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경제 어렵다고 행복 줄어드는 것은 아냐”
“코로나 시대... 경제 어렵다고 행복 줄어드는 것은 아냐”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6.11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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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힐링 전도사’ 주철환 교수-3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위클리서울/ 주철환 제공
ⓒ위클리서울/ 주철환 제공

- 혹자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한국문화가 해외에서 호응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적으로 조금이라도 오해 받을 만한 발언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 문화와 정치의 상호 발전,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 당연한 얘기다. 창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꽃을 피운다.

 

- 코로나 때문에 극장가, 대학로 연극계, 전시회, 서점 등 문화예술계가 비상이다. 아직까지는 괜찮은지, 아니라면 대안은 있다고 생각하는지.

▲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뜻이다. 어떤 것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창의성과 협동심을 발휘한다면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힘을 발휘할 것이다. 대안은 제3자가 구해주는 게 아니다. 음반산업이 막을 내린다고 할 때도 음악은 죽지 않았다. 지금 음원산업이 얼마나 융성한지 보면 알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반드시 새로운 문이 열린다.

 

- 경제적인 삶이 피폐해지건 사실이다. 경제가 동력을 잃으면 사람들의 문화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대중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각자의 처지가 다르므로 쉽게 말하긴 어렵다. 그래도 이건 공통이다. 건강을 잘 지키고 가족과 사이좋게 지내라. 자기 자신을 학대하지 말고 사랑하면 좋겠다. 친구들에게 돈 얘기 하지 말고 그가 행복해 할 만한 소재로 얘기를 이어가는 게 좋겠다. 새로운 책을 읽기보다 옛날에 읽은 책 중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도 권한다. 그때는 몰랐던 걸 알게 된다. 알고는 있지만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 경제적으로 힘들면 문화적으로라도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한 대중의 결핍된 경제력을 전제한다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 어쩔 수 없다 절약해야 한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을 읽어보기 바란다. 경제가 어렵다고 행복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 PD 재직시절 흥행 제조기로 이름을 떨쳤다. 후배들의 창작 과정을 보면서 흐뭇한 점, 혹은 아쉬운 점 등 덕담을 건네자면.

▲ 아쉬운 점은 직접 만나서 기분 안 나쁘게 말해주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걸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글로 발표해서 뭐가 좋은가. 그들이 읽어주기나 할까. 나도 옛날에 싫은 소리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 내가 선배로서 이런 점은 좀 아쉽다고 말한다 치자. 도대체 내가 더 낫다는 건가, 그가 나보다 못하다는 건가. 나이는 먹을지언정 꼰대취급 당하기는 싫다. 솔직히 지금 후배들 다 열심히 하고 있다. 성과를 내는 PD들은 보상을 받으니 그것도 좋아진 거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PD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서 새로운 느낌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아는 나로서는 그런 말을 꺼내기가 은근히 미안해진다.

 

- 티브이 예능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나는 언제나 말한다. “재미있고 즐겁게 사세요. 단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마세요. 취향은 각자가 다르니까 남을 무시하지 마세요. 재미의 세계는 다양하니까 골고루 즐기세요. 식탁에서도 편식은 나쁘니까 이왕이면 골고루 즐거움을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 사회를 우회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티브이의 코미디 장르가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찰리 채플린 식의 코미디가 사라져가는 느낌인데.

▲ 그걸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코미디프로가 없어진 건 코미디언의 잘못도 아니고 그걸 외면한 시청자의 잘못도 아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아나운서 직종은 왜 차츰차츰 사양길에 접어들었을까. 뉴스는 기자가, 진행은 연예인이 잘해서 아닐까. 코미디가 제대로 풍자를 안 하거나 못하니까 다른 장르에서 코미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솔직히 시청자는 TV에 코미디장르가 있건 없건 크게 관심 없다. 그들은 재미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코미디언은 웃겨야 하는데 웃기지 못하면서 우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슬픈 코미디다.

 

- 유투브 등에서는 방송에서 선점하지 못한 부분들을 미리 선점해 흥행하는 경우도 있다. 선순환적인 평가를 내려도 되는지.

▲ 그걸 왜 막아야 하나. 재능 있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실력으로 돈을 번다면 그게 뭐가 나쁜가.

 

- 정년 이후, 다시 방송계로 복직할 의사는?

▲ 원한다고 복직시켜주는가.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혹시라도 어떤 기회가 생긴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다만 ‘저 사람 나이 먹고 왜 저래’하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연륜이 있으니 확실히 뭔가 다르네. 젊은 PD들은 저런 거 하라고 해도 못할 거야’ 이런 프로라면 해볼 참이다.

 

- 티브이 예능 전문가이지만, 예능 이외에 개인적으로 다른 부분에 대한 고민이나 욕심은 없는지.

▲ 정년이란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청년이 된다. 자리는 사라졌지만 자유는 우주만큼 넓어졌다. 그동안 내 인생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특집편성이다. 특집은 특강과 집필을 줄인 말이다. 그동안 내 말을 들어주고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있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한 두 시간 분량의 특강은 계속하고 싶다. 길에는 종점이 있어도 글에는 정년이 없다.

 

- 얼마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회 간부가 안암캠퍼스 간부가 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세종캠퍼스는 안암캠퍼스가 아니라는 둥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학벌사회의 폐해라는 얘기도 있었다. 주 교수의 모교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 사랑과 평화 반대편에 오만과 편견이 있다. 세상에 누가 누구를 무시할 수 있는가. 제발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존경은 힘들지만 존중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 주 교수에게, ‘더불어 사는 사회’ 전제조건이란.

▲ 내가 지은 시(?) 중에 ‘존중’이라는 제목의 두 줄짜리 시가 있다. ‘난 이렇게 살다 죽을게/ 넌 그렇게 살다 죽으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나쁜 말로 끼어들지 말자. 그리고 제발 말 좀 가려서 하면 좋겠다. 남을 힘 빠지게 하는 말, 복수를 부르는 말은 하지 말자. 기 죽이는 말보다 기 살리는 말 위주로 하자.

 

- 코로나로 상당수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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