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박석무]  『목민심서』를 읽노라면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내용들이 많기도 합니다. ‘시공여사(視公如私)’ 공공의 재산도 사재(私財)처럼 아껴쓰고 절약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민여상(視民如傷)’, 백성들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당할 때 그들을 어루만져주고 보살펴주어야 하듯, 공직자들은 백성들을 애처롭게 여기라는 뜻입니다. ‘대탐필염(大貪必廉)’, 참으로 큰 욕심쟁이라면 반드시 청렴해야만 공직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최고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큰 욕심쟁이야말로 청렴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위생어염(威生於廉)’, 공직자로서의 위엄과 권위는 본인이 청렴할 때에만 유지되기 때문에 청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간절한 이야기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세상 사람 모두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국회에서 일할 때에는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마치고 국무총리를 연단 앞으로 모셔 창비의『역주 목민심서』6권을 기증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모든 공직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권장해주라는 말씀까지 드렸습니다. 93년의 일입니다. 2004년 이후 성균관대학교에서 13년 동안 26학기 기간에 다산학 강의를 하면서『목민심서』의 핵심 내용을 말하면서 실천이 뒤따르도록 호소에 가까운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부터는 다산연구소를 운영하면서「풀어쓰는 다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전하면서 목민심서 이야기를 가장 많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그런 노력에도 다산이 강조한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자의 본분은 크게 실천되지 않은 듯, 세상은 부패와 불공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래에 일어난 부동산 투기가 공직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는, 이렇게도 다산의 정신은 실행되지 않고 있는가라는 비통한 마음을 버릴 수 없습니다. 때맞춰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는다』는 이름의 목민심서를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썩은 세상을 도려내어 맑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평소의 생각이 더 굳어지면서 다시 한번 목민심서를 읽도록 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집 없는 사람들도 정말로 많습니다. 그들의 애타는 심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자신만이 집이나 땅을 통해 돈을 벌고 부자가 되자는 공직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은 결코 공정해지지도 깨끗해지지도 않습니다. 공직자들은 공무원(公務員)이라는 이름처럼 공익에 힘쓰는 사람이니 사익은 버려야만 합니다. 청렴은 공직자의 본무(本務)라고 했으니 공직자가 청렴하지 않는 한 부정과 부패는 종식될 날이 없습니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공직자들이 청렴하기 위한 방법들이 목민심서에 들어 있습니다.

다시 다산의 간절한 소원을 알아봅시다. “고금의 이론을 찾아내고 간위(奸僞)를 열어젖혀 공직자들에게 주어 백성 한 사람이라도 그 혜택을 입을 수 있게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自撰墓誌銘)라고 목민심서의 저작동기를 밝힌 다산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냥 돈과 권력에만 매몰되어 있는 공직자들,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혜택을 주지는 못할지라도 그들을 손해 보는 일로 몰아넣어서야 될 일인가요. 이제라도 늦지 않습니다. 공직에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들, 제발 목민심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누군가에게 혜택을 끼쳐주는 공직자들이 되어주기만 손 모아 빌어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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