것은 같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물 마시기, 이불 개기 같은 소소한 습관을 실천하기도 한다. 주로 새벽 4~6시 사이에 미라클 모닝을 하는 것은 생업과 가사노동 등의 의무에서 벗어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올해 들어 갑자기 바빠진 일상 때문에 나만의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수업 듣고, 공부하고, 일하고 나면 밥 먹을 시간 혹은 취침 시간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일과를 보내던 어느 날, 한동안 영화 한 편도 보지 못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개념을 잘 몰랐는데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미라클 모닝이야”라고 말해줬다. 사실 취침 시간을 따져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늦게 자는 날은 하루를 끝마쳤다는 생각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자기 일쑤다. 그런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소중히 쓰게 된다. 어느덧 3주차. 새벽 4시에 기상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영화도 본다.

 

보우강. 9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다. 멀리서부터 정차된 차들이 보이면 이곳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에메랄드 호수. 호수가 형성된 모양,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로키 전경, 그날의 햇빛에 따라 매일 다른 매력을 뽐내는 로키의 호수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언제까지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 좋다. 그런데 이런 미라클 모닝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그 곳에 가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내일 아침 일찍 퇴실 할 건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몇 시에 하려고요?”

“음… 아침 7시쯤이요.”

“설마 그 시간에 모레인 호수에 가려고 하는 건 아니죠?”

“맞아요. 왜요?”

“세상에. 그렇게 늦게 모레인 호수에 가면 주차장에 자리 없어서 못 들어가요. 6시에는 출발 해야죠.”

“여름 시즌도 다 지났고, 내일 7시 30분 넘어서 해가 뜨는데요?”

“당연하죠. 보기 싫으면 여유부리세요.”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진 재스퍼 다운타운.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역시 한여름에는 전날부터 주차장 불법 노숙을 한다는 모레인 호수의 명성답다. 우리도 질 수 없으니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여행을 하는 많은 날들을 일찍 일어났던 거 같다. 누가 시키거나, 누가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일찍 일어나서 여행을 즐겼다. 한 순간이라도 더 담고, 더 기억하기 위해. 여행 자체가 미라클(Miracle, 기적)이다. 알람 소리를 한 번에 듣지 못해 항상 10개씩 맞춰두고 자던 여동생도 일찍 일어나게 만드니 말이다.

모레인 호수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6시 24분. 무사히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들어가지 못 할 뻔했다. 2~3대 정도의 여유자리가 있었고 그마저도 우리가 도착한 뒤 5분도 안 돼서 다 찼다. 숙소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너무 감사했다. 사실 전날 오후 모레인 호수에 들려서 큰 감흥이 없을 거 같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와아-!” 록키에 4개월을 살았지만 그렇게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운 순간은 처음이었다. 모레인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10개의 봉우리를 텐픽스(Ten Peaks)라고 부른다. 워낙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10개의 봉우리를 전부 볼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고 한다. 처음 방문 했을 때도 구름 탓에 다 보지 못했었는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텐픽스와 마주한 것이다. 일출 순간에는 아쉽게도 먹구름으로 인해 해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감동은 충분했다.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일주일 뒤, 모레인 호수는 폐쇄할 예정이라고 했다. 캐나다는 워낙 겨울이 길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위험하기에 문을 닫는 곳들이 많다. 가을 여행은 참 매력적이지만 시기를 잘 확인하고 늦지 않게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캐나다 겨울은 금방 찾아온다.

 

멀린호수의 스피릿 아일랜드.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캐나다는 국립공원을 다니려면 이렇게 국립공원 패스를 차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텐픽스와 모레인 호수의 조합은 우리의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 했고, 더 이상 어떤 호수를 봐도 이만큼의 감흥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또한 착각이었다는 걸 같은 날 오후 바로 깨달았다. 캐나다 호수는 빙하가 녹아내려 만들어 지는데 다양한 미네랄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어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을 띄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에메랄드빛이라고 하더라도, 포함된 성분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다른 것이다. 게다가 호수가 형성된 모양,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로키 전경, 그날의 햇빛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이 만들어 지는 것 같다. 모레인 호수만큼이나 감동을 준 곳은 바로 페이토 호수였다. 캐나다의 관광 책자에 꼭 빠지지 않는 두 곳이 모레인 호수와 페이토 호수다. 나는 로키 여행의 1위로 모레인 호수를 뽑았고, 여동생은 페이토 호수를 뽑았다. 역시 같은 걸 봐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서로 더 감동 받은 곳은 다르지만 서로의 1위 여행지로 인정했다.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곳이다.

페이토 호수는 주차장에서 왕복 1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를 가지고 있다. 길이 2.8km, 폭 0.8km의 흡사 오리발 모양을 한 호수인데 내가 방문했던 다른 곳들과는 달리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서만 감상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인 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페이토 호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구름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호수색이 다른 것도 매력적이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호수에서 여동생과 함께. 나에게 여행의 8할은 사람 그리고 1할은 날씨. 나머지 1할은 맛있는 음식.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로키 여행의 시작지 혹은 도착지인 재스퍼였다. 캔모어에서 재스퍼까지는 약 310km로 엄청 먼 거리는 아니지만, 워낙 볼거리가 많기에 4박 5일 동안 조금씩 이동하면서 머무르며 여행 했다. 캔모어 2박, 모레인 호수 근처에서 1박, 재스퍼에서 1박. 이 정도 위치가 가격과 이동 경로에 최적이라고 본다. 물론 최소 1주일은 머물러야 아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재스퍼로 향하는 길은 그냥 그 길 자체가 여행지이다.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라고 불리는 93번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으로 불리기도 한다. 설산, 호수, 단풍나무 등 도로 위에서 4계절을 만나게 해주는 곳이다. 가다가 들린 보우 강이나, 93번 도로를 조금 벗어나서 들렸던 요호 국립공원에 위치한 에메랄드 호수도 멋있지만 93번 도로 자체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로키산맥의 50%는 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도로 위에서 야생동물을 만날 수도 있고,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 병풍은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행하면서 차에 있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으로 불리는 93번 도로. 달리는 내내 감탄해서 사진보다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나보다.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영상을 캡쳐했다.
야생동물을 보고 싶다면 여름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가을 끝자락 여행에서 유일하게 본 동물이다.

달리는 내내 감탄 하다가 드디어 재스퍼에 도착을 했다. 캔모어와 밴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재스퍼 다운타운은 훨씬 작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로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재스퍼 국립공원에 위치한 멀린 호수였다. (재스퍼 다운타운에서 1시간 거리) 빙하호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멀린 호수는 전체 길이가 22km, 넓이가 630만평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여의도 면적의 2.4배라고 한다. 여의도 면적의 2.4배 크기인데 호수라니! 역시 캐나다답다. 호수 중간에는 스피릿 아일랜드가 위치해 있는데 크루즈를 타야만 볼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재스퍼에서 시작해서 밴프로 향하는 여행 일정을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갈수록 감동이 더 커질 것이다. 이 말인즉슨 재스퍼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비행기 결항으로 24시간 늦게 도착해 코피까지 흘린 여동생은 운전을 못하는 나 때문에 4박 5일 내내 혼자 운전을 했다. 초대는 내가 했는데 고생은 동생만 시켰다. 마치 집들이 불러놓고 요리를 시킨 기분이랄까? 굉장히 미안했다. 그래서 계획했던 많은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다. 이 아쉬움은 두 가지 마음으로 남았다. 다 못 봐서 아쉬운 마음과 ‘언젠가 꼭 다시 놀러 가야지!’하는 기대의 마음. 언제나 마음은 공존한다. 어느 마음을 선택하는지는 오로지 내 몫이다. 아쉬우니까 계속 아쉬워할 것이냐, 아쉬우니까 다음을 기대할 것이냐. 후자를 택했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게 만드는 여행지 캐나다 로키산맥 여행. 기대를 선택한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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