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힐링 전도사’ 주철환 교수-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위클리서울/ 주철환 제공
ⓒ위클리서울/ 주철환 제공

- 술 담배는 평소 어느 정도 하는지.

▲전혀 안 한다. 담배는 20대 때 살짝 피우다 끊었고 술은 2015년 9월부터 일체 안 한다. 건강을 위한 독한(?) 결단이었다.

 

- 이력이 화려하다.

▲ 화려하다기보다 다채롭다. 80년대부터 활동했으니 작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실 PD들은 다들 자기 작품들이 많다. 이를테면 저를 비롯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거쳐 간 PD들이 엄청 많다. 그걸 갖고 이력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저는 또 과대포장 된 점이 없잖아 있다.

 

- 예능 PD지만 작품을 통해 시사적인 부분도 많이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 시사를 직접적으로 다룬 적은 없다. 물론 간접적으로 다룬 적은 많다. 이훈 씨가 데뷔한 ‘TV청년내각’에선 시사적인 부분을 많이 부각시켰다. 시사라는 게 꼭 PD수첩이나 다큐멘터리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다. 예능국 PD로서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면서 사회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히 ‘퀴즈 아카데미’는 상당히 시사적이었다. 박노해 시인의 시를 계속 문제로 내보냈다. 그런 면에선 시사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장르 구분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장르 구분은 이제 크게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음악도 시사성이 강하게 창조해낼 수 있다. 밥 딜런 노래의 가사는 상당히 시사적이지 않는가.

 

- 시사프로그램 PD랑 예능국 PD들은 인상부터 다르다는 말도 있다.

▲ 최승호, 한학수 이런 친구들은 인상이 좀 세다(웃음). PD는 감각을 중시하는 PD와 의식을 중시하는 PD, 이렇게 나누어진다. 예능 PD는 감각, 시사 PD는 의식을 중시한다. 시사 PD들은 이게 옳으냐 그르냐, 시시비비에 관심이 많다보니 훈훈하고 친근한 느낌보다 강퍅한 인상이다. 완전히 확 구분하긴 어려우나, 대체로 예능 PD들은 뭔가 경쾌하다는 느낌이 있고 시사 쪽은 무겁고 조금 경직된 느낌을 준다. 그건 누구나 느낄 것이다. 다만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PD수첩 진행하는 친구가 예능 하는 친구에게 ‘재들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또 예능 하는 친구들은 PD수첩 PD에게 ‘세상 뭐 별거 있다고 뭘 그리 심각하게 그러냐’, 서로 이러지 말고 각자를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문화예술 방면 전문가다. 최근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 나도 기쁘다. 훌륭한 분이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70대 중반의 여배우가 오스카상을 받던 날 내 머릿속에선 느닷없이 핼리혜성이 떠올랐다. 그 별은 어느 날 갑자기 유니언스테이션에 도착한 게 아니다. 존재했고 운행했으나 긴 시간 동안 지구인들이 그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다. 70이란 숫자 뒤에 한 글자를 추가해 읽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이를테면 윤여정이 ‘70년대 중반’에 오스카상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70년대 중반에 그는 30대 전후였을 거다. 70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된 건 만시지탄일까 사필귀정일까. 아니다. 화양연화는 나이와 무관하다. 시상식에서 그는 별처럼 반짝거렸고 꽃보다 아름다웠다. 윤여정은 예능의 스타이기도 하다. 예능감이 남다르다. ‘꽃보다 누나’가 정식예능데뷔작이다. 배경음악으로 채택은 안 됐지만 그 프로의 주제와 어울리는 트로트제목이 ‘내 나이가 어때서’와 ‘있을 때 잘해’다. 두 곡이 다 노래교실의 고정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덴 이유가 있다. 중장년의 응원가, 희망가로 손색이 없다. 공교롭게도 원곡가수는 ‘꽃보다 누나’에 출연했던 탤런트 고 김자옥의 부군 오승근이다. 히트곡 하나만 있어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가요계에서 그는 든든한 노후보험 두 개를 든 거나 다름이 없다. 윤여정씨는 수상소감에서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세상의 문제집에선 답이 다르다. 경쟁을 믿지 않을 수는 있어도 경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윤여정씨와 여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 백전노장 글렌 클로즈도 1947년생이다. 동갑내기인 그에게 윤씨는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낮췄지만 위로가 됐을지는 의문이다. 상 받은 자 옆에는 언제나 상처받은 자가 있다. 그래서 겸손은 보석보다 찬란하다.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깐느와 아카데미를 석권했다. 그 영향력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이 한국영화로 향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과거 박찬욱, 이창동, 김기덕 감독 등이 해외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윤여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 능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유난히 돋보이는 배우다. 나이가 어떻고 성별이 어떻고 국적이 어떻고 하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분이다. ‘프로란 이런 것이다’를 평소의 언행과 연기력으로 때마다 증명한다.

 

- 1960년대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는 한국영화사에서 걸작으로 꼽힌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돌이켜보면 김기영이나 윤여정이나 이미 외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도 남아야 했던 인물들이라는 시각이 있다. 문화계에서는 그동안 국격 탓에 호응을 받지 못한 게 아니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 지적하는 사람은 늘 지적한다. 비판하는 사람은 늘 비판한다. 수긍이 가는 지적과 비판은 받아들이고 이해가 안 되는 지적과 비판은 그냥 넘기면 된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축제 때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축제는 즐기면 되고 축제가 끝나면 다음 축제를 준비하면 된다. 그냥 기다리는 사람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결과가 많이 다를 것이다.

 

- 방탄소년단도 빌보드, 그래미 등에서 기세를 떨친 바 있다. 최근 대한민국 문화예술이 선전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 실력(창의력, 표현력) 있는 젊은이들이 때를 잘 만난 것 같다. SNS와 유튜브는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날개가 있어도 비상하려고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타고난 매력(외모, 가창)과 성실한 연습(춤, 매너)을 바탕으로 의지와 열정, 자상함을 가지고 팬들과 소통하며 창의적인 쇼 비즈니스전문가의 조직적인 도움을 받으면 잘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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