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컨테이젼’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영화 ‘컨테이젼’ 포스터 ⓒ위클리서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국 시카고 공항. 음료를 마신 후 신용카드를 웨이터에게 건넨다. 일본 도쿄의 한 버스. 누군가 기침을 하면서 벨을 누르고 내린다. 런던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필라테스가 한창이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모두가 공동 샤워장에서 샤워를 한다. 스위스 제네바. 사람들은 악수로 반가움을 표시한 후 회의를 시작한다. 모든 장면들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범한 일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홍콩에 다녀온 한 여성이 발작을 일으키면서다. 그의 아들도 같은 증세를 보인다. 여성도 아들도 모두 죽고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들과 동일한 증세를 보이며 죽어가기 시작한다. 그저 한 번의 일상적인 접촉을 했을 뿐인데 죽음의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져가기 시작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은 기가 막힐 정도로 지금의 코로나19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10년 전 상상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바이러스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거리두기’뿐이다. 영화 속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책임자는 텔레비전에 나와 “가장 확실한 예방 수칙은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고 손을 씻는 것”이라며 “아프면 집에 있어달라”고 간절히 당부한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일상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 만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인간의 특성상 사실상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코로나 19가 세계적 유행으로 퍼지면서 각 국가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역을 끊는 것이었다. 자신의 국경을 단절하고 외부 사람들을 차단하고 도시를 봉쇄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프랑스에서는 밖에 나오기 위해서는 출입문서를 경찰에게 보여줘야 했고 인도에는 경찰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몽둥이로 가차 없이 때리기까지 했다. 웃을 수 없는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국가와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을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가 존폐를 가늠하는 일이다. 경제활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염병보다 먹고 살기 어려워 죽을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위클리서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코로나19 현실과 영화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실감 구현

영화 속 장면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과 같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쓰러졌다.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지 모르는 이 질병으로 인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환자 증가는 병원 의료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막아야 했다. 병원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다. 이들을 치료해야 할 최소한의 장치가 바이러스로 인해 병원으로 밀려드는 중환자들로 인해 무너지는 것. 국가는 그것을 막아야 했다. 영화 속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는 환자들로 병원이 마비될 지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격리되지만 시신을 치울 인력조차 마땅치 않다. 병상이 부족해 사람들은 병원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그냥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더 최악인 것은 병원의 의사들도 감염되기 시작하면 서다. 지난해 우리도 이러한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많이 봤다. 이쯤 되면 어떤 것이 영화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또 다른 조치는 감염자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들을 격리시키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정보가 바로 개인의 사생활이다. 영화에서는 개인정보를 파악해 감염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나 문제가 생긴다. 이미 우리도 겪은 일이다. 역학조사 결과 사생활에서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이 드러난 것이다. 유럽에서도 이와 같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인해 동선 공개를 하지 않아 방역이 더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위클리서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먼저 홍콩에서 출장을 다녀온 아내 베스(기네스 팰트로 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고 아내에게 감염되어 아들까지 잃은 남편 미치(맷 데이번 분)다. 그는 이 끔찍한 바이러스를 알기 위해 철저하게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질병통제센터에 아내의 상태를 알리고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대표하는 엘리스 치버(로렌스 피시번 분) 박사는 바이러스의 공개가 불러올 파장을 고민하는 박사 역할을 맡았다. 제네바의 세계 보건기구에서 일하는 레오노라 오란테스(마리옹 꼬띠아르 분)는 베스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하면서 전염병 발생 지점과 최초의 환자를 급히 찾아내는 중이다. 기자도 있다.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 분)는 정부가 대중으로부터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언론인 역을 맡았다. 각각의 배역들은 현재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마치 현재 사회를 그대로 대변한다. 마치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홍콩에서 미국 시카고, 애틀랜터, 샌프란시스코, 영국의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 등 세계 각지에서 촬영됐다.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보여주기 위해 세계 곳곳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감염증으로 인해 세계가 무너진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한 후 구현했다. 먼저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것은 ‘쓰레기 대란’이었다. 사람들이 바이러스로 쓰러지면서 가장 먼저 쓰레기를 치우는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다. 저널리스트 크럼위드가 사는 집 근처에는 쓰레기와 빨래가 잔뜩 쌓여있다.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음식쓰레기, 오염된 모든 것들을 바깥에 버린다. 하지만 이를 치워줄 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거리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다.

영화에서는 원숭이를 통해 백신을 만든다. 수많은 실패 끝에 실험은 성공한다. 백신이 만들어지자 이번에는 누구에게 백신을 먼저 접종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자, 이 정도면 현실과 너무 닮아 소름이 끼친다. 지금도 코로나19 백신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국가들이 있다. 이른바 돈이 많은 강대국들이다. 이들은 자국의 인원보다 2배, 많게는 3배 되는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인구보다 더 많은 백신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댄다. 영화에서도 힘의 논리가 생존으로 이어진다.

바이러스의 시작은 ‘박쥐’였다. 다국적 기업 에임 엘더슨(AIMM Alderson)의 무차별적인 산림 파괴를 통해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인근 농가의 돼지 축사로 날아오며 생긴 것이었다. 박쥐는 먹던 먹이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돼지가 먹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도축한 돼지를 인간이 다루게 된다. 영화는 감염된 돼지를 요리하던 요리사가 손을 씻지 않고 베스를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바이러스 발생 1일이라는 빨간색 선명한 글자를 내보낸다. 결국 돌고 돌아 인간의 욕심이 결국 인간을 파멸로 몰고 온 바이러스를 만든 셈이다. 아직도 현실에서의 바이러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도 영화도 같은 결과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또 겪어야 할 미생물과의 전쟁, 바이러스는 결국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얻게 된 자업자득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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