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소설 '세계대전 Z'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뤘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지난 2013년 개봉된 마크 포스터 감독의 영화 ‘월드워 Z’(World War Z)에서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한다. 이들은 항공기를 습격하고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들로 인해 도시는 금세 마비된다. 도로와 다리 위는 차량으로 뒤엉켜 있고 차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른다. 세계 각 국가들은 이 존재들을 막기 위해 국가별로 입국을 전면 통제하고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기에 이른다. 정체불명의 존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간이다. 이들은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 인간을 보면 달려와 물어뜯는다. 그렇다. 우리가 영화에서 많이 보던 ‘좀비’의 모습이다. 주인공인 제리(브래드 피트 분)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변종 인간들 사이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정체불명의 변종 인간이라는 재난의 형태가 다소 모양은 다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팬데믹을 겪었던 세계의 초기 상황과 영화의 많은 장면이 오버랩(overlap)된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거대한 벽을 타고 오르는 좀비 떼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설치된 거대한 장벽. 변종 인간들은 장벽에 가로막혀 사람들 사는 곳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신의 가호라며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 신기하게도 이 변종 인간은 리듬에 반응한다. 찬양의 노랫소리는 벽을 타고 변종 인간들을 자극한다. 변종 인간들은 스스로를 사다리 삼아 거대한 벽을 기어올라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성공한다. 얼마나 사람들의 행동이 조심성 없고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월드워 Z’(World War Z)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는 바이러스로 감염된 변종인간에 대한 섬뜩한 이미지와 이들의 존재로 인해 얼마나 도시와 국가가 쉽게 무너지는지를 극명하게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 소설의 깊이와 철학을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은 맥스 브룩스의 밀리언셀러 <세계대전 Z(황금가지 펴냄)>다. 영화가 미국 본토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할리우드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소설은 바이러스가 처음 시작된 중국 연방 대충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모든 것이 시작이 그곳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소설 '세계대전 Z' 표지 ⓒ위클리서울/ 황금가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의 시작, 세계대전으로 확장되다

중국 연방 대충징. 의사 광진슈는 이곳으로 왕진으로 왔다. 현재 이곳은 전기도 수도도 공급되지 않는 암울한 상태다. 한때는 3500만 명의 인구가 흥청대며 살았던 이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가 빠져나가고 이제는 불과 5만 명 남짓의 사람들이 생계를 연명하며 살고 있다. 과거 광진슈는 이 곳에서 한 소년을 진찰했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저수지 속의 가라앉은 물건을 건져내기 위해 물속에 들어갔다가 ‘무언가’에게 물렸다. 아버지는 떠오르지 못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소년은 물 밖으로 나온 다음부터 상태가 기이하다. 아이는 40도가 넘는 고열에 몸을 떨었다. 진맥을 했으나 심장도 맥박도 없는 상태다. 살아있다고 볼 수 없었다. 혈액은 붉은 선홍색의 피가 아니라 피라고 불리기 어려운 진득한 갈색 액체였다.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그 소년이 발견된 후 마을의 7명의 사람들도 소년과 비슷한 증세로 앓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소년을 포함한 감염자들은 정부의 특수부대가 싣고 간다. 하지만 여기서 감염은 멈추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서서히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변종 인간들이 많아지자 군대가 투입됐다. 하지만 군인들도 이 알 수 없는 병이 무섭긴 마찬가지다. 총을 손에 쥐고 있지만 ‘저것들’은 총을 쏴도 죽지 않았다. 온몸이 산탄총에 너덜거려도 미친 듯이 그 흉측한 몰골을 하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들을 퇴치할 방법은 오직 하나 뇌를 정확히 조준해 터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는 나중에는 듣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뇌를 쏴도 남은 힘으로 총을 쏘는 군인을 덮쳤고 공포심은 정예군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공포심은 사람들을 더욱 큰 혼란으로 빠뜨렸고 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인류는 변종 인간과 오랜 기간 전쟁을 벌여야 했다. 장기간의 전쟁은 사람들은 지치게 했다. 줄어든 식량과 자원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죽어갔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변종 인간이 나타나기 전보다 더 많이 낮아졌다. 소설은 미국이 변종 인간들에게서 승리를 선포한 지 12년 후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음 바이러스가 발발한 중국을 시작으로 당시 상황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담담하게 전개된다. 당시 많은 국가에서 살인과 폭동이 이어지고 아예 삶을 포기하고 변종 인간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다. 중국, 러시아, 유럽, 아시아가 변종 인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핵전쟁을 벌였다. 아이슬란드와 싱가포르는 변종 인간에 의해 멸망했다. 미국은 하와이로 철수해 재건을 노렸다. 처음 바이러스가 발병됐다고 의심되는 중국은 잘못된 변종 인간 정책으로 내전에 휩싸인다. 이후 미국과 중국은 차례대로 변종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의 상황도 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북한은 국경을 잇는 모든 연결고리를 끊었다. 이산가족 상봉 채널은 물론 각종 연락 채널이 폐쇄되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은 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감염이 발발한다. 우리나라는 북한이 갑작스럽게 국가를 폐쇄하는 덕에 모든 화력을 변종 인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고 군대 경험이 있던 모든 중장년층이 함께 힘을 모아 변종 인간을 물리치고 국가를 재건하는 데 성공한다. 한편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들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토를 버리고 해외로 도망쳤다. 위기를 기회로 가장 현명하게 사용한 국가는 ‘쿠바’였다. 쿠바는 권위주의적 정부 덕분에 빠르게 병의 정체를 파악하고 대처했다. 이후 UN이 쿠바를 미국 본토 수복을 위한 군사적 경제적 요지로 지정하며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다.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잘못됐으면 ‘세계대전 Z’와 같이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대국들은 돈으로 자국 인구보다 몇 배 넘는 백신을 확보하고 쌓아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능력이나 외교적 힘이 약한 국가들은 백신 확보가 어렵다. <세계대전 Z>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꼬집는다. 인류 모두에게 커다란 재난이 닥쳤을 때 공정이나 형평을 기대하긴 어렵다. 모든 것은 힘의 논리로 지배된다. 하지만 진정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생긴다면 함께 힘을 모아서 싸워야 할 것이다. 국경을 폐쇄하고 이빨을 모두 뽑고(북한) 거대한 장벽을 쌓아서 단절시킨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도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공존하는 삶을 선택해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이 말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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