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추진 등 중국 협조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 합의 없어 아쉬워”
“4자회담 추진 등 중국 협조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 합의 없어 아쉬워”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5.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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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한미정상회담 이후’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백악관에서 개최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대북정책 공조 방안, 코로나19 백신 분야에서의 보건협력,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등에서의 경제협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전작권 전환 계속 추진 등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만 해도 한미 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북정책에서 매우 큰 이견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이 상당히 좁혀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위클리서울/ 정성장 세종센터장 제공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위클리서울/ 정성장 센터장 제공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까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은 애초에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 원칙 등 기존 북한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나아가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와는 다른 대북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트럼프-김정은 간의 싱가포르 합의를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물론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으로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과 북한체제를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은 것과 대북전단살포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초기의 매우 강경했던 수사에서 벗어나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과 이산가족 상봉 촉진 지원에도 합의했다.

그럼에도 군사적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정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북한은 현재 판문점선언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남북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군사 충돌 문제와 관련 향후 한미의 전략적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 정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핵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미 공동의 대북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가동되었던 한미워킹그룹 수준이 아니라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미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 수준에서의 전략적 협의 채널 제도화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면 무엇보다도 북한이 그동안 개발한 핵무기 총량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 약속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포괄적 신고와 핵프로그램의 동결을 약속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성실한 약속 이행을 전제로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와 한미연합훈련의 잠정 중단 또는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능력의 감축과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약 10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 매년 북한의 핵능력을 10% 정도씩 감축하고 그에 상응해 대북 제재도 10% 정도씩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미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의 최종 단계가 아니라 비핵화가 1/3~1/2 정도 진행되었을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번 한미정상회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중과 남북한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나 일본,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회담 추진 등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까지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라면,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 문제를 담당할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성 김은 2008년 7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이어 2014년 10월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했다. 그 후 그는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면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전날까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합의문을 조율했고, 동년 10월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도 동행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도 북미협상에 관여해 북핵 문제를 잘 아는 한국계 외교관이다.

 

이번 5월 한미정상회담 중 공동기자회견 모습 ⓒ위클리서울/ 청와대 제공

-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 중국은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될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보면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대중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이 일부 들어가 있다. 공동성명에서 한미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함으로써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런데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주목하는 한국의 쿼드(Quad) 참가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은 또한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지역 다자협력에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쿼드 참가와 쿼드 확대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음으로써 외교적 자율성 유지에 신경을 쓴 것 같다.

 

-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입장을 가늠해보자면.

▲ 북한으로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과 북한체제를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은 것과 대북전단살포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했는데 이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초기의 매우 강경했던 입장에서 벗어나 상당히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과 이산가족 상봉 촉진 지원에도 합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북한은 현재 판문점선언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남북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 군사적 문제에 대한 북한 입장은 어떠할 것 같은가.

▲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과 남북협력사업(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대해서도 이번에 미국의 동의를 받지 못함으로써 현 정부가 남북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미사일지침 종료에 합의함으로써 한국의 미사일 개발 관련 제약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북한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미사일 개발과 관련, 우리 측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중 매우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그런데 한국의 육군과 공군, 해군이 각기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어 향후 전략사령부 창설을 통해 미사일에 대한 통합된 지휘관리체계를 수립하지 않는다면 향후 미사일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예산 낭비가 이루어지고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효율적 대응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전략사령부 창설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외에도 코로나 백신 문제 등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코로나19 백신 분야와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군 55만 명에게 백신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44조원 규모 대미 투자는 한국의 일자리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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