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싱크탱크에 북 전문가 드문 점, 북미 대화 어렵게 만들어”
“워싱턴 싱크탱크에 북 전문가 드문 점, 북미 대화 어렵게 만들어”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6.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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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한미정상회담 이후’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위클리서울/ 정성장 센터장 제공

-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은 어떤가.

▲ 바이든 행정부 출범 당시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바이든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김정은에 대해 ‘독재자’, ‘폭군’, ‘도살자’, ‘폭력배’ 등으로 묘사하면서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특히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로부터 매우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을 폭력배 등으로 묘사하면서 그에 대해 “이 자는 본인 삼촌의 머리를 박살내고 공항에서 형을 암살했다”며 “그는 사실상 사회적으로 구속되는 가치란 것을 모르는 자”라고 비판했었다. 세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바이든의 평가도 매우 부정적인 것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김정은에 대해 ‘독재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에 비해 공격적인 표현은 자제한 편이다. 해리스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도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김정은에 대해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으로 간주하는 등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블링컨은 단기간 내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군비축소’ 협상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 북한에 대한 미 행정부와 전문가들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인 근본적 배경은 무엇인가.

▲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김정은의 대미 호전적 발언, 장성택 처형, 김정남 암살, 북한에 억류됐다 귀환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 일부 탈북자들의 미국 의회에서의 과장된 북한인권 상황 증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에 한국어에 능통하고 북한의 내부 상황과 정책 변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북한 전문가가 드문 점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선악의 이분법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과 북한을 악마화해서 보는 시각은 다시 대북 강경론으로 연결되어 북미 협상의 재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한미의 전략적 협력이 요구된다.

▲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핵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미 공동의 대북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가동되었던 한미워킹그룹 수준이 아니라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미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 수준에서의 전략적 협의 채널 제도화가 바람직하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면 무엇보다도 북한이 그동안 개발한 핵무기 총량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 약속이 필요하다. 북한이 포괄적 신고와 핵프로그램의 동결을 약속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성실한 약속 이행을 전제로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와 한미연합훈련의 잠정 중단 또는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 핵능력의 감축과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약 10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 매년 북한의 핵능력을 10% 정도씩 감축하고 그에 상응해 대북 제재도 10% 정도씩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의 최종 단계가 아니라 비핵화가 1/3~1/2 정도 진행되었을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제한적이나마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문제를 미국과 중국, 남북한이 참가하는 4자회담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회담의 활용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은 미중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4자회담 개최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 미국의 전현직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핵 4자 또는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 입장이다. 4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상응조치에 대해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는 6자회담으로 확대될 수 있겠다.

 

- 지난 3월엔 김정은과 시진핑 간의 구두친서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 친서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김정은은 구두친서를 통해 국방력 강화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관련한 북한의 정책적 입장을 시진핑에게 깊이 있게 설명하면서 북중 간의 정책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어서 시진핑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과 북중 동맹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북중관계의 발전을 희망하는 메시지 전달했다. 시진핑도 구두친서를 통해 조선로동당 8차 대회 결과를 축하하면서 전통적인 북중친선을 강조하고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서 대북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북한과 중국의 발표 내용을 종합해보면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미국 및 남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것(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친서를 보낸 배경을 해석해보자면.

▲ 당시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방일 및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간의 대중 및 대북 정책 공조가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에 대응해 북한과 중국 간의 대미 및 대남 정책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시진핑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북한의 국방력 강화 입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없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 용의를 밝힌 점에 비추어볼 때 중국은 남북과 북미 간의 대결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중 정상 간의 친서 교환을 계기로 양국 간의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이 서서히 재개되겠지만 중국이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긍정적 역할(‘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매우 널리 확산되어 있는 편견과는 다르게 중국은 덩샤오핑 집권 이후부터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기보다 남북한과 북미 관계에서 중립적 입장과 건설적 중재자 역할을 견지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므로 향후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고 북미 간에 상호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중과 남북한이 참가하는 4자 실무 및 정상회담 추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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